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단체들이여, 웹2.0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라!


12월 12일 양재동 EL타워에서, 다음세대재단 주최로 비영리단체의 미디어 소통을 위한 ‘제1회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ChangeON’이 개최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비영리단체들이 어떻게 미디어를 잘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비영리단체는 시민들과 상호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손쉽게 그것이 가능한 시대이기도 하다. 주류미디어에 홍보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미디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기반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의 비영리단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가 비영리단체들에 새로운 나침반을 제시해주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세대재단이 주최한 2008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ChangeON은 ▲이슈, 메시지, 커뮤니케이션 ▲참여, 공유, 개방의 웹 2.0과 비영리적 가치 ▲IT기술의 사회적 가치 ▲인터넷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만남 이라는 각 4가지 주제 아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의 윤종수 판사, PR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 인컴브로더의 손용석 사장, 정재승 KAIST 교수, 김현우 EBS PD를 포함한 다수의 강연진이 참여하여 7시까지 진행되었다.

300명의 사전등록을 받아 진행한 이번 컨퍼런스에는 비영리단체에서 미디어소통을 고민하는 실무자들과 각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IT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또한 공동후원단체인 오마이뉴스에서 생중계되었다.

[##_1L|1248112143.jpg|width=”299″ height=”174″ alt=”?”|기조 연설 중인 김문조 고려대 교수._##]촛불시위는 집단감성의 분출

“영리 없는 비영리는 환상이요, 비영리 없는 영리는 지옥이다”
기조발제에 나선 김문조 교수는 먼저, 21세기 현대사회는 점차 분배 투쟁보다 인정투쟁이 중요한 사회로, 집단이성의 시대에서 집단감성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집단감성 분출의 예로는 월드컵 응원, 태안반도 봉사활동, 촛불시위 등을 들었다. 이러한 집단감성이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혜적 나눔’보다는 ‘공감적 나눔’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설자로 나선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먼저, 과학계 내에서만 3만여 개가 넘는 비영리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세계감자학회’, ‘과학자들과 공공도서관의 모임(public library of Science)’ 등의 활동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전 인류를 위해 자신의 연구를 공유하는 과학자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적극적인 기부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_1R|1180475178.jpg|width=”200″ height=”223″ alt=”?”|치료해서는 안 될 기부중독 환자들. 가수 김장훈씨와 배우 문근영씨._##]Helper’s high! – 기부를 할 때와 키스를 할 때 우리가 느끼는 쾌감은 같다

“기부를 할 때와 키스를 할 때 우리가 느끼는 쾌감은 같습니다.” <선행을 통한 치유의 힘 (The Healing Power of Doing Good)> 에서 알랜 럭스와 페기 패인은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기부활동을 할 때, 키스나 마약을 할 때처럼 쾌락의 중추가 반응하는 것을 밝혀냈다. 의무적으로 세금을 낼 때와는 다르게 자유의지로 기부를 할 때 사람들은, “나는 나 혼자만을 위하지 않고 남을 돕는 멋있는 사람이다”라는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극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helper’s high!”.

특히 아이들의 경우 사춘기 시절부터 비영리단체에서 남을 돕는 일에 참여한다면 어른이 된 후 참여하는 경우보다 14배 가량 ‘좋은 일 중독’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은 이런 기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따라하려고 하는데 심지학자들은 이를 “warm glow” 현상이라고 한다. 정교수는 유튜브에 서로 이런 기부의 모습을 나누고 또 그런 만족감이 전이된다면 지구 전체가 비영리단체가 되지 않겠냐면서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에게 일말의 힌트를 던졌다.

비영리단체의 미디어 운용, 아직은 아날로그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비영리단체의 미디어 활용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가 국내 최초로 발표되었다. 연구를 진행한 황용석 건국대 교수와 박소라 한양대 교수는 중앙부처 및 전국 16개 시도에 등록된 6,330개 비영리단체 중 비례할당(Proportionate Quota Sampling) 방법론에 의해 추출된 2,000개 비영리단체를 온라인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비영리단체 미디어 활동의 대부분이 홈페이지를 통한 소식 전달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활발한 상호소통 기술인 RSS나 트랙백을 활용하거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는 각 16%, 24.3%, 10%에 그쳤다. 또한 규모가 클수록 온라인 친화적이었지만, 활동의 71.1%를 오프라인에 의존할 만큼 아직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활동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회원간 소통도 ‘휴대폰’, ‘유선전화’, ‘직접 만나서’라는 응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박 교수는 한번 구축한 후 수정이 쉽지 않은 홈페이지보다는 블로그나 카페 중심의 활동을 제안했다.

[##_1C|1382057942.jpg|width=”500″ height=”218″ alt=”?”|ChangON에 참석한 300여명의 비영리단체 관계자,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IT기업 관련자들._##]

또한 미디어교육 관련 FGI(표적집단면접법)에서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은 웹운영, 미디어 인력, 미디어 운용이 미비하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었다. 인터넷을 통한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욕구는 높았으나, 사정상 미디어,웹 운영을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두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었다. 포털이나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전략을 짜기 어렵다는 응답 또한 비영리단체에 미디어/웹 교육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어지는 주제강연 세션에서는 비영리단체는 물론이고 미디어의 내러티브, 전달 방식, 소통방식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줄 만한 강연이 이어졌다. 특히 ‘지식채널ⓔ’의 김현우 EBS 피디는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지식채널ⓔ’의 성공요인을 스스로 분석했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영상으로 울림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김 피디의 강연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며 다가가야 하는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이 특히 주의깊게 경청한 대목이었다.

