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을 주는 공간

오후 4시, 동부 밑거름 학교는 한창 수업중이다.

“자, 다시 한 번 크게 따라하세요. 시작!”

한 쪽에서는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뛰어다닌다. 이내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민경아, 뭐해. 공부해야지.”

여느 학교와 다를 바가 없다. 공부를 독려하는 선생님, 나무라는 목소리, 천방지축 아이들, 집중하는 학생. 이들은 동부의 밑거름(이하 ‘동부’)을 흡수하는 새싹들, 장차 뿌리와 열매로 자라날 아이들이다.

[##_1C|1221891043.jpg|width=”384″ height=”512″ alt=”?”|민경이와 건호. 내내 뛰어다니며 혼을 빼놓더니, 갑자기 카메라를 보더니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외친다._##]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간

동부는 1984년 ‘동부야학’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공장에 다니는 일명 ‘공순이’, ‘공돌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펼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대안학교가 생기면서, 젊은 친구들이 하나둘 옮겨가기 시작했다.

동부는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새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글교실, 결혼 이주민 한글 교실을 새로 개설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에 수업을 두 번씩 듣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의 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실제로 교실을 둘러보니 임신으로 배가 남산만한 상태에서 공부를 하는 이주 여성, 3개월 된 아기를 업고 오는 이주 여성 등 다들 학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낮 시간 동안 저소득층 아이들이 공부하며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한글학교도 새로 만들었다. 지난 1월부터 민경이와 건호와 같은 새식구들이 속속 합류하기 시작했다.




동부는 비타민!

동부는 4명의 상근 선생님과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고 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있지만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넘게 동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일을 하다가, 혹은 잠시 쉬다가도 결국 동부로 돌아오곤 한다. 아침 9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수업을 하고, 회의, 예산, 학사 일정 짜기 등 할 일이 태산이지만 이들은 동부를 ‘비타민’이라고 표현했다.

졸음을 참으며 공부하는 학생들, 작은 도움이나마 베풀려는 자원봉사자들, 후원금을 보내주는 회원들. 이들이 여전히 동부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_1C|1088343616.jpg|width=”450″ height=”337″ alt=”?”|교실 곳곳에는 크고 작고, 예쁘고 못생긴 화분들이 많이 있다. _##]동부에는 유독 화분이 많다. 정수기 위, 일정표 옆 등 곳곳에 화분이 있다. 선생님들이 선물을 일체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학생들 또한 만만치 않았다. 결국 선생님들끼리 알아서 작은 선물은 눈감아주기로 했다. 공간에 활력을 주고 생기를 주는 화분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선물이다.

뛰어 놀던 민경이가 한마디 했다.

“이건 우리 할머니가 갖고 오신 거예요.”

단단한 줄기, 푸르른 잎사귀. 영락없이 동부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민경이와 건호 모습 그대로다.




[글,사진_이주연/해피리포터]




동부밑거름 학교

홈페이지 : http://www.dongbuedu.org/
주소 : 서울 광진구 노유2동 52-65 3층
전화번호 : 469-6456/0229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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