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건 꿈꾸는 것, 가르치는 것은 다만 희망을 노래하는 것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 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배우는 건 꿈꾸는 것, 가르치는 것은 다만 희망을 노래하는 것

한국 사회에 ‘대안학교’가 생겨난 지도 어느새 10여년이 흘렀습니다. 90년대 중반 사회적, 정치적으로 혼란했던 시기에 등장한 대안학교는 전국적으로 100여 개가 넘게 생겨났을 만큼 양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교육기술과학부가 발간한 대안교육백서, 2007년)

외적으로 보여지는 성장만큼 대안학교 내부의 고민과 노력도 상당했겠지요? 초기 대안학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제천간디학교’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교사 대표이신 노경환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제천간디학교’가 어떻게 지난 시간을 꾸려왔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_1C|1280997795.jpg|width=”360″ height=”270″ alt=”?”|▲2008년 제천간디학교 입학식 모습 ⓒ제천간디학교_##]
제천간디학교는

먼저 제천간디학교를 간략히 소개할게요. 제천간디학교는 1997년 세워진 산청간디학교에서 2002년 분리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6년제로 운영되는 통합형학교입니다. 현재 28분의 선생님과 109명의 아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고요. 그동안 11번의 졸업식을 치렀고, 다음 달인 3월이 되면 새롭게 20여 명의 아이들이 입학해 간디인이 됩니다.

2009년 신입생은 이미 지난해 6월 다 정해졌습니다. 이유는 다른 학교와 달리 제천간디학교 입학전형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인데요, 제천간디학교는 매년 3월에 공지를 띄우고, 4월엔 학교 설명회를, 5월부터는 원서교부를, 6월에는 본격적인 신입생 선발전형을 시작합니다. 원서접수를 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쓴 ‘자기소개서’와 학생을 1년 이상 가르친 사람의 ‘추천서’가 필요합니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2차전형으로 학생과 학부모 면접이 진행되고, 거기서 인원을 추린 뒤 3차에서 ‘추첨’을 합니다. 정말로 ‘간디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한 학생을 찾아내기 위해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칩니다.

제천간디학교와 이곳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이념은 뭘까요? 바로 “몸과 마음과 지성을 골고루 발달시켜 자아를 완성하고, 나아가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교육입니다. 획일화된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나, 자아를 실현하고 나눔을 통해 더 가치있는 자기존재를 만들어가는 교육을 목표로 하는 곳이 바로 제천간디학교입니다.

[##_1C|1233740390.jpg|width=”360″ height=”270″ alt=”?”|▲아이들의 모여서 회의하고 있는 모습 ⓒ제천간디학교_##]
‘이상한 사회’, 그리고 대안학교

산청에서 제천으로 분리되어 ‘제천간디학교’가 된 지 이제 햇수로 8년, ‘간디청소년학교’가 생겨난 지는 12년이 됐죠. 그동안 간디학교는 어떻게 성장해왔을까요.

“학교의 틀이 잡힌 것은 2000년대 초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 창의적인 변화가 시작됐죠. ‘인성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학교’가 대안학교 초기 모습이었다면, ‘아이들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지점에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 2000년대 들어서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교과과정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안학교가 태동할 당시에는 ‘성적 중심의 교육 탈피’ 혹은 ‘부적응학생 대상’으로 하는 두 가지 부류의 학교로 나뉘었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다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천간디학교가 산청간디학교에서 분리된 것도 바로 이 때입니다. 산청간디학교는 ‘인가형 고등학교’ 중심의 교육을, 제천간디학교는 ‘중고교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성화 중심의 대안학교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제천간디학교는 ‘대학이 사회의 주류가 되는 세상에 반대하며 대안적인 학문을 꿈꾸는 교육’을 실천합니다.

“제도적인 틀로 봤을 때 대안학교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홈스쿨러를 위한 학교, 여행학교 등 틀이 없는 학교에 대한 고민들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어요.”

노경환 선생님은 10년 만에 100여 개의 대안학교가 생긴 한국사회는 ‘이상한 사회’라고 지적합니다. 10년이란 시간동안 학교가 자기 색깔을 갖는 건 불가능하고,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학교의 철학이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후죽순 생겨난 대안학교들은 앞으로 많이 걸러질 것이고, 남은 학교들은 자기 색깔을 찾아서 성장하겠죠.

