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의한, 사람과 함께 하는, 사람을 위한 랜드 스케이프 디자인


[편집자 주]희망제작소와 디자인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제4회 공공디자인전 국제 세미나 두 번째 강연자는 후미아키 타카노다. 일본 환경 디자인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고, 실험정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공간 디자인’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다. 공간을 창조하고 이용할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함께 만드는 공간 디자인 작업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한 사례를 제시한 후미아키 타카노의 강연 내용을 게재한다.
후미아키 타카노

후미아키 타카노Fumiaki Takano는/
미국 조지아대 환경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75년 타카노 경관개발(TLP)을 설립했다. 홋카이도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공원과 경관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도시공원디자인 공모전 베스트 디자인 어워드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특히 환경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공간만들기를 부각시켜왔고 공사가 시작되면 직접 지역 공동체와 생활하며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소만들기에 있어서 지역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기술적인 차원을 떠나서 직접 주민이 ‘셀프 빌딩’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것이 그의 디자인 철학이다.

오늘은 주민에 의한, 주민과 함께하는, 주민을 위한(by people, with people, for people), 이렇게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는 랜드스케이프 디자인에 대해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각 요소에 다이나믹하게 관여를 해가면서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민에 의한 경관 디자인(Landscapedesign by people)

40년 전에 제가 아직 학창시절에 미국에서 랜드스케이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컨퍼런스에서 피플스 파크에 대한 영화를 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로써는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죠. 그때까지는 디자인이라는 것을 보기에 좋은 것,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고 공부를 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다른 관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_1C|1059150658.jpg|width=”450″ height=”107″ alt=”?”|피플스 파크 영화 표지/버클리대 주차장/공원조성장면_##]

버클리 대학의 주차장 사진입니다. 당시에는 별로 사용이 되지 않고 있었죠. 이 주차장에 버클리 대학의 경관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지역 커뮤니티 주민들과 함께 공원을 만드는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나무를 심고 공간을 만드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다지 좋은 디자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만 차분하고 훈훈한 분위기의 공원이 만들어졌습니다.

[##_1C|1374162539.jpg|width=”450″ height=”107″ alt=”?”|공원에 앉은 주민/공원을 훼손하는 경찰/공원에서 즐기는 경찰_##]

그런데 대학에 경찰들이 몰려와서 공원을 폐쇄했습니다. 주변에 펜스를 치고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 그곳을 점거하면서 경찰관들이 독차지하고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공원을 만든 학생들과 주민들은 걱정스런 눈으로 모여서 다시 공원을 되찾을 방법을 생각했죠.

[##_1C|1046039860.jpg|width=”450″ height=”107″ alt=”?”|공원을 다시 만드는 학생들/경찰과 시위대들_##]

사람들은 공원을 되찾아서 다시 나무를 심었죠. 그랬더니 이번에는 군대가 출동을 했습니다. 가스총을 발사해서 몇 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죠. 이 일은 심각한 운동으로 번져서 미국 전체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사회적인 배경으로는 베트남 전쟁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이 운동이 상징하는 자유라든지 그에 대한 저항감 등이 아주 컸던 것 같습니다.

[##_1C|1044047885.jpg|width=”397″ height=”141″ alt=”?”|진압을 위해 투입된 군인들과 철창으로 막힌 공원그리고 희생자 수_##]

이 공원은 불행하게도 정부가 다시 점거를 하고 철창으로 울타리를 쳐서 학생들이 사용할 수 없게 했죠. 이것을 계기로 디자인은 왜 하는지, 누구를 위해서 하는 건지 우리가 하는 것이 목숨을 걸고 할 만한 그런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험놀이터 – 자유와 책임감

그 후에 미국에서 5년 동안 체류를 하고 일본으로 돌아왔죠. 개인 사무실을 만들고 장소를 물색하고 있을 때 어떤 커뮤니티에서 지역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열심히 놀이터를 만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adventure playground라고 해서 학부형이라든지 학생들이 다 모여서 좀 더 자유로운 공원을 만들자는 운동이었습니다.

[##_1C|1278308254.jpg|width=”592″ height=”394″ alt=”?”|모험놀이터_##]

당시에 일본의 공원은 그네, 시소, 모래밭 정도만 있었죠. 이 공원은 어머니들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수영장도 만들어서 여름에 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어른들이 열심히 만드는 것을 보고 어린이들도 나서서 어린이 전용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저로서는 상당히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 작업에서는 디자이너가 필요 없었기에 저는 디자이너로서 뭘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는 장소는 아니었습니다만 어린이들이 아주 활기차게 즐기는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그 놀이터 자체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매일 매일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이 어린이들과 1년 동안 함께 하고 돌아와서도 여전히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년, 3년 계속 고민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활동은 지금도 도쿄에 하테미 파크에서 계속되고 있고 일본 전국적으로 20군데 정도 이런 유사한 놀이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주민과 함께 하는 경관 디자인(Landscape design with people)

이번에는 주민과 함께하는 디자인design with people에 대해서 말씀드리죠.

