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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식으로는 안된다

○ 오랫동안 기획전문가를 찾고 있던 충남의 사회적기업은 대기업 공장에 근무하던 분을 채용해서 기뻐하였으나,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사회적기업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그만둠

○ 마케팅 전문 인력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가능해진 친환경 농산물 관련 서울의 사회적기업은 온라인 구인 플랫폼에 공고를 내고 사람을 찾았지만, 소셜미션에 동의하는지, 기대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

○ IT기반 청년 사회적기업은 쉽지 않은 소셜미션과 지속가능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동기 부여를 위해 매주 미션 공유회를 가지며 사회적기업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하려고 하고 있으나, 매번 신입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임

○ 취약계층 고용형 사회적기업은 내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업계 최고의 전문가를 팀장으로 영입하였으나, 소셜미션에 대한 공감과 사회적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조직 통합에 어려움을 겪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주 1시간 이상 대표면담을 통해 사회적가치에 대해 토론을 계속하였음

위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경제 인재는 찾기 너무 어렵고 육성은 오래 걸린다.

사회적경제는 모든 사회혁신 분야의 일이 그러하듯 섹터간 통합과 융합, 협동을 필요로 하고 있어, 1,2,3섹터에서 요구되는 역량이 통합적으로 요구된다. 소셜미션에 대한 열정이 넘쳐야 하고, 끊임없는 혁신적 마인드와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한편으로는 섹터간 통합을 위해 섹터를 넘나드는 소통 역량이 필요하고, 한편으로 고객과 수혜자, 조합원을 항상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결국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마음과 영리와 비영리의 역량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영역의 특성, 낮은 보상체계, 협동과 연대라는 사회적가치보다 경쟁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구조, 영리와 비영리간 장벽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인재 찾기는 너무 어렵고, 육성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 생협 등 일부 개별 조직 내에서는 내부 교육 체계를 가지고 조합원 교육을 지속하고 있고, 자활에서도 체계화된 교육을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개별 조직에서는 적정한 인재육성 재원과 내부 인재 육성 전문가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거의 없고, 사회적경제 인재육성과 채용에 대한 일반적인 시스템 자체가 부재한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의 생태계 조성 지원 사업에서도 조직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많은 아카데미 등을 통한 육성방안이 실행되고 있지만 창업준비기 기업가, 시민인식 개선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된다.

다만 최근 협동조합의 창업지원 아카데미가 확대되고 있고,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위한 장기 지원과정 개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민관 인재육성 기획단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 인재육성 사업,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전문가 양성과정 등의 새로운 실험이 계속되고 있어 이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인재육성에 대한 개별조직의 수요는 높다. 최근 동그라미재단에서 로컬체인지프로젝트를 통해 지역형 사회적기업의 조직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100개가 훨씬 넘는 사회적기업이 지원에 참여했다. 이 사업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을 살펴보면 인재육성은 여전히 관심 밖에 머물고 있다. 공공시장 확대나 사업비 지원 방향, 사회적금융, 지역 생태계 조성사업 등 사업비가 크고, 현장 이해관계가 높은 정책에 대해 민관의 토론이 활발하지만, 인재 육성에 대해서는 예산도 적고, 의지도 높지 않다. 제대로 된 인재육성 정책에 대한 연구도 찾아보기 어렵고, 전문가도 없다. 무엇보다 개별 조직에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지금 이 방식으로는 안되고, 무언가 새로운 실험과 변화가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바로, 시작해야 할 일

1. 오피니언 리더의 1인 1 사회적경제 학습조직 운영과 성과를 공유하자

200년 협동조합의 역사 속에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 중 하나가 바로 학습조직이다. 모든 역사적 출발에는 학교가 있다. 학습모임이 있다. 사회적경제의 수많은 오피니언리더분들께 제안드린다. 사회적경제‘운동’을 고민하는 청년 혹은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학습모임을 운영하고 성과를 공유했으면 한다.

사천의 한 지역 활동가는 작년에 오랫동안 사회적경제를 공부한 성과물들을 같은 길을 가는 ‘동무’들에게 무료로 나눠 줬다. 생태계 조성을 잘 하고 있는 지역에는 모두 활발한 학습모임들이 있다. 최근 청년들의 자조 공부 모임도 여러 곳에서 자연 발생하고 있는데 좋은 멘토나 코디네이터가 절실히 필요하다. 시간을 많이 들이고, 모임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많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학습모임이 생기느냐가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질적 변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현장의 생생한 고민들과 이론적 깊이를 갖춘 오피니언 리더들의 자원봉사에 기반한 학습조직 운영은 높은 정부 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이 될 것이다.

2. 사회적경제기업은 학습기업이어야 한다.

사회적기업인 열정대학은 매일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는 업무의 연장으로 책을 읽는다. 경영학, 인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함께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숱한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지만, 나는 이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학습기업이어야 한다. 물적자원, 금융자원이 부족한 사회적경제 기업에서 조직을 혁신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사람과 조직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캐나다 노동조합에서는 조합원 교육시 집합 강의 형태의 교육을 없애 버렸다고 한다. 교육의 효과가 매우 낮고, 집합 강의가 필요한 경우 차라리 책을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체험형 교육 시스템으로 20년에 걸쳐 전환을 하였다고 한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창의성의 원천은 독서와 다양한 체험이라고 단언한다. 당신의 영화를 50번 본 사람도 있다는 질문에.. 1번만 보고 다른 49번은 다른 일을 했어야 했다고 이야기 한다. 조직의 역량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한다면 무엇보다 조직을 어떻게 학습기업화할지 고민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지역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교육은 강의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역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회적기업가와 협동조합원들이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내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사회 의제와 사회적경제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혁신하고, 지역 안에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사람들 안에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내부 역량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외부 자원 연계가 필요하지만, 지역을 잘 아는 잘 훈련된 강사진과 개별 지역조직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육성과제를 생태계 내에서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는 경험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4. 마지막으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인재육성을 두어야 한다.

제도나 환경이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면 인재육성의 속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영리기업 창업에서 가장 위험한 요인이 Easy Money 이듯이 정부 정책이 사람을 앞서가는 이 상황은 매우 위험스럽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정책의 최우선에 사람을 키우는 일을 두어야 한다. 항상 중요한 화두로 거론되지만 깊이 있는 정책 토론을 하기도 어렵고, 성과 창출이 오래걸리는 현실 속에 예산 배분도 보수적으로 책정되고 있다.

많은 정책 사업의 성과가 개별 조직의 재무 성과나 고용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확언하건대 인재 육성을 모든 사업에서 최우선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게 된다면 더 큰 변화와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이런 정책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민간 내부의 토론과 공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조직의 생존보다 더 많은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고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훌륭한 사회적기업가, 협동조합 리더들을 어떻게 키워내고 지켜낼 것인가, 사회혁신을 꿈꾸는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역량과 열정을 키워낼 것인가가 정책의 최우선에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꿈꾸는 사회적경제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욱더 사람이 존중받는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 인간관계를 더욱 인간화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먼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글_ 정상훈 (사회적경제센터 센터장 badayuri@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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