박원순의 희망탐사61 “현실주의자가 돼라,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꾸어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지역희망찾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그가 1월12일 오후 2시, 새해 벽두에 청소년들의 미래를 만드는 ‘꾸마’를 찾았다. 부천시 오정구 고강본동에 자리한 ‘꾸마’ 는 소박하고 예쁜 5층 건물인데, 크고 시원한 유리창과 주황색 포인트가 인상적이었다. 층마다 빛깔이 다르고, 영화관, 연습실 등 청소년을 위한 여러 시설들이 모여 있다.

관장실은 1층 접수대 옆에 있는데, 공간이 무척 협소했다. 자투리 공간을 관장실로 꾸민 게 아닌가 싶었다. 실내는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온도가 낮았다. 절약이 몸에 밴 듯 관장과 센터 직원들은 모두 외투를 입고 근무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조윤령 관장. 차분하고 강단 있는 인상이었다. 말을 할 때, 낮은 목소리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첫 인상에서 믿음이 갔다. 조 관장과 그의 오랜 일벗 김지영 부장과 함께 얘기를 나눴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대화를 나누면서 노트북을 두드렸는데, 가끔 멈추고 손을 비벼야 했다. 그만큼 실내 온도가 낮았다.

[##_1C|1003671555.jpg|width=”600″ height=”426″ alt=”?”|청소년 문화의 집 ‘꾸마’는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작은 공동체이다.(사진/박은주) _##]주민의 토양이 키우는 아이들

고리울청소년 문화의 집 꾸마는 부천시 고강동 지역주민과 한국공항공단에서 설립하고 부천시가 가톨릭대학교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비영리 공공 지역 청소년 문화시설이다. 항공공단의 지원을 받아 2001년 문을 열었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고강동 청소년의 문화공간으로 시작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해 나가는 청소년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 관장의 설명이다.

“우리 문화의 집을 ‘꾸마’라고 부릅니다. 꾸마는 ‘꿈’, ‘꿈아!’, ‘꿈을 꾸마’ 처럼 여러 의미를 지닙니다. 꿈은 남이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돼 찾아야 합니다. 이곳에서는 청소년들이 맘껏 꿈꿀 수 있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청소년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여 주체의식을 함양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하고 있지요. 또 청소년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꾸마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청소년 문화사업, 복지사업, 미디어사업, 국제 교류사업, 지역연계 사업 같은 것들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표현하고, 소통하고, 변화하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청소년 문화사업. 百인百색 문화공감, ‘왓따’ 프로젝트, 건강한 문화만들기 캠페인 ‘꾸마 캠페인’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꾸마에서는 청소년이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주변사람들과 소통하며 이를 통하여 자신뿐만 아니라 꾸마와 지역을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문화체험거리를 제공하고, 문화생산주체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창조적 재능과 열정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

조 관장은 자신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라고 말한다. 고강동은 부천에서도 대표적인 소외지역이라 저소득층이 많다. 처음 이곳에 청소년 문화 센터가 들어선다고 하자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불량 청소년들이 동네 물을 흐릴 것이라 우려한 탓이다. 조 원장은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 과정을 통해 큰 배움을 얻었다. 지역과 소통하고 밀착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사업에 주력한다.

[##_1L|1032556482.jpg|width=”413″ height=”550″ alt=”?”|’꾸마’ 공동체의 연출자 조윤령 관장.(사진/박은주)_##]꿈꾸며, 노래하며, 춤추며

“우리 아이들이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만들기’ 같은 것이지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축제나 음악회를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게 되지요. 지금은 서로 익숙하게 손발을 척척 맞춰 일을 해요.”

조 관장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난다. 그의 애칭은 ‘뮤지컬 배우’. 그것은 그가 이루고 싶은 꿈이기도 하다. 상처받는 많은 사람들, 청소년들의 삶을 이해하고 돌아보며 이를 음악과 춤으로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되찾았으면 한다. 그는 자신의 꿈을 꾸마를 통해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디어 프로그램.