당시 제 사무실은 막 시작한 회사였고 소규모였기 때문에 제가 일을 받는 것은 작은 아동공원 설계, 소규모 커뮤니티 파크 같은 일밖에 수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시민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정 기관에 이러저러한 요구를 하고 몇 가지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행정 기관의 이해를 얻지는 못해서 마찰이 있는데도 무리해서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의견차이가 있기도 하고, 주민들과는 상의도 없이 행정 측에서 일정이나 내용을 마음대로 바꾸는 일도 있어서 여러번 충돌이 있었는데 그런 것을 계기로 아주 유명한 설계 사무소가 되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설계사무소로 말이지요.

[##_1C|1369562891.jpg|width=”450″ height=”197″ alt=”?”|발표하는 아이들과 현장에서 공간감을 익히는 아이들 장면_##]

일본 최초의 주민참여 워크숍을 통한 디자인

이것은 교토시 교외에 있는 뉴타운인데 어느날, 주민 대표가 전화를 해서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의뢰했습니다. 그래서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죠. 당시에는 워크숍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는데 일본에서 최초로 이러한 것들이 정식으로 하나의 과정을 거쳐서 진행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우선 아이들을 모아서 자신들의 얼굴을 그리게 했습니다. 뉴타운이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모인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룹별로 나누어서 어떤 공원을 만들었으면 좋겠는지 토론을 하고 발표를 했습니다.

어머니들도 처음에 같이 참여하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지만 그냥 애들을 따라왔다며 사양을 했죠. 그런데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뒤를 돌아보니까 어머니들도 열심히 아이들과 함께 토론을 하고 있더군요.

어머니들과 동의가 이루어졌고, 또 일주일이 지나서 아버지들도 전화를 했습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도 참여시켜달라’고 해서 아버지들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녁에만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녁에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_1C|1190775781.jpg|width=”400″ height=”131″ alt=”?”|놀이터 워크숍에 참석한 어머니들과 아버지들_##]

이렇게 해서 18개 정도의 공원에 대한 플랜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을 네 개의 타입으로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숲이 많은 자연형 플랜, 많은 놀이 도구가 있는 플랜, 넓은 공간이 있는 플랜 그리고 아버지들이 모여서 저녁에 소주도 마실 수 있는 데크가 있는 플랜 등 이 네 개를 플랜별로 모임을 만들어서 다시 그걸 가지고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토론을 했습니다.

의견이 분분했죠. 어머니들은 ‘누구누구야 이쪽이 더 좋아’라고 설득을 합니다만 아이들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죠. 그렇게 해서 두 개의 플랜이 채택이 되었고 이것을 어떻게 통일 시킬까 저희들이 고민을 했습니다.

토론의 결과로 마침내 하나의 플랜이 만들어지고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의견을 내서 요구하는 식의 워크숍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주변 환경에 대해서는 직접 땀을 흘려서 만드는 것을 포함해서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워크숍에는 직접 만들면서 체험하는 과정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_1C|1125211257.jpg|width=”400″ height=”388″ alt=”?”|타일만드는 할아버지와 손주/설치된 바닥타일_##]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도장, 타일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것을 공원 안에 직접 설치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배웠던 점은 디자인의 질과 참여의 균형입니다. 참여 프로세스의 균형을 어떻게 잡는 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첫 번째 실험이었기 때문에 가급적 디자이너의 주장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원이 완성이 되고 파티를 열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다 초대를 해서 식수를 하는 이벤트도 했습니다.
[##_1C|1276551007.jpg|width=”400″ height=”132″ alt=”?”|나무에 술주는 아저씨와 쓰레기 줍는 어린이_##]
이 아버님은 너무 기쁜 나머지 막 심은 나무에다가 술을 뿌리셨죠. 나무가 숙취로 고생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이 어린이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쓰레기를 줍고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하나하나 진행함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이 공원 안에 담기는 것입니다. 주민들은‘우리 공원이다, 나의 공원이다’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큰 규모의 디자인 사업에 도전하다.

