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는 사유재산일까

희망제작소 뿌리센터는 후원회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만들기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공부하는 뿌리공부방을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11월 21일,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뿌리공부방 네 번째 모임이 열렸습니다. 토지+자유 연구소 조성찬 연구위원과 함께 <‘배제되지 않을 주거권’과 공공토지임대제에 기초한 토지임대형 주택>을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의와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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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현재 한국 사회의 화두입니다. 각 개인마다 그리고 집단마다 추구하는 복지사회의 모습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복지사회가 개인과 사회공동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사회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합니다. 그렇다면 개인과 사회공동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할까요. 이 조화의 핵심에 토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거불안, 일자리불안, 빈부격차 심화 등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의 근원에는 토지ㆍ주택 문제가 내제되어 있습니다. 고가의 부동산, 전월세 대란, 주거수준 미달 주택 등의 문제는 삶의 기본권인 주거권과 직결되어 있고, 사회 다양한 영역과 계층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토지ㆍ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사유하고, 준비해야 할까요. 아래는 조성찬 연구위원의 뿌리공부방 강의를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입니다. (♣표시 단어는 본문 하단 설명 참조)

토지 불로소득 환수해야

여러 토지ㆍ주택 문제의 핵심에는 공통적으로 ‘토지 불로소득 사유화’가 자리하고 있다. 경제학의 지대 개념은 경제 현실에서는 토지 불로소득으로 구체화되는데, 토지 불로소득은 주택매매시장에서는 매매차익으로, 주택임대차시장에서는 임대료(전월세금)로, 주태건설시장에서는 개발이익으로 변모한다. 주택금융시장에서는 대출이자로 변모하며, 주택조세정책에서는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토지 불로소득의 다양한 이름인 매매차익, 개발이익, 대출이자, 임대료, 조세는 주택문제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결국은 모두 ‘돈’ 문제로 모아진다. 이처럼 주택문제의 핵심에는 사회 전체가 창출한 지대를 개인이 토지재산권에 기초해 사유화하려는 토지 불로소득 추구행위가 자리하고 있다.

[##_1C|1242075705.jpg|width=”450″ height=”32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토지+자유 연구소 조성찬 연구위원_##]주거권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다. 어느 누구도 주거권에서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주택이라는 ‘정착물’이 자리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권리 역시 기본권으로서 어느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배제되지 않을 주거권’의 기초는 ‘배제되지 않을 토지권’이라 할 수 있다. ‘배제되지 않을 토지권’은 지공주의♣가 토지 소유의 첫째 조건으로 제시한 ‘모든 국민이 토지를 취득할 균등할 기회’와 본질적으로 같은 개념이다.

‘배제되지 않을 토지권’은 철학적 · 이론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정책적 차원에서도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하며, 이를 실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전제는 바로 토지 불로소득을 공공이 환수하는 것이다. 환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서 첫째, 토지사유제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대조세제♣를 실시하는 것과 둘째,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시장과 정책의 결합, 토지임대형 주택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으며, 부동산 경기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제 주택정책의 방향은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과 주택 자가소유 확대가 아니라 서민 주택의 확대 공급과 민간 임대차 제도의 선진화로 모아져야 한다.

그리고 서민층 이하의 보다 안정된 ‘배제되지 않을 주거권’을 위해서는 공공토지임대제에 기반을 둔 다양한 유형의 공공주택 공급이 합리적이다. 공공주택은 전세금을 마련해 주택구매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서민층을 위한 토지임대형 주택과,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한 서민층 및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토지임대형 주택은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기존 분양주택과 시장보다는 정책에 크게 의존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중간에 해당하는 주택으로, 시장과 정책이 결합된 주택이다. 이러한 토지임대형 주택은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1.공급자의 초기 비용부담이 과도해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2.토지임대료 가격이 높다 3.아파트에서 토지ㆍ건물 소유권 분리가 확립되지 않아 지속성이 우려된다 4.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등의 반론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각각의 반론에 대해서는 1.토지전세금을 활용하면 초기비용회수가 가능하다 2.토지전세금을 활용해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3.토지사용권기간을 잘 조정하면 해결 가능하다 4.앞으로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일반 분양이 아닌 토지임대형 주택 위주로 공급한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면 가능하다 라는 재반론이 가능하다.

