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합창 가사 정하기,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_1C|1107999725.jpg|width=”300″ height=”225″ alt=”?”|2008년 4월 12일, 베를린 현대미술비엔날레에서 열린 불만합창단 설명회. 어떤 불만을 노래할지 토론하는 사람들_##]편집자 주/ 이 기사는 불만합창단 블로그에 올라 온 두 번째 모임 후기를 옮긴 것입니다. 희망제작소에 모인 불만합창단 단원들이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불만노래를 완성해 가는지, 이 흥미진진한 실험을 함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9월 17일(수)에는 불만합창단 두 번째 모임이 있었습니다.
첫 모임에 못 오셨던 분 중 두 분이 어제 아침 이별을 통고하셔서
오늘 모임엔 몇 분이나 오실까 아침부터 내내 불안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뉴 페이스만 총 8명!!!!
게다가 첫 모임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서 보고 너무 재밌어서 오셨다는 분까지!!
우리가 글을 좀 잘 쓰긴 했죠!

불만합창단 두 번째 모임의 미션은 가사 정하기!
약 400개의 불만 중, 우리가 노래할 50~60개의 불만을 정해야하는 것이었죠.

가사를 정하는 과정은 불만합창단의 백미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400개의 불만 중에서 모두가 혹은 다수가 동의하는 50~60개를 찾아가는 과정이 어찌 만만하겠습니까.
개중엔 굳이 가사로 만들고 싶지 않을 불만도 있을테고, 꼭 가사가 되었으면 바라지만, 다른 단원들이 고개를 절래절래하는 불만도 있을테니까요. 모두가 좋아라하는 불만을 뽑아내는 것 자체는 환상일 수 있겠지만, 환상을 실현하느라 애쓰느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디더라도 최대한의 합의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 과정에서 빈정 상함, 토라짐, 집에 가고 싶음, 노래 안하고 싶음, 당장 그만두고 싶음 등등
따라오는 변화무쌍한 감정들을 친구 삼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내 이야기를 잘 하는 것이
어디 쉽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과정이야말로, 불만합창단의 핵심 중 하나겠거니! 하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또) 내멋대로 생각하게 된 건 지난 4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불만합창단 설명회에 다녀온 후 부터입니다.

[##_1C|1342385924.jpg|width=”436″ height=”257″ alt=”?”|헬싱키 불만합창단. 가사 정하기 토론 중 (사진제공 COMPLAINTS CHOIR WORLDwIDE)_##]그날, 그 자리에서 즉석에서 모인 수 십개의 불만들 가운데서 ‘우리 합창단’이 노래 부를 불만을 정하는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남.녀.노.소. 세대를 가로지른 모임도 익숙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이들이 너무나 열심히,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모습은 약간의 컬쳐쇼크!
토론 문화가 척박한 우리 문화에서 불만합창단이 가능할까?
처음 만난 사람과 자기의 사소한 불만들을 꺼내서 이야기하고, 처음 만난 사람을 설득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_1C|1146720737.jpg|width=”300″ height=”225″ alt=”?”|_##]노래를 만들어서 부르는 게 관건이다 싶었던, 처음의 생각들이 와장장장창 깨지면서
“불만합창단… 될까? 할 수 있을까? ”
ㄷㄷㄷㄷㄷㄷㄷㄷ
가슴에 ‘ㄷ’자를 가득 새긴 채 돌아왔습니다.

불만합창단 첫 번째 모임이 재밌게 잘 진행됐다는 자평(자뻑?) 속에서
런칭 기념 맥주를 기울이며 희희락락하던 저는, 두 번째 모임이 많이 걱정이 됐었습니다.
혹시나, 이야기를 잘 안하시면 어떡하지? 지겨우면 어쩌지? 재미없다고 다음부터 안오시면 어쩌지.
그런데….이런 제 걱정을 한 방에 날려주신. 님들….


[##_1C|1227558329.jpg|width=”300″ height=”225″ alt=”?”|_##]모둠을 나누어서 400개 불만을 읽어보며, 각 모둠 별로 30개의 불만을 뽑기로 했습니다.
정한 시간을 넘기고 또 넘기면서 각 모둠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이럴 수가요!!!
이야기가 끊이질 않아서, 진행을 맡은 저는 도대체 어디에서 끼어들고, 중단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했답니다.

“지난 주는 좀 지겨웠는데, 오늘은 아주 재밌네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어요.” (이준용 님)
준용님은 ‘지난 주= 좀 지겨움’, ‘이번 주=아주 재밌음”으로 저를 두 번이나 놀래켰습니다.


[##_1C|1389255828.jpg|width=”581″ height=”386″ alt=”?”|_##]각 모둠에서 정한 불만들 중에서 우리가 부를 가사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엔 “브레인 전지 라이팅”이 있었다면. 오늘은 “신호등 토론” !!

빨강.노랑, 초록.
세 가지 신호등 색깔의 카드를 가지고 의사를 표현하는 겁니다.
이 불만을 노래로 부르고 싶으면 초록 카드를, 부르고 싶지 않으면 빨간 색 카드를, 아직 판단을 잘 못하겠으면 노란색 카드를 들고, 왜 그 카드를 선택했는지 이유를 묻고 들었습니다.

[##_1C|1227985304.jpg|width=”300″ height=”225″ alt=”?”|_##]카드를 척척 들어올리며,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여러분들은 모르실 거에요.

도대체 누가 우리의 토론 문화가 척박하다고 했나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토론들 속에서 저는 속으로 조용히 외쳤습니다.

(님들, 좀 짱인듯! )

“왜, 늘 시간은 모자란 거야!!!!” 라는 불만이 추가로 제기된 가운데,,
밤 10시가 되어서야, 불만합창단의 두 번째 모임은 끝이 났습니다. 50개의 불만 가사를 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거쳐, 노래옷을 입게 되겠지요.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지.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 토론 한 번 더 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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