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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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창업한 지 3~5년 정도 지난 성장기 사회적기업가들과 함께 사회적기업 사례 학습 모임을 한 적이 있다. 사례 학습 대상은 홀푸즈(Whole Foods)라는 기업이었다. 미국 유기농 시장을 개척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이 기업의 주요 사업은 자연식품과 유기농산물 판매이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미국인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100대 기업 중 30위를 차지한 홀푸즈는 기업의 성장전략부터 존맥키라는 기업가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점이 많은 사례였다. 이 회사는 철저하게 타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서 성장해 왔다. 인수한 기업의 경영철학과 조직문화를 최대한 존중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동시에 인수합병 과정에서 인수 기업의 노동자를 대량 해고한 적도 있다. 이 기업의 대표인 존맥키는 깨어있는 자본주의를 천명하면서 기업의 미션과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서 기업 운영을 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기업은 사회적기업일까, 아닐까?

우리는 실로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적기업을 정의하고 평가한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지원사업이 펼쳐진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합의된 정의와 평가의 기준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가치 평가라는 것이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에 그 기준에 합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제프멀건은 ‘사회적 가치 측정(Measuring Social Value)’에서 사회적 가치가 객관적일 수 없는 네 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 사회 문제에 있어서 명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어려움
▲ 사람마다 가치관과 생활환경 등이 다르다보니 사람마다 느끼는 효과가 천차만별임
▲ 현재 통용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의 신뢰도가 높지 않음
▲ 문제가 생기고 해결책이 적용되고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간 시차가 발생함으로써 정확한 사회적 가치 측정이 어려움

결국 선택의 문제인 듯 싶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선택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 또한 도덕도 선택의 영역 안에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사회적기업 평가를 위해서 어떤 기준을 선택해야 할까?

여기에서 사회적기업 평가에 참고할만한 기준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에서 Charities Aid Foundation(CAF)의 후원으로 매해 Charity Awards를 개최해서 올해의 단체를 선정하여 시상을 한다. 아래는 올해의 단체를 선정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열 가지 평가기준이다.  열 가지 평가기준을 통해서 우선 영리기업과 사회적기업의 성과 평가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동시에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사회적기업을 평가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열 가지 기준을 살펴보자.


1. 리더십
목표를 추구하고 사업을 함에 있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가, 타의 모범으로서 조직 구성원과 이외의 사회 구성원에게 충분히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을 주었는가

2. 인재양성
자원봉사자를 포함해서 조직 구성원을 성장시키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3. 사업계획 수립 및 실행
구체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짜임새 있게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 따라 그리고 현실 상황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였는가

4. 혁신성
아이디어와 방법들이 얼마나 혁신적인가

5. 조직운영
(특히 새로운 곳으로부터의) 지원이나 후원(금) 마련 방법 및 판관비 등 비용 절감 방법이 있는가

6. 교육과 학습
학습하고 학습의 결과를 공유하려는 문화를 얼마나 잘 만들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요구와 태도를 얼마나 잘 변화시켰는가

7. 효과측정
적절한 기술이나 방법을 사용해서 사업의 결과 및 효과를 잘 측정하고 있는가

8. 효율성
목적했던 결과를 (초과) 달성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가, 그리고 결과가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달성되었는가

9. 책임감
자원봉사자, 후원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 목표달성 방법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는가

10. 지속가능성
초기 자원 투자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디자인 되어 있는가


2012년 시상식에서 헤일로 재단이 대상을 받았다. 위의 열 가지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헤일로 재단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자.


1. 리더십
– 헤일로 재단은 24년 전 인도주의적 지뢰 제거라는 개념을 세웠으며, 1988년부터 1,300만 개의 지뢰와 미폭발 무기를 제거했다. Landmine Monitor에 따르면 이는 헤일로 재단 다음으로 지뢰 제거를 많이 하는 기관에 비해 2.5배 많은 수치이다.
– 뿐만 아니라, 2009년 내전을 끝낸 스리랑카 정부가 10년에 걸친 체계적 지뢰 제거 계획을 세우는데 큰 공헌을 했다

* Tip1. 자신이 일하고 있거나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정리하는 것이다. 해당 영역의 개척자 역할로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회 문제를 사회 이슈화시키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실행하면서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 시작은 했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서 지지부진한 영역의 돌파구를 찾아서 그것을 사회 의제화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에 관한 부분이다.