재정문제 해법, ‘대안화폐’의 도입

정부나 기업의 재정적 지원이 전혀 없는 제천대안학교는 CMS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800여 명 일반시민들의 후원으로 학교가 겨우 운영되는 실정이죠. 아이들이 내는 기숙사비와 학비는 98% 선생님들의 인건비로 나갑니다. (참고로 제천간디학교 교사 초임이 80만원, 교장선생님이 160만원 정도입니다.)

사회적 인식 속에서 대안학교는 ‘돈이 좀 있어야 다닐 수 있다’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제천간디학교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부의 정도와 상관없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차등학비제도’와 ‘근로장학생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작업장 학교를 실행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합니다. 누구라도 오고 싶으면 올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천간디의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부터는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가 학교 내에서 ‘대안화폐’ 제도를 시범 운행 할 계획입니다.

“올해부터는 예산의 10%를 아껴서 학생들에게 감액혜택을 줄 계획입니다. 대전의 ‘한밭레츠’처럼 대안화폐제도를 운영할 계획인데요, 서로의 인프라, 개인 능력을 활용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학교 내 식당 선생님께서 나이가 예순이 넘으셨는데 평생 소원이 피아노를 배우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럼 피아노 잘 치는 아이가 이 선생님께 레슨을 해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레슨비를 대안화페로 받습니다. 교내에서 운영되는 카페에서도 현금대신 대안화페를 이용할 계획이고요. 돈이 없어도 개인 능력으로 학비를 충당하거나, 학교 예산 규모를 줄여가며 아이들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거죠.”

대안화폐제도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경제교육이 됨과 동시에 학교 입장에서는 다양한 아이들이 제천간디학교를 찾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_1C|1054960272.jpg|width=”241″ height=”360″ alt=”?”|▲제천 간디학교 내 대안에너지 활용 모습 <p>ⓒ제천간디학교_##]
긍정적인 교육바이러스 퍼뜨리기

제천간디학교는 사회 참여와 대안적 사회활동의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사회성과 관계성 그리고 공동체’를 강조하죠.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이 제천간디학교의 모토입니다. 그러다보니 제천간디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된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제천간디학교가 목표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지역사회 안에서 자치를 실현하는 게 목표입니다. 농촌은 절대 농사만 짓는 곳이어서는 안 됩니다. 돈이 주인인 사회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터전의 주인이 되어야 하죠. 농사꾼이 주류를 이루되, 교육·의료·문화·예술이 있으면 그 공간은 자기가 생산하는 모든 걸 공유하는 이상적인 사회가 됩니다. 바로 ‘자치사회’죠. 교육은 의료, 예술, 교육, 문화, 예술, 생산자를 다 배출 할 수 있는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제천간디학교는 실질적으로 이룰 수 있는 자치를 꿈꿉니다. 졸업한 아이들이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한 뒤 다시 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장 학교도 이런 취지를 담고 있죠. 지금은 봉사 중심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융합되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지역사회에서 하나되는 것입니다. 최소 10년을 바라보고 추진 중인 제천간디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죠.

“대안학교를 세운 지 이제 10년이 지났습니다. 이제야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학교를 지어놓은 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사회는 어려워질수록 철학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대안학교에 거는 기대도 많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이상을 꿈꾸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습니다. 대안학교는 지금 기대와 우려 속에서 한발 한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천간디학교의 지난 십년과 앞으로의 십년은 ‘사교육’과 ‘줄세우기’로 전쟁터처럼 변한 한국교육사회에, ‘올바른 교육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던질 것입니다. 제천간디학교가 넘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그들의 작은 행보가 ‘자본’과 ‘이기주의’로 얼룩진 우리사회 제도권 교육에 긍정적인 바이러스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글 – 이영은 해피리포터 / 사진 – 제천간디학교]

제천간디학교

☞ 주 소 : 충북 제천시 덕산면 선고 1리 92-3
☞ 전화번호 : 043-653-5791~3
☞ 팩 스 : 043-653-5798
☞ 누리집 : http://gandhischool.org/

[##_1L|1110364463.jpg|width=”94″ height=”69″ alt=”?”|_##]해피리포터 이영은(cindy0614@hanmail.net)

‘가슴이 반응하는 1초의 순간’을 찾아 헤매는 자유로운 몽상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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