[##_1L|1369007158.jpg|width=”190″ height=”150″ alt=”?”|시청자를 설득하기보다는 시청자가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기획한 지식채널ⓔ_##] 담당 PD가 직접 전하는 ‘지식채널ⓔ’의 성공요인

김 피디는 내레이션 없이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한 점이 형식적인 참신함으로 어필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감성적인 접근방법, 흐름에 맞는 음악선택 등도 성공요인의 하나로 꼽았다. 영상을 모두 완성해 놓고도 알맞은 음악을 선택하지 못해 밤을 지새운 적도 많을 정도라고 한다. ‘지식채널ⓔ’의 ‘마음을 울리는 템포’를 느껴본 이라면 백분 공감할 만한 제작 뒷이야기였다. 김 피디는 ‘지식채널ⓔ’를 맡은 지 4개월째라며, 이 프로그램의 기획ㆍ탄생과정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진혁 피디의 공을 언급했다. 알려졌다시피, 김진혁 피디는 <'지식채널ⓔ 17년후...인간광우병>편을 만든 후 외압에 의해 지식채널ⓔ를 떠났다.

웹 2.0시대의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홍보전문가가 비영리단체에 힌트를 준다? 인컴브로더의 손용석 대표는 강연자로 나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강연했다. 다루는 영역은 영리 기업쪽이었지만, 섹터를 떠나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꿰뚫는 강연이었다. 손 대표는 얼마 전 내한했던 스티븐 코비의 말을 인용했다. “웹2.0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과거 산업사회에서 통용되는 회계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인재를 비용으로 계산하는 것이 그것이다.” 시대가 변했고, 기업이든 비영리단체든 변화한 사회에서 새로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다.

손 대표는 이제 메시지를 받는 사람(리시버)가 다시 블로그 등을 통해 메시지의 발신자(소스)가 되는 ‘잔잔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수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카프와 나이키의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설명한 대목도 와닿았다. “르카프는 운동화를 잘 만드는 기업이었고, 나이키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기업이었다.” 결국 재화를 잘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시민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생존의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 우리가 함께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이어진 ‘참여, 공유, 개방의 웹 2.0의 가치’, ‘IT기술의 사회적 기술’ 세션에서는 윤종수 판사, 김국현 MS 부장, 김창준 애자일컨설팅 대표, 임정욱 Daum 글로벌센터장이 강연자로 나서 실제 웹2.0 기술기반이 어떻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 생생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창조적 공유)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윤종수 판사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리눅스의 오픈소스의 예를 들어 실행의 자유, 재패포의 자유, 수정의 자유, 소스코드의 공개가 어떻게 창조적 기술발전에 기여하는지 설명했다.

이제

아웃 소싱의 시대 (용역, 전문가) -> 크루드 소싱 (crowd sourcing, 지식인) -> 집단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

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_1R|1202975098.jpg|width=”200″ height=”99″ alt=”?”|오픈소스임을 표시하는 트레이드마크._##]위키피디아 등 집단지성이 발휘된 인터넷 공간에서의 허위정보, 정보조작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윤 판사는 이와 같이 일갈했다. “위키피디아에 악플이 왜 안 달릴까요? 달려도 1분 30초 내에 복구되기 때문입니다.”

20%의 잘 나가는 재화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을 깨는 롱테일(The Long Tail). 1년에 한번 팔릴까 말까 한 희귀도서들이 아마존 전체 매출의 57%를 차지했다는 통계처럼, 인터넷의 발달로 긴 꼬리(long tail)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틈새시장은 전체 매출의 20~30%에 육박한다. 파레토 법칙의 20 대 80 영역은 기술의 발전으로 그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작고 다양한 틈새시장, 롱테일을 통해 받은 또 하나의 영감은 비영리단체가 이러한 섹터를 확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다. 더 다양한,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을 이용해 틈새를 넓힐 수 있도록 비영리단체가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전략은 비영리단체 자체의 전략과 비전에도 적용될 수 있다.

“비영리 단체끼리 꼭 소통해서 각 단체들의 집단지성을 이용하십시오.”

[##_1C|1326861864.jpg|width=”400″ height=”153″ alt=”?”|노란색 부분이 롱테일이다._##]
컨퍼런스는 네이버,마이크로소프트,다음,야후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발표로 끝을 맺었다. 이들은 그 자체로는 비영리단체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플래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아름다운재단과 공동으로 해피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네이버, 시민들의 청원을 모금으로 발전시킨 다음의 사례가 그것이다. 이들 사례는 공익적인 메시지가 효과적인 플래폼을 만났을 때 대단히 큰 폭발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ChangeON은, 인터넷이 대안적인 사회를 디자인하려는 사람들의 열쇳말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비영리단체들이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시민들과 참여, 공유, 개방의 웹 2.0 정신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비영리단체 활동가들에게 이러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도약의 기회를 제공해준 다음세대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 행사의 후기모음과 트랙백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itcanus.net/115
컨퍼런스 발표자료 다운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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