2. 인재양성
– 헤일로 재단은 5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팀을 현지에 파견해서 지뢰로 피해를 입은 지역 거주자로 구성된 1,000명의 지역 스태프에 대한 교육, 훈련 사업을 펼쳤다. 교육을 마친 이들은 지역으로 돌아가서 지뢰 제거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며 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교육, 훈련을 통한 전문가 양성은 고정 수입이 발생되기 어려운 지역의 사람들에게 안정적 소득이 보장된 일자리를 제공 기회를 만든 효과도 있었다.
– 헤일로 재단 내부 스태프를 최고의 재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 Tip2. 인재양성은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분야이다. 그래서 내적?외적 인재 발굴 및 육성 사업은 사회적기업의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재양성은 단순한 교육의 범위를 떠나서, 인재의 전문성 경험을 높이면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범위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3. 사업계획 수립 및 실행
–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스리랑카 정부가 문제 지역을 537km2 로 과다설정해서 비용과 사업 실행 면에서 지뢰제거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구체적 데이터와 기술을 이용한 헤일로 재단의 전문조사팀이 문제 지역을 255km2로 축소 재설정했다.
– 이를 통해서 스리랑카 정부가 지뢰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했다.
– 뿐만 아니라 지뢰 때문에 집을 떠나 있었던 300,000명의 이주민이 빨리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혁신성
– 24년에 걸친 지뢰 제거 경험을 통해 구축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헤일로 재단이 개발한 ‘다각 조사’ 방법은 지뢰 제거 분야에서 가장 정확성이 높은 기술로 손꼽힌다. 이 방법으로 세계 곳곳에 있는 지뢰 의심 위험지역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었다.
– 이 과정에서 지뢰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역할까지 하였다

5. 조직운영
– 타 기관들은 본국의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지뢰를 제거한다. 이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 헤일로 재단은 재단에서 파견된 전문가 1명이 현지 스태프 200명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이런 방식으로 지뢰 제거를 대규모로 효율적으로 했다.

6. 교육과 학습
– 헤일로 재단은 단순한 지뢰 제거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뢰에 대한 공공리더의 인식 및 이해도 제고 목적의 교육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이는 스리랑카 정부가 지뢰 제거 프로그램(National Mine Action Programme)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 또한 스태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으로 매해 지뢰 제거 효율성을 20% 이상씩 높이고 있으며, 세계 곳곳의 현지 스태프들과 신규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다

7. 효과측정
– 헤일로 재단은 다음의 기준으로 지뢰 제거의 효과를 측정했다.
1) 잠재 희생자 보호
2)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을 위한 안정적 주거 조건 창출
3) 지뢰로 버려진 토지를 생산수단으로 전환시키는 경제적 효과

– 헤일로 재단은 성과 지표를 측정하는 내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서 특정 영역을 담당하는 지뢰 감독관이 지뢰에 대한 각종 정보 및 지뢰 제거율을 포함한 다양한 통계자료 등을 매일매일 매핑하고, 기록하고, 보고한다.

8. 효율성
– 헤일로 재단의 현지 스태프는 108,000개의 대인지뢰를 제거했다. 이는 2009년 내전 종료 이후 스리랑카에서 제거된 지뢰의 70%에 달하는 수치이다.
– 헤일로 재단은 2011년 한 해에만 200만km2 규모를 지뢰 청정지역으로 만들었다
– UNHCR에 따르면 헤일로 재단의 지뢰 제거 덕분에 268,984명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고 한다.
– 헤일로 재단은 지난 9년 동안 400만km2 넓이의 땅에서 지뢰를 제거했다. 그리고 지뢰가 제거된 토지는 학교, 의료시설, 논, 도로, 집과 정원, 사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9. 책임감
– 헤일로 재단은 재정과 사업 성과를 분기별로 보고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웹사이트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 기부받은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10. 지속가능성
– 헤일로 재단은 전쟁으로 남겨진 지뢰밭은 일시적 문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지뢰 제거를 통해서 지역이 안정적 개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경제성장의 호조건을 형성한다.
– 지역 스태프들이 헤일로 재단에서 습득한 보고?기록 등의 업무 능력은 지뢰 제거가 아닌 다른 영역의 업무 능력으로 전환되어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


글_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jolly@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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