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부탄 유학생 Sonam Pem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인턴연구원)이 소개하는 미지의 나라 부탄 이야기. 최근 외신보도를 통해 ‘마지막 지상낙원’ 등으로 소개되면서 한국에서도 많은 분이 부탄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우리가 부탄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의 친구들을 위해 지금, Sonam Pem이 자신의 고향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용자
한국에서 보낸 16개월 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면, 히말라야에 있는 나의 작은 왕국은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 중 절반 이상을 부탄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는 데 보낸 것 같습니다. 부탄을 알리는 일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언어의 장벽도 있었고, 부산, 부천과 같이 부탄과 발음이 비슷한 도시들을 주의해야 했으며, 북한으로 오해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부탄을 아는 소수의 한국인들에게 부탄은 ‘행복의 나라’이자 왕이 존재하는 군주제 국가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부탄에 가보지 않았다면, 부탄 사람을 만난 경험은 없을 겁니다. 부탄의 인구는 69만 5822명(2010)에 불과하고, 이 중 단 열 명 만이 현재 한국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많이 주저하고 걱정하며 한국에 왔는데, 부탄 사람이 비영어권 국가에서 유학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나에게 뜻밖의 놀라움을 선사했고, 나는 이곳 생활의 많은 부분을 부탄의 생활과 비교하게 됐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부탄의 전통 및 문화와 유사한 점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부탄에는 약 30명의 한국 학생들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재학 중이고, 일부는 KOICA를 통해 단기 자원봉사자로 부탄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많은 한국 청년들이 히말라야에 있는 ‘부탄’이라는 이름의 나라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부탄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어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를 ‘마지막 지상낙원(Shangri-La)’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천국의 한자락’이라고 부른다고도 하니, 여러분께서도 언젠가 한 번 부탄을 방문해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국왕의 결단으로 시작된 민주주의

부탄은 동부 히말라야에 위치한 산이 많은 내륙국가로서, 북으로는 중국과, 남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부탄의 면적은 38,398㎢로 스위스와 비슷합니다. 지정학적 위치와 크기를 고려할 때 보통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주변 국가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탄만의 뚜렷하고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부탄은 티베트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티벳에서 온 위대한 성인 ‘Zhabdrung Ngawang Namgyal’이 부탄을 발견하고 세웠기 때문입니다.

부탄은 자체적인 분리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에, 1950년대까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인종과 언어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유하는 부탄만의 강한 정체성을 확립해왔습니다. 우리의 문화적 유산은 거의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예술, 의례, 축제, 사회적 규범과 구조들은 지난날의 유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백년 전부터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습니다.

부탄의 환경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토의 72%는 숲으로 이루어져 있고, 더 나아가 헌법에서는 국토의 60% 이상이 항상 숲으로 덮여 있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런 배경 아래서 우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수백 종의 식물과 동물들을 보존하고 보호해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인간이 감히 접근하기 어렵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 중 하나인, 7600m 높이의 Gangkar Puensum도 있습니다.

”사용자2008년까지 부탄에서는 절대군주제가 남아있었고, 이후 제4대 국왕 Jigme Singye Wangchuck은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같은 해 그의 장남인 제5대 국왕 Jigme Khesar Namgyel Wangchuck에게 자발적으로 왕위를 승계했습니다. 오늘날, 부탄 정부는 영국, 태국과 마찬가지로 입헌 민주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는 매우 대조되는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부탄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의지를 통해 시작된 것이 아니고, 순수하게 4대 국왕의 결단으로, 실행 가능성과 지속성을 염두에 둔 민주주의적 기관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부탄은 경제규모가 세계에서 제일 작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부탄의 경제는 수력, 관광, 농업 그리고 임업에 기반하고 있는데, 인구의 60% 이상은 시골에 살며 농사를 통해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부탄의 가장 큰 수익원은 수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여 인도에 수출하는 것입니다. 높은 관광세와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는 관광산업 또한 국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입니다; 부탄은 ‘소규모 고부가가치’라는 원칙을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교육과 의료 서비스는 무료입니다. 학교와 정부 기관에서 사용되는 의사소통의 수단은 영어입니다. ‘Dzongkha’라는 고유 언어가 있음에도, 일반적으로 영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국민 총 행복량’을 아시나요

