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긍정의 힘’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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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인증 사회적기업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전체 14%, 1인당 매출액이 중소기업 평균의 13% 수준인 3,100만 원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사회적기업당 고용인원 수, 기업당 매출, 당기순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굳이 이런 구체적 수치가 아니더라도,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사회적기업이 가지고 있는 근본 한계로 또는 더이상 문제제기가 필요 없는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로 공인되고 있는 듯 하다. 과연 그러한가? 되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사회적기업, 잘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려니 생각하고 있는 ‘상식’은 대부분 잘못된 정보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적기업이 실제보다 많이 저평가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회적기업들은 훨씬 잘 하고 있다. 특히나 지금이 사회적기업이 등장한 지 이제 갓 5년 차인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사회적기업들은 초기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 많이 실패하고 있으며, 동시에 많은 성공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 청년들이 끊임없이 뛰어들고 있으며, 점점 더 준비된 실력자들이 ‘업계’에 많이 진입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은 배제를 목적으로 한 경쟁이 아니라, 공생과 협동의 원리로도 주식회사를 충분히 잘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장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아가는 청소 노동자들이 일하는 직장을 만들었고,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교육과 보육, 의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조금씩 마련하고 있다. 농협이 망쳐 놓고 있는 농업에 대한 대안의 씨앗도 조금씩 뿌려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첨단이라고 불리는 금융시장마저 협동조합 방식의 시장 경쟁력이 검증되고 있다.

2010년 2억 원으로 출발한 딜라이트는 창업 3년 만에 매출 기준 2,000% 성장을 달성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아름다운가게는 2011년 285억 원 수입에 나눔 및 공익사업 목적으로 211억을 지출한 성과를 올렸다. 가로청소사업을 주업으로 하는 우리환경개발이라는 성남의 시민기업은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근로자의 90%를 차지하며, 이들 근로자들은 60대 생활 필요임금(147만 원)의 96% 수준으로 급여를 받는다. 가장 열악하다고 꼽히는 청소업에서 생활필요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에서 청소 불량에 대한 민원은 0건이며, 기업 내 재해 건수 역시 0건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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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2012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취지?근로조건 적합?일자리 안정 등의 이유로 사회적기업 근로자의 90%가 계속 일할 의사를 갖고 있으며,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 중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은 각각 96.8%, 92.6%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66.5%, 72.7%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다.

또한 사회적기업 폐업률이 중소기업 평균 생존률(7년차 기업의 경우 27%)보다 낮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2010년 기준 영업이익을 내는 사회적기업이 전체 14%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현재 초기단계?쇠퇴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은 전체 15%에 불과하며, 나머지 85%는 정착?성장?성숙단계로 분류된다. 즉, 현재 사회적기업은 실패나 성공으로 단정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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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과 경쟁’보다 ‘가치와 공생’이 먼저다

사람들의 이런 ‘상식’의 또 다른 배경은 ‘이윤과 경쟁’로 운영되는 기존 조직이 ‘가치와 공생’의 원리로 운영되는 사회적기업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편견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농협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손실로 순이익의 7천억 원을 까먹고, 세계 1위 금융회사와 보험회사인 시티그룹과 AIG가 부도로 국유화될 때,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 독일 등의 협동조합 은행의 예금잔고와 자국 내 대출 점유율은 크게는 40% 이상 급증했다.

물론 통상적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듯이 사회적기업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보통 회사가 부도가 나면 직원은 해고당하고 투자자와 채권자는 돈을 받으러 달려온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이들은 종종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대처 방안을 내어 놓는다.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마을문화 예술 사랑방, 성미산 학교 교사와 마을주민을 위한 쉼터를 만들기 위해서 설립된 성미산마을의 ‘작은나무’ 카페는 순수 성미산 주민들이 세운 마을기업이다. 사실 작은 나무 역시 두 차례 경영 위기를 겪었는데, 그때마다 100여 명의 주민이 출자를 해서 카페 운영을 정상화시켰다. 주주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성미산 동네 사람에게는 돈이 아니라 동네 사람을 위한 카페가 필요했던 것이다. 공동육아와 마을극장을 포함한 성미산의 모든 마을기업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 사례는 더욱 흥미롭다. 이곳은 조합원이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몬드라곤 중앙조직에서 전문가를 파견해서, 창업 희망자가 사업계획을 최대한 잘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가 인건비는 전적으로 중앙조직의 부담이다. 8개월에서 2년의 기간을 걸쳐 수립된 사업계획이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바로 창업을 하게 되며, 기업이 손익분기에 이를 때까지 전문가는 신생 조직에 계속 파견되어 있다. 만약 이 조직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중앙조직은 기업 회생 전문가를 파견해서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기업을 원래 창업자에게 다시 돌려주고 파견된 전문가는 중앙조직으로 다시 복귀한다. 만약 회생이 불가할 경우, 근로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 몬드라곤에 있는 다른 협동조합에서 일할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습득에 교육이 필요할 경우, 교육비 지원과 이 기간동안 발생되는 일시적 공백기에는 월급의 80% 정도의 실업급여를 받는다. 물론 각종 보험 등은 100% 보장받는다.

영국보다 부와 기술 면에서 월등히 앞섰던 중국, 영국보다 먼저 신항로를 개척해서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물질적 부와 기술이 핵심 요소였다면 산업혁명은 이미 16세기 중국이나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먼저 일어났을 것이다. 현재 시점 사회적기업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회적기업의 물질적 성공에 기초한 ‘대세론’이 아니다. 관건은 우리 사회가 지금 사회적기업을 필요로 하는지, 사회적기업이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우리 안에 새로움을 향한 긍정의 힘이 있는지 여부이다.

※ 본문에서 언급한 사회적기업은 인증 사회적기업, 예비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 본 글은 한겨레경제연구소의 HERI REVIEW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_ 조우석 (사회적경제센터 선임연구원 jolly@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