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한 ‘하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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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평생학습 초점의 네 번째 주제는 <청소년 진로교육>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의 목표를 이룬 후 상실감과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곤 합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무엇인가 어디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경험의 기회 없이 그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는 현실에 내몰렸기 때문입니다. 이제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삶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한 두 번의 적성테스트나 진학 상담이 그 기회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청소년 진로교육. 어떻게 해야 할 것일까요?

[평생학습 초점] 청소년 진로교육 (3) 발상의 전화에서 시작한 ‘하자’의 실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 청소년 통계’를 보면, 청소년들이 공부(32.9%)와 직업(25.7%)을 가장 큰 고민거리로 선택하고 있다. 특히 직업에 대한 고민의 경우, 2001년 조사에 비해 18.8% 포인트나 늘어난 수치이다. 또한 청소년 10명 중 5명이 교육을 받는 주된 이유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을 꼽을 정도로 교육을 단순히 취업을 위한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입시 경쟁을 끝내자마자 취업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청소년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변화, 특히 직업 세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실업이 항상적으로 존재하는 저성장 고실업 시대에서 실업은 단순히 직업이나 일자리의 부족 상황이 아니다. 그것은 고실업의 크기만큼 사회시스템이 변화했음을,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한다는 것은 고실업이 불가피한 과거의 직업 체계를 탈피하여 새로운 직업 체계에 대한 감을 습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의 직업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전방위적이고 다기능적인 소양까지가 직업 능력으로 요구될 것이다. 평생고용을 목표로 하는 과거의 직업 체계에 연연하는 것은 그래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러한 시대에서 직업은 고정된 역할이라기보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새로워지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취업과 실업의 경계도 점점 더 모호해진다. 실업은 더 이상 사회적 탈락도 병리도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사회 구성원 가운데 일부가 겪게 되는 삶의 조건일 뿐이다. 이 시대의 실업은 더 이상 취업과 실업의 이분법이 아닌, 직업(vocation)과 전(前)직업(pre-vocation)으로 재개념화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직업교육은 직업훈련이 아닌 포괄적인 진로역량을 향상시키는 교육이어야 한다. 만성적인 고실업 상황에서 직업교육은 변화된 노동시장과 경제 세계에서 살아나갈 준비와 실험을 수행하는 단계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전직업이란 개념이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직업교육은 바로 직업과 직업 사이, 즉 각각의 전직업 단계에서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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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것에서 시작해서(stepping stone) 기획력과 잠재적 직업능력을 키우고(prevocational training) 사회의 일거리와 연결시키면서(gateway) 전혀 새로운 일거리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고용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순환체제는 전적으로 경험(learning by doing)을 통해 이루어지며, 저성장 고실업 시대의 직업 창출과 자기관리를 동전의 양면이 되게 하는 직업교육의 매커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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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실업이 만성화하는 저성장 위험사회에서는 청소년들 역시 장기 실업에 노출되어 있으며, 갈수록 불안정하고 불평등해지는 노동 시장 속에서 평생을 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고실업 문제는 이들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가 된다. 이들이 사회에서 탈락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존을 가지며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대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 문제는 아주 심각해 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청소년들이 잠재적 사회 위협 진단이 아니라 사회의 역동적 변화를 이뤄내는 힘이 될 수 있도록 직업과 실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즉, 직업을 실업/취업이라는 결과적 구도에서 전직업/직업이라는 과정적 구도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전환으로부터 시작되는 직업교육의 대표적 사례가 ‘하자센터’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개관한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스스로의 삶을 업그레이드 하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해야 하는 일도 하자’, ‘자율과 공생의 원리’를 모토로 하기에 유래된 별칭이 바로 하자센터이다. 14살이 된 하자센터는 첫째, 청소년 문화작업장이라는 시대적 실험의 시기(1999년~2003년) 둘째, 돌봄사회를 향한 사회경제적 실험의 시기(2004년~2009년) 셋째, 지속가능성 사회를 미리 사는 창의적 실험의 시기(2010년~현재) 이렇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청소년 문화작업장이라는 시대적 실험