오늘날, 부탄은 ‘국민 총 행복량(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독특한 발전 철학으로 세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개념은 제4대 국왕에 의해 소개되었습니다. 국민 총 행복량(GNH)은 부탄의 발전 과정에서 발현되고 있는 철학들을 이끌어냅니다. 이는 강한 신념에 근거한 것으로 사람은 자연과의 관계를 통해 행복을 찾고, 어느 사회나 국가든 모든 시민이 가장 원하는 한 가지는 바로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듯, 국가는 모든 시민이 어렵지 않게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국민 총 행복량은 경제 및 산업성장을 추구하는 것과 전통과 사회의 문화적 요구에 대한 주창 및 보전 사이의 균형을 꾀합니다. 결국 GDP 수치가 아닌 개인의 행복을 더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2006년 ‘The Business Week magazine’은 부탄을 아시아에서 제일 행복하고,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행복한 나라로 선정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Leicester 대학의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로, 한국은 이 조사에서 104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과 부탄의 GDP는 결코 비교할만한 수준이 아닌데, 부탄은 세계에서 GDP가 제일 낮은 나라 중 하나이고 한국은 OECD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이는 돈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유일한 수단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대신 다른 몇몇 요소들이 행복과 삶의 만족도를 결정합니다. 부탄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한다면 잘못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대다수가 그들이 추구하는 단순한 삶의 방식에 만족한다고 한다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행복을 측정하는지, 그리고 이 이야기 뒤에 있는 이론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면 이 사이트(www.grossnationalhappiness.com)를 방문해보십시오.

부탄인들의 삶에 대한 만족은 누군가의 고통, 빈곤 또는 부족함이 과거의 업보(Karma)에 따른 결과라는 불교의 기본 교리에 뿌리를 둡니다. 또한 우리는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도록 교육을 받는데, 이는 인생 자체가 영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경제ㆍ사회계층에 퍼져있는 강한 믿음 체계와 문화는 부탄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자신의 존재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도록 이끕니다.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국가의 주수입원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부탄의 관광산업은 세계에서 제일 엄격한 여행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는 정부의 구속을 받지 않는 여행객의 물결이 그 나라의 전통, 문화, 깨끗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들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부탄은 사회ㆍ문화적으로 합당하고, 경제적으로 성공 가능하며, 생태 친화적인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전통, 문화, 환경에 중점을 두고 여행객의 물결을 통제한 덕에, 현재 부탄은 문화, 전통, 종교, 역사가 풍부한 살아있는 박물관이자 원래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있는 자연을 성공적으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하루에 최소 200~ 250 달러를 써야만 하는데 이는 당신의 숙박료, 식비 및 교통비, 가이드비, 문화재 입장료를 포함한 것입니다. 그러나 5성급 호텔에 숙박 시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는 한국의 몇몇 고급호텔들이 1일 숙박료로 청구하는 비용과 거의 비슷합니다. 관광객들은 부탄에 있는 여행사 직원을 통해 여행을 와야하고 모든 예약사항도 직원을 통해 처리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아래와 같은 사람이라면 부탄을 방문하길 권합니다.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에서 숨을 쉬고 이국적인 풍경을 경험하길 원한다면

사람들이 매일 그들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면
   (내가 가진 하나의 판타지는 모든 서울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입니다)

●  케이블카를 타거나 인공계단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흙을 밟으며 산을 등반하길 원한다면
    (케이블카와 인공계단은 결코 녹색 성장을 촉진하지 못합니다)

●  여행할 때 매운 음식 없이는 살 수 없다면  (우리는 거의 모든 요리에 칠리를 넣습니다)

●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웃고, 미소짓는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를 걷기 원한다면 
    (부탄 사람 중 극히 일부만이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기쁘게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  정말로, 당신이 바쁜 삶에 스트레스를 받고, 과거로 여행을 떠나길 원한다면

부탄으로 오십시오.
”사용자
한국의 어떤 풍경들은 나에게 미래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내가 살던 부탄에 남아 있는 옛 모습은 여러분의 나라의 발전상보다 훨씬 더 평화롭고 조용하답니다.

글ㆍ사진_ Sonam Pem

”사용자2005년 학교를 졸업한 뒤, 부탄의 Tarayana재단이라는 NGO에서 일했다. 방콕에서 공부한 친구로부터 성공회대학교의 ‘아시아 시민사회 지도자 석사과정 프로그램(Master of Arts in Inter-Asia NGO Studies/MAINS)’을 알게되었고, 2010년 2월 해당 과정에 입학했다. 2010 아시아 NGO 이노베이션 서미트 자원봉사를 통해 희망제작소와 인연을 맺었고, 현재는 국민 총 행복량에 대한 연구와 행복에 관한 이론을 희망제작소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 sonamtarayana@gmail.com



번역_ 뿌리센터 최선호 인턴연구원 (prefer6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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