앞의 사례가 커뮤니티 단위의 사업이었다고 하면 이번에는 시 단위의 사업입니다. 시 전체를 대상으로 해서 만든 것이죠. 시장님을 중심으로 해서 백 명 정도의 관계자들과 함께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눈이 오는 날 산에 올라가서 학생들에게 산의 역사를 알려주고 그것이 끝나고 국민관으로 다시 돌아와서 다함께 토론을 했습니다.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것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계속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여러 그룹에서 나왔죠. 직접 만드는 프로세스를 도입했는데 앞에 보여드린 사례는 프로세스 자체는 만족을 했지만 완성된 결과는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참여한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기왕 참여한 것이라면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고민을 했습니다.그래서 이번에는 더 꼼꼼하게 여러 가지 실험도 하고 작업과정을 세밀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앞의 공원보다는 한단계 수준 높은 공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쯤에는 디자이너로서 노력도 최대한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주민들의 아이디어도 수렴을 하지만 디자이너의 의견도 제시해서 주민들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일반인들보다는 트레이닝이 되어 있고, 또한 이 작업으로 돈을 받기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고 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우리는 제시만 하고 선택은 주민들이 하도록 했습니다.

[##_1L|1342371925.jpg|width=”350″ height=”230″ alt=”?”|화장실 모습_##]
이것은 화장실인데, 좋은 디자인 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풍수도 상당히 중요시합니다. 뭔가 명물이 될 만하고 눈에 띄는 것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길을 용으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했고 그렇게 만들어서 좋은 명소가 되었죠.

새로운 도시를 디자인할 때 가급적이면 그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로 디자인하려고 합니다. 물고기의 비늘이나 조개껍질 같은 것도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주민을 위한 디자인 (Landscapedesign for people)

다음으로 for people에 대해서 말씀드리죠.

이것은 동경의 소화기념공원입니다. 다찌가와에 있는데요. 놀이터라고도 할 수 있죠.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가 있는 곳이 아니어서 굉장히 대규모 공원이었고 여기서는 디자이너로서 역랑을 최대한 발휘해 보자고 했습니다. 아티스트들과 공동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_1C|1279002937.jpg|width=”350″ height=”230″ alt=”?”|안개놀이터_##]

이곳은 안개놀이터입니다. 아티스트 나가요씨와 함께 했는데 안개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습도라든지 미묘한 바람의 풍향이라든지 이런 것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디즈니랜드가 이때쯤 오픈을 했는데 우리는 디즈니랜드와는 다른 어떤 놀이터, 어른들의 이미지를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상을 해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그런 놀이터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_1C|1068386459.jpg|width=”350″ height=”229″ alt=”?”|공기막 놀이터_##]

또 하나 공기막이라는 놀이기구도 있습니다. 실은 우리가 디자인을 할 때 이런 식으로 사용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기구는 막 뛰고 구르고 미끄러지고 여러 가지 움직임을 동시다발적으로 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고,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건강한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서 놀 수 있습니다.
[##_1C|1301057859.jpg|width=”350″ height=”255″ alt=”?”|fire & Soil_##]

도자기를 통해서 점토로 형상을 만들어 3일 밤 내내 태웠습니다. 그 3일 내내 우리는 술을 마셨죠. 좀 괴로운 현장이었습니다. 불이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을 했습니다. 이 작업의 목적 중 하나는 단지 예술작품으로 전시장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일상적인 체험을 통해서 예술, 색채를 접하고 놀아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_1C|1152462871.jpg|width=”450″ height=”194″ alt=”?”|탑/ 그물/ 둥지를 이용한 놀이터_##]

삿포로에 있는 아이들의 놀이터입니다. 커다란 둥지처럼 만들려고 했는데 안에 보면 공기가 빠지는 구멍이 있습니다. 1/30의 모형으로 먼저 제작을 하고 아이들이 감각을 느껴보도록 입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큰 그물을 이용해서 놀이기구를 만들었습니다.

호리우치라는 아티스트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놀이기구들의 디자인 역사를 보면 우리가 그동안 굉장히 안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네, 미끄럼틀, 철봉, 식수대가 있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입니다. 앞으로는 여러 가지 신기술도 많이 써서 새로운 시도를 해봤으면 합니다.

동경을 떠나다

1990년대, 일본은 거품경제 시기였습니다. 일본 전체가 매우 크고, 빠르고, 효율적이며, 돈을 많이 버는 방향으로 막 치달을 때였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는 뭔가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고 느리게 가는 것을 즐기고, 큰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즐겁게 살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이런 것도 하나의 가치관으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동경에서 다른 지방으로 이전했습니다.

