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4강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세상을 바꾸는 블로그 이야기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블로그하고 계신 분 있나요?”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물었다. 희망제작소 ‘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수강생 56명 중 단 3명이 손을 들었다. 김주완 기자가 또 물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의 차이를 아시나요?”

아무도 답이 없다. 4기 SDS 수강생의 절반 이상은 20~30대다. 웹 2.0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이 블로그를 하지 않을 리도, 홈페이지와 블로그의 차이점을 모를 리도 없다. 그런데도 선뜻 손을 들거나 입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블로그가 전혀 다른 개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용자
“우리나라에 블로그를 대중화시킨 주역은 네이버입니다. 하지만 미니홈피의 대항마로 블로그를 선택한 네이버는 ‘1인 미디어’라는 블로그 본연의 성격을 심각하게 왜곡했습니다. 미니홈피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올리고, 일촌과 다를 바 없이 다른 블로그와 이웃 맺기를 하며, 급기야 남의 글을 가져오는 ‘스크랩’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거든요.”

일례로 네이버에서 ‘파워 블로거’는 ‘조회수’가 아닌 ‘스크랩수’로 결정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봤느냐가 아니라, 많이 ‘펌질’했느냐가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 중 상당수는 자신의 글이 아닌 다른 블로그에서 ‘펌질’한 포스트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김주완 기자가 생각하는 ‘파워 블로거’란 무엇일까.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죠. 주류 언론이 말하지 않는 혹은 외면하는 진실을 찾아내고, 기존 언론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각을 던지거든요. 그들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사회적 의제를 생산하고, 실제로 부당한 현실을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대안언론’인 겁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집단이 바로 블로거예요. 낙종의 주범이니까요.(웃음)”

파워 블로거를 ‘온라인판 소셜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이유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당신, 블로그를 하라

충북역사문화연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만순씨는 지난해 6월 ‘특종’을 터뜨렸다. 한국전쟁 당시 상부의 지시를 거역하고 보도연맹원들을 탈출시킨 경찰관의 공덕비를 최초로 발굴해낸 것이다. ‘한국판 쉰들러’였다. 박만순씨는 곧장 블로그에 자신이 알아낸 역사적 진실을 글로 써서 올렸고, 조회수는 순식간에 2만4000명을 돌파했다. 지역일간지 인터넷신문의 하루 평균 최고 조회수는 1000건. 무려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로 뒤늦게 그의 포스트를 접한 언론사들은 “낙종했다”며 서둘러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박만순씨는 원래 언론사에 ‘제보’하려고 했다.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주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을 통해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의논했다. 하지만 김 기자는 오히려 제보를 말렸다.

“기자들이 시원한 곳에 앉아 편하게 기사를 쓸 때 박 위원장은 땡볕을 뛰어다니며 어렵게 발굴해낸 거잖아요. 그걸 왜 게으른 직업기자들에게 손안대고 코풀게 해줘야 하나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죠. 당신이 기자다, 당신이 직접 블로그에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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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에서 기획부장으로 일하는 이윤기씨는 올해 1월 자신의 블로그에 ‘초등학교 우유 강제급식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포스트를 올렸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묻지도 않고 강제로 유유급식을 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었다. 무려 12만8000명이 그의 블로그를 방문했고, 경남도교육청은 그 다음날 모든 학교에 우유급식 희망조사를 거친 후 급식 여부를 결정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한 명의 블로거가 광역도의 정책을 바꾼 겁니다. 블로거들이 의제를 생산하면 기자와 공무원들이 뒤따라오는 상황이 된 거죠. 7개월 전 쯤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그러더군요. 글 좀 쓴다는 시민기자들이 죄다 블로그로 옮겨간 통에 오마이뉴스가 문 닫게 생겼다고요. 그저 앓는 소리가 아닙니다. 1인 미디어로서 블로그의 위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겁니다.”

사실 김주완 기자도 1999년 오마이뉴스 창간 때부터 시민기자로 활약했다. 한동안 기사를 열심히 올려 제법 원고료도 많이 받았다. 최근에는 기사 한 건당 1만2000원으로 원고료도 대폭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글이 뜸해졌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다.

“재미가 없어요. 같은 글도 오마이뉴스 버금기사에 올라가면 고작 8000건인데, 블로그는 수만 명이거든요. 많을 때는 10만 명도 넘어요. 원고료 개념을 초월해서 매력이 천지차이인거죠. 그리고 사실 오마이뉴스는 ‘우리끼리’ 보는 거잖아요. 블로그는 별 사람이 다 와요. 우리가 말하는 ‘운동’이 공감하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블로그만한 소통 수단이 없는 거죠.”
 
 오늘도 ‘블로거 10만 양병설’을 위해  뛴다

“파워 블로거 수입은 얼마나 되나요?”
“미국은 블로거 활동이 활발하다던데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저도 블로그를 만들고 싶은데 어디에서 만들면 좋을까요?”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강의실 곳곳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파워 블로거에 대한 예비 소셜 디자이너들의 관심은 그만큼 뜨거웠다. 김주완 기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블로거를 유일한 직업으로 삼을 경우 한 달에 최소 70만 원에서 많으면 10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 구글 광고가 20~30만 원 정도고, 다음이 파워 블로거에게 달아주는 광고가 30~50만 원 선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서점과 연계한 책 광고 등 블로그 광고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약 40만 명이 블로거를 직업으로 삼아 돈을 벌고 있어요. 연수입이 수억 원 정도는 돼야 파워 블로거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이런 천문학적인 수입이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영어권이기 때문일 겁니다. 영어로 글을 올리면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으니까요. 구독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광고 단가도 올라가게 되겠죠.”

”사용자
 김주완 기자가 추천하는 블로그 서비스는 ‘다음 뷰’(v.daum.net)와 ‘티스토리’(www.tistory.com)다. 네이버 블로그는 유료 광고는 물론 네이버 외 다른 블로그와의 교류도 불가능하다. 반면 이들 두 블로그 서비스는 개인이 광고를 자유롭게 달 수 있고,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자기 블로그에서 모든 블로그의 포스트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파워 블로거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는 김주완 기자에게 종이신문의 미래를 물었다.

“앞으로 5~10년 이내에 종이신문은 사라질 겁니다. 이미 조·중·동은 자전거 경품 없이는 지금의 독자수를 유지할 수 없어요. 독자보다 더 민감하고 똑똑한 광고주들도 이미 종이신문 광고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입니다. 혹여나 우리 기업에게 나쁜 기사를 쓰지 않을까, 보험 차원에서 광고를 싣는 거죠. 종이매체에 미련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그래도 컴퓨터 들고 화장실에 갈 수 있느냐’고 하는데, 요즘에는 화장실에서 트위터를 하는 사람도 많아요. 종이매체가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야죠.”

우리 시대의 진정한 파워 블로거 김주완 기자는 지금도 ‘블로거 10만 양병설’을 목표로 전국을 항해한다.


글 /  4기 소셜디자이너스쿨 수강생
  권지희 (전 여성신문사 기자)
사진 /  김규철 희망제작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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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는 파워블로거답게 강연이 끝난 후 바로 자신의 블로그에 강연 후기를 올려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SDS수강생들의 이상한(?)열정에 큰 감명을 받으셨다고 하는데요.  김주완 기자의 SDS 강연 후기를 직접 만나보세요!   ☞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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