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노동자의 사회안전망 형성을 위한 노동공제회 활성화 방안

◯ 공제(共濟)는 ‘함께 건넌다’라는 의미로, 어려운 고비를 함께 건넌다는 의미임. 개인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단순히 개인의 책임에 맡기지 않고, 일정 자조조직의 상호간 돕기로 나누어 공동체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임. 이에서 비롯된 공제운동은 공동체의 실질적인 필요와 요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단일한 이념이나 운동노선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상호부조(mutuality), 상호성(reciprocity), 연대(solidarity)라는 공통점이 발견됨.

◯ 헌법에서는 국민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동기본권에 대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규정하고 있으나, 노동기본권의 보호체계가 협소함. 특히, 전통적 노동구조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기존의 노동보호체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함. 특히 비정규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권보호를 할 수 있는 기제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안전망도 기대하기가 어려움.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제모델은 노동과 결합하여 새로운 노동권보호 모델로서 자리잡을 수 있음.

◯ 공제는 상고시대부터 동서양에서 계속되고 있었으며, 주로 상호부조를 기초로 하고 있었음. 오늘날의 공제조합의 형태로 발전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한 것임. 특히, 1980년대 이후에 신자유주의 체제가 시작되어 사회보장기능이 축소되고 민간부문에 위탁되자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공제회가 확산되었음.

◯ 노동운동에서 공제는 그다지 각광받지 못했는데, 이는 공제조합이 사회보험제도의 전달기관으로 충실하게 발전하였기 때문이며, 노동조합은 기업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 이념적 투쟁을 주로 하였기 때문임. 노동조합이 공제조합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크게 차이가 나서 사회주의계열의 노동조합은 공제를 받아들였지만, 공산주의계열의 노동조합은 공제를 받아들이지 않음.

◯ 한국에서는 1920년대 조선노동공제회(朝鮮勞動共濟會)가 최초의 노동운동조직이자 공제회로서 설립되었음. 조선노동공제회는 4년 만에 조선노농총연맹으로 통합되면서 해소되었으나 1925년 원산노동연합회에서 공제사업을 이어나갔음. 이는 1929년 원산총파업의 원동력이 되었음. 1930년에는 평양에서 공제조합이 공장을 인수하고 운영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일제의 탄압으로 해체당함. 광복 이후에도 공제조직은 어디에서도 쉽게 형성되지 못했음. 한국전쟁 이후에 생긴 공제조합은 노동공제회라기보다는 빈곤을 타파하기 위한 공제조합이었으며, 국가주도적으로 운영되거나 일정한 직종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어졌음. 공제회가 다시금 노동과 결합하게 되는 것은 1990년부터이며, 특히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노동공제회가 설립되기 시작함.

◯ 노동공제회는 단순히 상호부조사업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노동조합과 사회안전망이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의 ‘절반의 노동’을 온전하게 포함시키기 위한 시도임.

◯ 노동공제회의 활성화는 4가지의 의의를 갖는데, 첫째는 자주적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한 연대성의 회복, 둘째는 참여를 기반으로 한 노동자 주체형성이며, 셋째는 산업정책과 사회적 의제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사회적 협약과 사회운동에 있어서 노동자 정체성을 가지고 강화할 수 있다는 점임.

◯ 노동공제회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관계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폭넓은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하며, 사회안전망의 최종보루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져야 함. 또한 법체계의 정비를 통해서 공제사업의 운영에 방해가 되는 각종 규제를 철회하고 국제보험감독기구가 제시한 원칙을 바탕으로 공제회기본법이 만들어져야 함. 사회적경제 편입과 활성화를 위해서 노동금융플랫폼을 설립하여 안정적인 자금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을 실시하고 노동자 주도로 사회적경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함.

◯ 지방정부는 지역의 특징에 맞추어 노동정책을 설정하고 있으므로 이 노동정책과 연계하여 지방정부의 노동공제회에 대한 지원정책이 필요함.

– 글: 김세진 연구사업본부 연구원ㆍinosj@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