동경에 있었으면 더 일을 많이 할 수 있었는데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동경은 사무실 임대료가 매우 비싸졌고 그 높은 임대료를 내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해야 했고 그것을 때우기 위해서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것을 배제하면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 것이 과연 좋은 것이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우리가 옮긴 곳은 홋카이도입니다. 삿포로의 대도시가 아니고 토카치라고 하는 북해도의 전원지대입니다. 인구가 백 명 정도 있고 소가 한 이백 마리로, 사람보다 소의 숫자가 더 많은 곳입니다.

[##_1C|1377176562.jpg|width=”350″ height=”230″ alt=”?”|폐교된 초등학교_##]

폐교가 된 초등학교가 있었는데요. 농촌의 시민회관과 동경에서 내려 온 설계사무소가 동거하게 된 굉장히 재미있는 관계로 시작이 됐습니다.

임대료가 4만 엔이었습니다. 동경에서는 차량의 한 달 주차비에 해당하는 금액이죠. 아침에 출근을 하니까 옥수수가 선물로 와 있었습니다. 근처 농가에서 보내준 것이었습니다. 일이 없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좋았던 것은 장소가 굉장히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공원의 모형을 1/10로 만들어서 검토를 할 수 있었습니다. 방향이 맞아서 저녁노을이 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이런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생활도 변했습니다. 농가를 임대해서 살면서 말을 두 마리 길렀습니다. 말을 기르면서 승마를 배웠습니다. 제가 현역 경마 선수입니다. 3년 전에 전 일본 경마대회에서 5등에 입상했습니다. 30대 기수들과는 싸울 수 없는데 심장과 근육은 말이 대신 해주기 때문에 출전할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인턴십을 도입해서 전 세계에서 학생들이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다섯 명, 스코틀랜드, 스페인, 프랑스 2명, 레바논, 캐나다, 한국, 중국, 러시아, 다음 주 부터는 사모아에서도 학생이 옵니다. 한 달 단위로 와서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인터넷으로 조사를 많이 해가지고 오는 것 같습니다. 홋카이도 시골에 있어도 국제적인 교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해외 쪽 일도 많이 하고 있구요. 중동, 카타르나 사모아의 식물원이나 그런 일을 하고 있구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와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 워크숍을 합니다. 지금까지는 일로 했지만 실제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주민의 한사람으로써 여러 플랜을 우리나 주민들이 서로 제안을 합니다. 한번은 이 절을 공원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는데 다음날 절을 보면서 의논을 하려고 갔더니 큰 기계가 벌써 도착해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논의가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이미 착수하려고 기계를 가지고 온 것입니다. 동경에서는 의논만 하고 좀체 진행되지 않은 워크숍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굉장히 놀랐고 감동받았던 일화입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과 굉장히 가깝게 지내고 있고, 홋카이도의 불꽃놀이도 즐기고 있습니다.

[##_1C|1268823434.jpg|width=”450″ height=”309″ alt=”?”|다카시 건설 사옥_##]

다카하시 사옥 건축

다카하시 건설이라는 건설사 사옥입니다. 이 작업을 맡으면서 사옥이라는 게 뭘까 모여서 논의를 했습니다. 단순한 구조 안에서 그저 일만 하는 그런 성냥갑 같은 건물이 아니라 그 회사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을 하다 보니 우선 개척되기 전의 원시림으로 뒤덮인 홋카이도를 떠올렸습니다. 25년 후에는 사진처럼 이렇게 많이 개발이 됐습니다. 간벌을 하고 개발을 한 첨병이 바로 건설사입니다. 이런 일들이 20세기에는 가능했지만, 21세기에는 환경을 고려한 건설을 해야 합니다. 그 심볼이 될 수 있는 사옥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장과 디자이너만의 사옥 건설이 아니라 직원들의 눈높이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숲을 도입해서 그린 이미지를 주고, 4계절을 다 즐길 수 있는 사옥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풍수를 생각하며 대지 방향을 따져보았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좋은 건축가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력적인 공간조성이 가능했습니다. 입구는 놀람, 감동으로 사람을 영접한다는 개념이고 주차장도 정원의 일부입니다. 여러 가지 활기를 느낄 수 있는 남쪽 정원을 조성을 했구요. 그리고 겨울입니다.

