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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에서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이름 그대로 사회적경제 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핵심인재를 육성하고 관련된 연구를 하는 곳이다. 지난달 27일 센터 개소식과 센터 설립 기념 포럼이 열렸다. 개소식 참가 신청자가 많아서 일주일 만에 접수를 마감해야 했다. 사회적경제 인재 육성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보여준 관심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국회, 지방정부, 지원기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지원기관 등 다양한 기관에 소속된 많은 사람이 신청했고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의 화두는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였다.


사회적경제 인재육성, 성공모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문제해결 네트워크 구축과 참여지향적이며 혁신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제도나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사회적경제 영역의 인재 양성은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다. 사실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 인식의 공감대가 만들어진 지는 꽤 되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성장의 변곡점’을 뚫고 지나가기 위해서는 사람의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적 필요와 절박성은 이미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바다. 문제는 인재육성이 정작 정부도 민간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이다.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훈련과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사용하는 특수성 때문에 정부는 백 명이 참여하는 집중 교육보다 천 명이 참여하는 개론 성격의 강의를 선호한다.

일반 기업의 입장에선 자금의 규모보다 선례가 없어서 선뜻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긴 하나, 단기에 성과가 명확히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여간 의지가 아니고선 기업에서 선뜻 나서서 지원하기 어렵다. 누군가 인재육성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만들어주면 그 이후는 일이 좀 수월할 것 같다”는 것이 얼마 전 만난 대기업 CSR 담당 임원의 의견이다. 그렇다고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직접 인재육성 사업을 하기에는 재원이나 여력이 마땅치 않은 문제가 있다.

사회적경제 인재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 부재하고 사회적경제 인재육성과 관련해서 새로운 성공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 센터 설립을 고민하게 만든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센터 설립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풀어야 할 첫 질문은 이것이었다. ‘기업가가 교육으로 육성될 수 있는 존재인가. 사회적경제 인재를 어떻게 육성해야 할까?’ 해답을 찾기 위해 수십 회에 걸친 1:1 심층 인터뷰와 포커스그룹 인터뷰, 열린 기획회의를 진행했고, 100건이 넘는 인터뷰 자료를 검토했다.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설사 그것이 TED와 같이 뛰어난 강의라 하더라도 기업가는 강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굴되고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택한 새로운 해법은 문제해결 네트워크에 기반한 참여지향적이며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한 명의 뛰어난 기업가 또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간에 문제해결형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통해서 인재와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자는 것이 우리가 택한 방식이었다. 우리는 ‘열린 기획회의’라는 이름으로 학습자가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아래는 학습자로 열린 기획회의에 참여한 성장기 사회적기업 대표의 의견이다. 핵심인재육성센터가 지향하는 네트워크의 특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 경제) 생태계에는 문제 해결형 네트워크가 없다. 이슈가 생겼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고독한 천재의 신화는 없다’

‘고독한 천재의 신화는 없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기업인 IDEO의 CEO인 톰켈리의 말이다. 우리 사회 저변에 확산되어 있는 많은 문제들은 복잡성이나 상호연관성, 파급력 면에서 일개 기관이나 조직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과 그들의 자원동원 능력이 필요하다. 2009년 미국에서 무작위로 띄워진 10개의 빨간 풍선을 찾는 대회가 열렸는데, 놀랍게도 대회가 개최되고 참가자가 풍선을 찾는데까지 9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해법은 소셜 네트워크였다. 기획자가 한 일이라곤 되도록 많은 사람을 풍선 추적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기발한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하는 것, 그리고 둘째로 어떻게 하면 갈수록 넓어지는 풍선 찾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전부였다. 핵심인재육성센터가 하려는 것도 풍선 찾기 프로젝트와 같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핵심 인재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경험, 정보, 자원, 역량을 공유하는 공동의 학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센터의 최종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략’을 택했다. 첫째, 사회적경제 생태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거나 해야 하는 사람을 그룹별로 나누어서 집중 교육을 시행한다. 기업가 그룹에서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기업 규모 등 다방면에서 확장과 성장에 대한 고민이 있는 성장기 사회적기업 대표(10명)와 성장기 사회적기업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성장기 사회적기업 내에서 COO 역할을 하는 차세대 리더(25명), 그리고 여전히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한 스타트업 사회적기업가(15명)를 대상으로 한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지역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사회적기업 팀장 등 정책 전문가(25명), 지원기관에서 인큐베이팅 사업을 하고 담당하고 있는 1~3년차 인큐베이터(25명)이 2014년 1차 교육훈련 프로그램 대상 그룹이다.