LH공사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 토지임대형 주택을 공급하는 것 외에 뉴타운 사업지구에도 토지임대형 주택을 도입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주민 동의를 얻어 토지소유권을 매입(동시에 주민은 토지사용권을 획득)하고, 대신 주민들은 토지소유권 보상비로 주택을 신축(개량) · 소유하면 재정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때 정부 역시 토지사용권 임대로 꾸준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부담을 덜 수 있다. 한편, 전면철거 재개발 방식인 경우는 정부가 주택을 건설하며, 주민참여형 재개발 방식인 경우 주민이 직접 개량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토지임대형 주택이 우리나라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첫째, 전반적으로 토지보유세를 인상해 토지 불로소득 획득이 어려워지도록 한다. 둘째, 향후 공공택지에서 토지임대형 주택 위주로 공급한다. 셋째, 토지임대형 주택 구입자에게 토지임대료를 징수하되 건물분 재산세와 근로소득세를 공제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넷째, 주택투기가 심한 서울 등 대도시 중심부의 주택수요가 많은 지역을 먼저 공급대상으로 삼는다. 다섯째, 중앙 및 지방정부가 공공토지비축제도를 활용해 서민층에게 부담없는 수준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택지를 제공한다.

[##_1C|1347663089.jpg|width=”450″ height=”30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다소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반에 걸친 강의 후 활발하게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토지공유개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문제, 이미 많이 오른 땅값을 인정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통일이후의 토지제도와 공동체토지신탁제도(CLT)♣와 같이 이날 강의 주제는 아니였지만, 향후 우리나라와 지역에서 중요하게 대두될 주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한편 이날 뿌리공부방에는 중학생부터 대학생, 대학원생, 30~40대 교사, 회사원, 50대 컨설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 다양한 배경의 분들이 함께해주셨습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뿌리공부방을 통해 대안경제, 기후환경문제, 시니어 커뮤니티사업, 공공 융자(Public Financing)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뿌리공부방 운영에 대해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이 자리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글_뿌리센터 장우연 연구원 (
wy_chang@makehope.org)


♣ 용어설명

*배제되지 않을 권리
맥퍼슨(C.B. Macpherson)은 기존 재산권 이론이 지나치게 배타성이 강한 사적 재산권을 옹호하였다고 비판하면서 토지와 같은 공유재산에 대해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새로운 재산권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그는 사유재산, 공유재산, 국유재산 중에서 공유재산이야말로 가장 이물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재산권으로 봤다. (조성찬, 강의자료:2)
*지공주의(地公主義, Georgism)
지공주의는 모든 사람이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상으로서 생산요소 중 토지와 자본의 사유를 허용하는 자본주의와 양자의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주의를 지양해 토지 공유, 자본 사유를 주장한다. 즉, 노력해서 생산한 것에 대해서는 생산자의 사유를 인정해 효율성을 달성하고, 사람의 노력과 무관하게 하늘에서 내린 토지는 사유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형평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위키백과 지공주의 정의/김윤상, 2011:108~109)
*지대조세제(地代組稅制)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모든 토지에 대해 1년간의 토지사용료인 지대를 매년 토지소유자에게서 징수하여 최우선적인 정부수입으로 삼는 제도이다. 토지사유제의 폐단인 토지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토지소유 주체는 그대로 둔 채 지대를 조세 형식으로 환수하려는 것이 핵심개념이다. (김윤상, 2011/조성찬, 2011:6)
*공공토지임대제(公共土地賃貸制)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면서 개인과 기업 및 정부기관에게 토지사용권을 임대해 임대료 명목으로 지대를 받고, 토지사용권자로 하여금 도시계획에 부합한 건물을 짓도록 하는 제도. (조성찬, 2011:3)
*공동체토지신탁제도(Community Land Trust, CLT)
공동체토지신탁은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신탁의 구성원이 지역 내 사회, 경제 및 환경 자산의 이익을 지역공동체에 제공하기 위해 토지를 취득하고 관리하는 법인형태의 조직이다. CLT 활동의 이익은 어떠한 것이든지 지역사회를 유익하게 하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 (전은호, 2009: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