미야노오카 유치원

삿포로 교외에 세운 유치원입니다. 역에서 좀 떨어진 교외에 있는 산기슭에 있는 유치원인데요. 말을 키우고 잔디 슬로프가 있고 아주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이 유치원이 새로 숲을 취득해서 면적이 두 배로 늘었기에 공간 디자인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_1C|1055187572.jpg|width=”450″ height=”113″ alt=”?”|유치원_##]

잔디로 만든 슬로프가 있고 말도 있습니다. 뒤에 숲이 많이 황폐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언덕 위에는 큰 나무도 있고 작은 개울도 흐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에 유치원생들이 즐길 수 있는 초원의 숲속의 교실 같은 것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도 학부형들과 함께 워크숍을 열어서 어떤 유치원을 만드는 게 좋을지 논의를 했습니다.

단순히 그냥 그림만 그리고 놀이를 즐기는 게 아니라 요리도 하고 밭도 만들고 말과 함께 놀 수 있는 등 여러가지 활동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려고 구상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도 아이디어도 수렴을 했습니다.

먼저 숲 속을 정비했습니다. 학부형들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매주 조금씩 정돈을 했습니다. 베어낸 나무를 이용해서 놀이도구를 만들고 비밀기지 같은 것도 만들었습니다. 개울의 흐름을 깨끗이 정리해서 놀이터로 만들었습니다. 이 유치원의 좋은 점은 건설자재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보통 유치원 선생님은 거의 여자 선생님들인데 이 유치원은 절반 이상이 남자 선생님이고 그 절반 이상이 전에 목수 일을 경험했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의욕이 상당히 강했죠. 그리고 레바논에서 온 학생, 캐나다에서 온 학생도 같이 참여했습니다.

직접 참여해서 하는 것과 디자인의 질을 높이는 것들이 함께 서서히 향상되어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풀꽃들이 막 피어나는 시기였습니다. 이 목조건물은 노인을 위한 건물로 만들려고 구상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형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 건물에서 쉬면서 때때로 아이들에게 식물이나 야채를 키우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그런 용도로 구상을 했습니다.

[##_1C|1024748961.jpg|width=”500″ height=”320″ alt=”?”|천년의 숲(millenium forest)_##]

천년의 숲 프로젝트

마지막 프로젝트입니다.
여기는 4백 헥타 정도의 숲입니다. 신문사가 소유하고 있는 숲이어서 이 숲을 어떻게 활용을 할까 많이 구상을 했습니다. 신문사는 나무를 잘라서 종이를 만들어서 소비를 하는 기업이죠. 그래서 신문사는 사회공헌사업으로 숲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숲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2000년을 3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millenium forest’라는 이름이 붙었죠. 농업과 교육과 에코 투어리즘과 숲, 이 네 개를 주축으로 숲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인공림을 활엽수림으로 만드는 작업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전개했습니다.

이 안에 일곱 개의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테마별로 대지의 정원, 숲의 정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숲을 정원같이 아름답게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홋카이도의 정원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황폐해졌습니다. 이것을 3년에 걸쳐서 깨끗한 숲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두껍게 쌓여있는 낙엽을 긁어서 땅 속에 숨어있던 많은 풀꽃들이 눈을 뜨게 했죠. 굳이 씨를 뿌릴 필요 없이 땅 속에 숨어있던 풀꽃들의 씨가 싹을 틔운 것입니다. 지금은 20종의 풀꽃들이 계절이 되면 꽃을 피웁니다.

간벌을 해서 숲을 보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또 간벌한 나무들로 시설을 만든다거나 숲 속에서 결혼식을 한다거나 플루트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많은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숲 속에 있는 정원에는 간벌한 재료로 길을 만들고, 높은 곳에서 숲을 부감할 수 있는 곳도 만들었습니다. 숲에서 잘라낸 것들은 외부로 가져나가지 않고 외부에서 새로운 것을 들여오지 않고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숲 안에서 해결 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통나무로 만든 수로입니다. 몇 년 정도 지나면 이끼가 생겨서 아주 아름다운 수로가 만들어지겠죠. 그 옆은 숲 속에 만든 바입니다. 우리는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딜 가든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를 만듭니다. 사진 속에 있는 친구는 스코틀랜드에서 온 학생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하고 있는 디자인은 더하기(여러 가지를 새로 추가를 해서 하는 것)와 더불어 또(한 가지 방향은 제하는) 빼기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요소를 제거하고 잠재하고 있는 요소는 끌어내는 이 디자인 작업은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시도는 별로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더하기와 빼는 두 가지가 디자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랜드 스케이프 아키텍처 디자인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화가의 눈과 과학자의 두뇌와 시인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첨부된 파일은 타카노 대표 강연의 동시통역 음성파일입니다. pdf파일은 강연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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