둘째, 학습자를 교육과정 기획, 설계, 개발 및 운영 전체 과정에 참여시키는 인간중심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달리 표현하면, 이는 학습자에게 가능한 한 많이 콘텐츠나 운영 기획 및 개발자의 역할까지 부여하는 일종의 ‘프로슈머(producer + consumer)’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열린 기획회의 역시 프로슈머형 방식의 일부다. 이미 일부 과정의 경우, 학습자의 필요와 욕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 수강생을 먼저 선발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1:1심층 인터뷰, FGI, 열린기획회의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교육 과정을 기획,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다.

셋째, 현장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현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과정을 통한 현장 이슈 해결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시행된다. 하나는 현장에서 제기되는 핵심 이슈 해결에 필요한 솔루션을 찾는 것이다. 학습자가 풀어야 할 핵심 이슈(Critical Business Issue:CBI)를 진단하고 여기에 대한 솔루션을 찾고 문제해결과 관련된 실행 계획을 수립한 후에 실행 계획의 수행 정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학습자와 교육 운영자가 문제를 같이 풀어가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의 경우 인큐베이터가 실제로 인큐베이팅 하고 있는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이 처한 문제를 진단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 전체를 교육하는 방식으로 인큐베이터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른 하나는 전체 교육 과정을 통해서 문제해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육 과정별로 숙박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인적 결합도를 높이고 네트워킹을 통해 이슈에 대해서 공감하고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을 가진다. 과정별 3박4일~2박3일 등 숙박을 기본으로 해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그리고 전체 수강생 100명이 참여하는 네트워킹 워크숍 개최함으로써 생태계 내 활동하는 핵심인재간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섹터 바깥에 있는 다양한 전문가와 주요 이해관계자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핵심인재들의 문제해결 역량을 높일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사람 간에 문제해결형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을 통해 인재와 생태계의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특히, 핵심인재 육성센터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지역 내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구축이다. 지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공무원과 지원기관 실무자, 사회적경제 조직 등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핵심인재육성센터 2014년 교육프로그램에서는 가급적 동일한 지역에서 정책전문가와 인큐베이터, 스타트업 수강생을 선발할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 강동구청에서 사회적기업 주무를 담당하는 팀장 1명,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인큐베이터 1명, 강동구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사회적기업가 1명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수강생을 모집할 것이다. 동일한 지역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같이 찾고 같이 실행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정리했듯이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는 참여, 혁신, 네트워크를 핵심가치로 삼는다. 이해관계자의 기대치, 요구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자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과정을 운영하는 방법은 이들과 함께 과정을 개발하고 동시에 끊임없이 이들의 의견과 반응을 경청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발전에 필요하지만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인재육성과 관련된 모든 아이디어와 다양한 시각에 귀를 기울여서 변화를 포용하고 현상에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로부터 풍부한 경험과 각기 다른 관점과 능력을 배우고 활용하고 결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핵심인재들을 씨줄과 날줄로 연결하는, 수강생 간 인적결합도가 높은 두꺼운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다.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 긴 호흡으로 여러 혁신적인 실험을 할 것이다

핵심인재육성센터는 2014년은 사업 첫해인 만큼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를 개소하고 핵심인재 육성을 위한 5개 과정개발과 운영, 그룹별 그리고 100명 전체가 참여하는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주력할 것이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센터 운영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인재육성의 성공모델을 확산시키며 중장기적으로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심화과정 및 고급과정을 개설하고 사회적경제 강사 및 사회적경제 영역에서의 슈퍼 인큐베이터(최고 수준의 인큐베이터) 육성 사업도 추진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분야 업종별 네트워크 구축이나 업종별/지역별 인재육성 시스템과 1,2,3,4섹터 참여 지원시스템 구축 및 사회적경제 인재육성 관련 연구 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많은 사람의 지원으로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를 설립했다. 우공이 산을 옮기듯,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듯 긴 호흡으로 여러 혁신적인 실험들을 해갈 것이다. 센터를 설립하게 되어 더 없이 기쁘지만 또 한편으로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센터가 사회적경제 인재육성 성공모델을 만들고 그 결과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두 손 모아서 많은 분들의 참여와 도움, 의견을 부탁드린다.

글_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팀장 joll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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