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29-1)
재생 가능 에너지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든 이이다 시(飯田市) 이야기
– 사과나무 가꾸던 시민들, 태양광 발전소를 세우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 이이다 시(飯田市)에 도착했다. 한국의 한 방송국이 개국 기념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 취재에 동반한 것이다. 미나미 알프스와 중앙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인 마을 전경이 어디를 봐도 그림 같다. 이곳은 산간 지역임에도 풍부한 일사량과 온난한 기후 조건으로 인구 10만 5천 명을 자랑하는 나가노 현의 5대 도시 중의 하나다.
마침 시내 곳곳에서 ‘이이다 인형극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1979년 소수의 극단으로 시작한 페스티벌이 이제는 매년 8월 국내외 프로 극단은 물론 아마추어 극단, 학생 극단 등 150여 개가 참가해 500회 이상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해외 인형극 관계자들과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일본 최대의 인형극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예로부터 이이다 시는 ‘닌쿄 죠루리(人形?瑠璃)’라는 일본 전통 인형극이 번성했었던 ‘인형극의 마을’이었다.
인형극과 함께 이이다 시를 상징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시의 중앙대로 약 500미터에 조성된 ‘사과나무 가로수 길’이다. 1947년 이이다 시 시가지의 3/4이 소실된 대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1953년 이이다 히가시 중학교(飯田東中?校) 학생들이 복구의 상징으로 40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는데, 이 사과나무를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후배들이 소중히 키워온 덕분에 봄에는 하얀 꽃이 피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를 맺어 시민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또한 ‘일본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어 많은 사람들의 이이다 시를 찾고 있다.
사과나무 가로수 길과 인형극은 ‘환경 중심 이이다 시 마을만들기’의 출발점이 됐다. 시는1996년 시민과 함께 추구해야 할 미래의 도시상을 사람도 자연도 아름답게 빛나는 마을을 뜻하는 ‘환경 문화 도시’로 정하고 1997년에는 환경 기본 조례를 책정했다. 이러한 시의 방침과 조례가 이이다 시를 환경 선진 도시로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시민 공동 발전소의 선진적인 보급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 이이다 시의 상징 사과나무 가로수 길 앞에서 인형극이 진행 중이다.
시민 손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짓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태양광 발전, 재생 가능 에너지, 분산형 지역 에너지 등 에너지와 관련된 새로운 용어들이 우리에게 친숙해지고 있다. 10여 년부터 환경 보전과 지구 온난화 방지에 힘을 쏟기 시작했지만, 아직 중앙 집중형의 원자력 발전이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환경 가스를 유발하는 연료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대안으로 강요되던 시대였다.
그런데 시대를 앞서 2004년부터 시민 펀드로 시민들의 풀뿌리 자금을 모아 이이다 시 전역에 태양광 시민 공동 발전소를 보급해 온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식회사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와 이에 출자를 아끼지 않은 시민들이다.
▲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 하라 아키히로 대표
오히사마 진보 에너지는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 왔으며, 어떻게 시민들의 힘을 모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하라 아키히로(原亮弘) 대표를 만나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그 이야기를 앞으로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 다음 글은 9월12일(금) 게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