“청소년들이 미디어를 통하여 자신들의 얘기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하여 청소년이 느끼는 어려움을 돌아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더불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역의 소외계층에까지 미디어의 경험을 확산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지역 현안 가운데 항공기 소음피해가 있다. 그럼 아이들이 직접 피해지역을 방문하고, 주민들을 만나 얘기를 듣는다. 또 주민대책위와 공항공단을 찾아 입장을 들어본다. 소음피해가 얼마나 크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취재하고 사진 찍고 동영상 촬영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를 토론해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미얀마의 아이들에게 배운다

“꾸마는 또 ‘청소년이 만드는 아시아 평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국제교류프로그램 아닌, 상시적으로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하고 이를 통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인정하게 하며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국제 교류도 특화교육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도망태국 국경지역과 캄보디아에 난민촌을 형성하고 있다. 꾸마가 교류하는 곳은 태국 메솟 지역이다. 꾸마는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중심으로 미얀마의 난민촌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를 만들었다. 그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1년에 한 번씩 자원봉사를 간다.

“고강동의 아이들도 가난한 아이들인데, 미얀마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척 부끄러워 합니다. 미얀마 아이들은 교육열이 높고, 삶의 의욕이 강합니다. 그 아이들을 만나면서 감동과 자극을 받는 것이지요. 미얀마의 상황을 이해하면서 우리와 비교하게 되고, 미얀마와 한국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메솟을 다녀온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간을 가졌다고 고백하곤 합니다. 그렇게 돌아온 아이들이 계속 모임을 갖고 공부하고, 미얀마 민주화 촛불시위에 참여하게 되지요.”

미디어교육과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변화를 경험한다. 교육 이전에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의사가 될래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는데, 지금은“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어요”,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래요”라고 한다. 조 관장은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큰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고 한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 아이가 임신을 해서 쉼터를 찾아왔는데,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나 봐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무척 힘들어했는데, 미디어 교실에서 작품을 만들게 됐어요. 자신의 짧은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면서, 부모를 이해하고,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지요. 그 아이는 지금은 대학에 가서 원하던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정말 가난하고 상처가 있는 아이들에게 미디어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지요.”

[##_1C|1125160672.jpg|width=”600″ height=”450″ alt=”?”|’불가능을 꿈꾸는 현실주의자들’의 아름다운 공간.(사진/박은주)_##]현실주의자가 돼라,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꾸어라

조 관장이 늘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현실주의자가 되어라,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꾸어라.” 이 말은 남미의 혁명가 체게바라가 한 말인데,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힘이 느껴져서 좋다고 한다. 조 관장의 눈길이 잠시 공중에 머물렀다. 그 눈빛에서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서서 꿈과 판타지 가득한 뮤지컬을 꿈꾸는 듯 아련함이 느껴졌다.

조 관장이 역점을 둔 사업 중에 동네아이들을 위한 네트워크 사업이 있다. 일종의 지역 안전망을 형성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 자율방범대나 청소년선도위원회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자체 홍보를 통해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을 참여시켰다. 대개 청소년 자녀가 있는 분들이었다.

이들은 순찰활동을 통해 후미진 골목에 꽤 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이들을 만나 상담해 본 결과, 그저 자신의 자녀들과 똑같은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애초부터 나쁜 아이들은 없었다. 상황이 그들을 내몰았을 뿐이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교육은 어른들에게도 필요했던 것이다. 어른들이 바뀌자 아이들이 바뀌고, 동네 분위기가 좋아졌다. 순찰활동 이후 아이들은 더욱 안전하고 밝아졌다.

대화를 마치고 센터를 구경했다. 곳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세심한 흔적들이 느껴졌다. 조 관장과 마주친 아이들이 맑은 목소리로 ‘관장님’ 하면서 꾸벅 인사한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아예 조 관장은 아이들 울타리에 둘러싸였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 그것이 어떻게 엷어지고 무너질 수 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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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마는 부천시 고강동 지역주민과 한국공항공단에서 설립하고 부천시가 가톨릭대학교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비영리 공공 지역 청소년 문화시설입니다. 항공기 피해지역인 고강동에 건립된 꾸마는 항공공단의 지원을 받아 2001년 문을 열었으며 문화적으로 소외된 고강동청소년들의 문화공간으로 시작하여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해 나가는 청소년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꾸마’는 꿈이라는 명사, 꿈을 부르는 동사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꿈을 꾸어야 한다는 말도 됩니다. 꾸마는 청소년들이 맘껏 꿈꿀 수 있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합니다. 또 기관운영 및 다양한 활동에 청소년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하여 주체의식을 함양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새로운 대안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실행하고 있고, 청소년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고리울청소년문화의집 ‘꾸마’는 부천시의 청소년 정책과 비전, 위탁법인인 가톨릭학원의 설립목적과 비전을 함께 수용하여 꾸마의 독자적인 2010비전을 수립하여 이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http://www.kumayout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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