설립 초기 하자센터는 그 자체가 획일화된 제도교육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동기상의 위기, 입시와 학벌중심사회, 학교붕괴 상황에서 갈 데가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민관산학의 시대적 실험이자 사회의 재활력화 프로젝트였다. ‘일, 놀이, 자율’라는 활동의 원리로 청소년의 자발성을 지지하고, 하자센터라는 공유지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존?공유의 원리를 익혔다. 또한 5개 문화작업장을 기반으로 분야별 장인들과 2~30대 기획자 및 작업자들이 10대 청소년들과 다양한 도제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창의적이고 협동적인 작업에 몰입하였다. 이는 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가 세계금융경제체제 안으로 재편되면서, 저성장 고실업시대를 살아갈 청소년/청년이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를 견인하는 일-놀이-자율의 문화작업자들로 성장을 할 수 있는 창조적 작업장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

웹, 영상, 디자인, 공연음악, 시민문화 등 5개 문화작업장에서 배우고 작업하던 800명의 청소년들 중 90%는 일반 학교 학생들이었으며 스스로 방과 후에 찾아와 하고 싶은 작업에 몰두하였다. 나머지 10%의 탈학교청소년들 중에 일부가 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였고 이를 계기로 2001년 도시형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를 개교하였다. 또한 다른 기관에서도 비슷한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센터의 센터 역할을 해 달라는 서울시의 요구로 대안교육 콘텐츠와 담론을 보급하고 교사교육과 재정적 지원을 하는 서울시 대안교육센터도 함께 설립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_1C|1268653999.jpg|width=”400″ height=”26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하자센터 활동 모습(사진 제공:하자센터 이하 동일 생략)_##]

돌봄사회를 향한 사회경제적 실험

2003년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첫 졸업생이 배출될 즈음 우리 사회에는 ‘이불공주’라고 불리면서 학교에서 잠만 자는 청소년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탈학교를 하기보다는 사고를 치지 않고 무난하게 졸업하는 것이 목표였고, 점차 하자센터의 청소년들도 착하고 무기력한 청소년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본격적으로 저성장시대로 진입하면서 자기계발과 무한경쟁에 미리 지친 청소년, 불안한 청년의 분위기가 전사회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두 차례의 돌봄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소모품 건전지가 되지 않고 재충전되는 삶, 상호호혜와 이야기와 지혜가 풍부한 마을, 토건국가에서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였다(2005). 또한 5개 문화작업장을 열린작업장으로 확대개편하면서 일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진로해법으로 일일직업체험을 신규 편성하기도 하였다(2007).

그러나 이 시기에 주목할 만한 대응은 무엇보다도 창업 인큐베이팅을 통한 청소년/청년의   대안적 진로모색이었다. 2006년 탄생한 재활용상상놀이단은 하자센터에서 십대를 보낸 졸업생들로 시작하였으나, 곧 국적, 성별, 세대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생태적 음악그룹의 창업실험으로 이어졌다. ‘행복한 작은 회사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기까지 사회적기업이 단순히 공공근로의 대체물이 아니라 문화예술영역까지를 포괄한 청년창업과 청년일자리의 근거로 기능하도록 꾸준히 제안하여, ‘노리단’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영역 사회적기업 1호로 인증 받았다. 이어서 2008년에는 요리를 매개로 청소년들의 일과 학습 모델을 만들어낸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사회적기업 인증에 성공했으며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창!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본격적으로 작은 회사들의 인큐베이팅을 시작하였다.

그 성과로, 보고 즐기는 관광이 아닌 공정여행을 기획하는 ‘트래블러스 맵’, 버려진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 디자인 제품을 생산하는 ‘리블랭크’, 책을 권하는 연극으로 삶의 방법을 찾도록 돕는 ‘이야기꾼의 책공연’, 친환경 결혼 예복을 만드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 지속가능한 영화제작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영화제작소 눈’, 음악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유유자적살롱’, 취약계층 청소년 대상 음악 교육과 재능기부 나눔콘서트를 하는 ‘에듀케스트라’ 등 총 7개 사회적기업이 추가로 인증을 받아 현재까지 하자센터에서 함께 생활해 가고 있다.

