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권 캠페인 칼럼] 보행권이 인권이다!

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입니다. 3210-3378

한겨레신문, 녹색교통운동, 희망제작소가 지난 9월 21일, “보행권을 되찾자” 보행권 확보를 위한 공동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을 통한 보도가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에 메인 뉴스로도 걸려,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을 표시하는 등 사회적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보행권 캠페인 홈페이지(old.makehope.org/walk)에도 많은 네티즌들께서, 최고의 거리-최악의 거리와 관련된 사진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끝까지 책임있는 자세로 캠페인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글은 공동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녹색교통운동 민만기 사무처장의 칼럼입니다. 보행권 캠페인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네티즌 여러분들께 소개드립니다.

“보행권이 인권이다”

“걷는 데도 권리가 있었구나!” 탄식 같은 자각의 이 한마디가 터져나온 것은 1993년이었다. 그리고 척박했던 이 땅의 교통현실에 인간존중의 요구로 나타난 보행권 회복운동에 대한 시민의 호응과 가치 공감의 일성으로 운동의 지속과 확산을 독려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해 3월 출범한 녹색교통운동은 교통분야에서의 시민운동을 선언하면서 ‘사람을 위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교통’이라는 깃발을 들었다. 차 막히면 인도 줄여서라도 차도 넓히고 소통에 지장주면 횡단보도도 없애버리던 시절, 교통에서의 인권회복은 가치의 소중함과 달리 일대 발상의 전환이나 자각이 아니고는 공감을 얻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였다.

6월에 개최한 ‘보행권 신장을 위한 도심지 시민 걷기대회’는 보행권이라는 용어를 우리나라 최초로 공식화하고 차에 밀려 뒷전이 된 보행자의 권리를 선언하는 행사였다.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 ‘차에게 빼앗겼던 인권을 되찾자‘, ’비인간적인 보행환경과 횡단보도 개선하라‘ 등의 요구가 터져 나왔다.
[##_1C|1010391122.jpg|width=”463″ height=”319″ alt=”?”|1993년 6월의 보행권 신장을 위한 도심지 시민 걷기대회 모습_##]한 시민이 참가기를 쓰면서, 당연한 권리지만 지금껏 단 한번 문제의식조차 갖지 못했다는 탄식과 차 우선이 자연스럽고 사람은 그러려니 참아야 할 문제로만 여기고 잃어버리고 살았던 자신의 권리를 충격적으로 자각하며 이 한마디를 제목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보행권은 확보나 확대가 아닌 보행권 회복운동이 되었다. 천부의 기본권은 차권이 아니란 인권이고, 본래부터 있어야했던 것을 회복하는 것이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에게도 평등한 교통권을 요구하였고, 차량소통을 위해 육교나 지하도로 대체되어 지워진 횡단보도를 복원하는 설치운동을 벌였다.

교통단체가 아니어도 전국 각지 다양한 단체들이 보행권운동에 참여하였고, 1998년에는 ‘보행권 회복을 위한 전국네트워크’가 발족되기에 이른다. 시민단체들만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횡단보도 설치운동에 나서고 통학로 보행환경 개선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변화와 성과도 나타났다. 1996년 어린이 보호구역이 법제화되었고 1997년에는 서울시에 최초로 보행조례가 제정되었다. 조례 제정은 다른 도시들로 이어졌고 제정된 조례에 따라 보행환경개선기본계획이 수립되고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었다. 2005년에는 광화문 4거리에 횡단보도가 복원되어 보행권 회복의 상징이 되었고 교통약자 편의 증진법이 제정되었다.

서구의 보행권 역시 ‘가로는 모든 사람의 것’이고 ‘모든 사람은 보행자’라는 가로 민주주의, 인권과 보편성, 교통약자 등에 대한 형평성에서 출발한다. 1950년대 후반 이후 도심의 보행자 공간 형성이 활성화되었고, 1963년에는 주거환경 보호를 위한 통과교통 배제를 주창한 부캐넌 보고서가 제출되어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_1C|1323594847.jpg|width=”640″ height=”480″ alt=”?”|이 인도없는 거리를 어찌하랴. 아이들이 위태롭다._##]1970년대 초반에는 네덜란드에서 차량 대수와 속도를 억제하는 본엘프의 실험이 시작되었고, 1988년에는 유럽의회에서 지금 보아도 보행권의 기준과 지침으로서 손색이 없는 ‘보행자 헌장’이 채택되었다. 교통진정 (traffic carming), ‘템포 30’, 대중교통 중심도시, 승용차 없는 도시(car-free cities) 들은 이런 흐름의 연장에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 일부 혁신 자치체들에서 <도로-차도=보도 또는 제로>를 <도로-보도=차도>로 바꾸는 미노베 방정식이 받아들여지면서 커다란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어린이 교통안전지구와 생활죤의 자동차 규제가 시작되었고, 1981년에는 유명한 커뮤니티 도로정비 사업이 시작되었다. 일본 각지에서 진행된 마을만들기 운동과 결합한 시민참여의 특색을 이루기도 하였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저마다 거대 개발공약을 쏟아내고 선진사회를 약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거대 예산을 끌어와 인도도 없는 도로 만드는 것을 자랑과 생색으로 여길뿐 시민들의 실제 생활세계의 불편 개선과 기본권 보호에는 관심을 두는 것을 보지 못한다.

생활 속의 구체적인 인권이며 물량적인 성과보다도 우리사회가 진정 부족하고 비어있는 부분의 하나인 보행권 회복을 차분히 추구한다는 면에서 한겨레의 이번 기획은 우리 사회가 진정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의미 깊은 조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에는 마을이나 학교 부근조차 아예 인도가 없는 도로가 허다하고 도시 인도들의 태반도 개선되지 않은채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평화복지, 환경상생의 새세상으로 나아갈수 있느냐 없느냐의 길목에선 오늘의 우리사회에 보행권은 자유권만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권으로까지 확장돼야 한다.

지방차별의 시정은 물론 도시와 가로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디자인, 사회적 합의, 실제적인 투자와 시민 참여형의 정비사업이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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