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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발굴과 육성은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지만, 안타깝게도 인재육성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연재 기사를 통해서 사회적기업 인력육성의 과제와 해결책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본 글은 그 첫 번째 기사로 사회적기업 인재육성 정책의 현황과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을 위한 희망의 조건
① ‘사람’이 희망이다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서 최근 많은 논의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공시장 활성화나 사회적 투자 도입 등과 관련된 내용이다. 현장 사회적기업가의 지속적인 요구와 선진국 대비 사회적기업의 공공시장 점유율이 낮은 점, 공공시장 진입 시 효과가 높은 점들이 공공시장 활성화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사회적투자 또는 자금조달과 관련해서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사회혁신채권(Social Impact Bond)의 경우, 투자수익률(Return of Investment)이나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과 같은 영리 평가 원리를 고수한 사회적 투자 성과가 매우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그 대안으로서 사회혁신채권 도입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투자 방법론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의 공공시장 진입 확대가 제도화되고, 사회적투자가 현장의 이슈를 반영하게 되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까?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실종되고 있는 화두의 하나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 가장 늦게 성과가 나오지만 가장 크고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힘은 사람에 대한 투자에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 속에서 사람을 찾아서 인재로 만드는 체계적인 육성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지금 이곳에서는 구슬을 만들 사람과 만들어진 구슬을 꿸 사람 모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인재 육성 관련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체계적인 성장지원 방안이 없다

사회적기업가들은 안 받아본 교육이 없을 정도로 사회적기업만큼 교육이 많은데도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적기업가들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각종 이슈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금 열리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창업 준비기에 필요한 교육 내용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창업준비기와 창업초기, 성장기마다 필요한 업무 전문성과 난이도가 다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뒤로 갈수록 전문성과 난이도가 높아지는데, 교육은 천편일률적으로 창업 준비기에 맞춰져 있다.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 소셜미션 수립 방법론, 비즈니스모델수립 방법론, 사업계획서 수립 워크숍, 현장 탐방 및 각종 사례, 여기에서 조금 더 나가면 커뮤니케이션 방법론과 사회적기업의 재무회계까지. 문제는 어딜 가나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3개월 미만의 주 1회 단기 교육 과정으로는 매일매일 풀어야 할 숙제들로 넘쳐있는 기업가들을 불러올 수 없다. 또한 공통의 이슈에 대한 학습모임도 부족하고, 수많은 네트워크 모임 역시 기업가들의 친목모임에 그치고 있다.

실제 기업 경영과정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이슈들, 예를 들면 마케팅, 자본조달, 생산관리, 인사관리, 소비자행동 조사 등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전무한 실정이다. 사실 사회적기업가들이 초기단계를 벗어나서도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성장기 사회적기업가 역량 향상 지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초기단계를 벗어난 사회적기업의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인 이 시점에서 이와 같은 지원의 부재는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제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대표가 아닌 인재에 대한 육성 방안이 없다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을 보면 뛰어난 사회적기업가와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인재가 있다. 관련해서 아름다운가게의 정책국장을 했던 김재춘 국장이 남긴 명언이 있다.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미친 × 두 명만 있으면 됩니다. 사회적기업을 하겠다는 미친 ×과, 그와 함께 하는 미친 × 말입니다.” 통상 기업가들은 마케팅과 대외 협력을 위해서 사무실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 경우 ‘안살림’을 책임져 줄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고, 있어도 실무에 치여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도 어렵다. 기업 실무자를 위한 마케팅, 회계 등 특정 기능 향상을 위한 교육은 있지만, 기업가 부재 시 기업 운영을 총괄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리더십, 조직관리, 성과관리, 커뮤니케이션 등 차세대 리더 육성을 위한 교육과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가 영업을 하러 자리를 비우는 기간만큼 조직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영리기업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돈 되는 프로젝트를 따 왔는데 정작 그것을 추진할 조직이 없게 되는 것이다.

직장 내 신입사원 교육 훈련(On the Job Training; OJT)이 없다

지인과 창업을 시작한 후 성장기에 접어든 사회적기업가들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가 사회적기업에 맞는 사람을 뽑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사례가 있다. 소셜미션에 공감하는 IT 기술자를 뽑기 위해 10여 차례나 면접을 봤으나 결국 뽑지 못한 사례, 영리 기업 출신의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인력을 어렵게 뽑았는데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해서 결국 퇴사하게 된 이후로 영리 기업 출신의 사람 뽑기가 망설여진다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이 확대되면서 청년이나 베이비부머 세대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소기업 혹은 중소기업 수준의 사회적기업에서 여러 여건상 체계적인 OJT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OJT마저도 교육 담당자가 없는 상황에서 간단한 업무 현황에 대한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신규 직원의 소셜미션에 대한 공감대 부족과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조직생활에 대한 이해나 업무 효율화를 위한 기초 학습이 부족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탓에, 기대했던 성과와 조직 정착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인력 역시 기업 규모에 비해 의사결정의 난이도가 매우 높고, 낮은 급여체계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고, 사회적가치를 부차적인 문제로 인식하면서 커뮤니케이션과 조직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OJT를 통해서 미션과 직문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하지만 OJT를 시행할 전문인력이 없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교육과 네트워크가 순환되지 않고 있다.

교육은 가장 큰 네트워크 방안이며, 네트워크는 가장 큰 교육의 수단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육은 과정이 끝나면 끝이고,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개인적인 관계 맺음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중간지원조직이 시행하고 있는 교육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교육에서 교육 종료 후 후속 네트워크 연결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인재를 육성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교육이 단순 정보 전달 위주의 1회성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동시에 교육과 네크워크를 동시에 고려한 과정 설계가 없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 과정 운영이 지역 생태계 인재 육성의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전문성 있는 교육은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기초 교육은 지역 내 강사를 통해 운영할 수 있다. 현재 대략 70%가 넘는 기업들이 지역형 사회적기업이라고 본다면 교육 후 지역 네트워크 형성 등 지역화 된 인재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성패는 강사와 컨텐츠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교육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교육 시작하기 전에 수강생들의 요구와 지향에 대한 파악과 교육 종료 후 맺어지는 지역 내 혹은 업종별 네트워크 구축이 결정한다.

글_ 정상훈 (사회적경제센터장 badayuri@makehope.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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