지속가능성 사회를 미리 사는 창의적 실험

이러한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하자센터는 2010년부터 지속가능성 사회를 미리 사는 창의적 실험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회적기업들의 인큐베이팅과 더불어 하자센터 내에는 하자작업장학교 외에도 주관이 다르고 목적이 특화된 작은 학교들이 속속 생겨나게 되었고, 현재 로드스꼴라(여행학교-트래블러스맵), 영셰프(요리학교-오가니제이션 요리),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음악학교-유자살롱), 소풍가는 고양이/달콤한 코끼리(창업학교-연금술사)가 운영 중에 있다. 그리고 작년부터 이러한 작은 학교들이 하자작업장학교 중심으로 공유와 협력, 우정과 헌신을 배우는 하자 네트워크학교로 재구성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하자작업장학교 자체적으로도 중등과정 신설을 계기로 하자센터 밖의 대안학교, 전환기 교육과정을 필요로 하는 혁신학교 등을 염두에 둔 협력교실의 운영을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하자센터는 앞으로 단순한 진로체험이나 진로설계를 넘어서는 ‘생애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생태계 조성해 나가려 한다.

한편, 2010년 세대간 교류와 영역간 협업이 가능한 창의적 플랫폼을 표방하며 신설된 하자허브는 네트워크학교와 더불어 목공방, 자전거공방, 적정기술공방 등 자급의 기술, 생활기술을 대중적으로 보급하면서 자활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시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과 장인들이 청소년과 시민을 만나고 기술을 전수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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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하자센터는 단순한 직업체험 공간만이 아니라 생애설계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을 위한 학습생태계를 실험하고, 청소년이 스스로 서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적 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를 위하여 하자센터는 청소년들이 일과 직업에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과 사례들을 만나 각종 직업세계와 제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직접 몸을 쓰며 체험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통합적인 직업관을 갖게 되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하자센터 내외부의 사회자원과 연결하여 청소년들로 하여금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성장하며 일을 만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테면, ‘일일직업체험 프로젝트’는 하자센터의 대표적인 청소년 진로설계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직접 직업인과 만나는 장을 열어주고 대화와 체험을 통해 미래의 직업을 상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1만 명 이상의 참여자가 몰리는 등 큰 호응을 얻어 이후 다른 진로설계 프로그램의 모델 사례로 자리매김하였다. 진로탐색의 기회가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직업을 갖고 있는 직업인과의 만남을 연결, 직접 이야기를 듣게 하고 또 스스로 몸을 움직여 체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전문 직업인들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직업 이야기를 듣고, 또 현장에서 하는 일을 짧은 워크숍의 형태로 또래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체험하게 된다. 한 클래스가 15명 내외로 구성되기 때문에 강사이자 멘토인 전문 직업인은 한 명 한 명의 청소년들에게 집중할 수 있으며, 청소년들 역시 팀별로 서로 협업해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진로교육은 ‘개인이 삶에 있어 필요한 생애역할, 평생학습, 일, 여가 등에 참여하는 것을 배우고, 준비하는 학습경험의 총체’이다(이지연, 2010). 진로교육이 단순한 직업교육이 아니라 삶의 비전과 동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길은 누군가 제시한 길이 아닌 청소년 스스로 걷는 길(自)이고, 개인 역량만을 키우는 길이 아닌 협력을 통해 함께 살 수 있는 길(共)이며, 경쟁의 승자가 되는 길이 아닌 새로운 공적 시민이 되는 길(公)이어야 하지 않을까.

글_ 박형주 (하자센터 기획부장)
사진_ 하자센터

* 참고문헌
이지연(2010). 「우리나라 진로교육의 반성과 새로운 전환」, 교육과학기술부
조한혜정·양선영·서동진(2002). 『왜 지금 청소년』, 또 하나의 문화

* [평생학습 초점] 청소년 진로교육 연재목록
(1) 청소년 진로교육, 변화가 필요하다
(2) 해외사례로 알아보는 진로교육의 내용과 방향
(3)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한 ‘하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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