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참여자 4인 미니 인터뷰
생각을 나누며 ‘2차 가해’ 인식 바꾸기
박재민_세다리
Q. 프로젝트 전, 나에게 10.29 참사란
나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희생자들이 만약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일종의 2차 가해와 같은 생각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Q. 세다리 팀이 주목한 문제와 해법
세다리 팀은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그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초점을 두어 같이 고민한 결과, 희생자를 비난하는 2차 가해를 소재로 카드뉴스를 제작하여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자 했습니다. 👉 인스타그램에 채널(@three_bridgee)을 열고, 이곳에서 1주차에는 “2차 가해란 무엇인가”, 2주차에는 “2차 가해란 왜 발생하는가”, 3주차에는 “2차 가해를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 👉 설문조사에도 참여하면서 2차 가해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고 이런 자료들을 모아 하나의 워크북을 만들려고 합니다.
Q. 활동하며 느낀 의미와 재미
매주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참여자들의 댓글을 텍스트 마이닝하여 워드클라우드로 분석하면서 우리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시민 참여자들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그 비교 과정에서 팀원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서 흥미로웠고, 카드뉴스에 댓글을 달아준 시민들과 양방향 의사소통을 하면서 10.29 참사의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느꼈습니다.
Q.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것이 달라졌다!
제가 처음 이태원 참사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가졌던 생각이 일종의 2차 가해라는 것을, 프로젝트 전에는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팀의 주제가 2차 가해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주제이다 보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팀원들과 시민들의 생각을 접하고,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지적 자극제가 없으면 본인의 생각이 항상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참여하는 활동이 지적 자극제가 되어 제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더 오래 활동할 수 있다면…
만약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세다리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한다면 가장 주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부분은 이 프로젝트를 참여하도록 사람들을 유인하는 방법입니다. 현재는 저희 팀원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하여 참여자들의 댓글을 받고 있지만, 만약 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유인이 잘 된다면 먼저 참여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계속 홍보하면서 ‘세 다리만 건너면 우리는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모이는 마을을 만들다!
박수진_마인드빌리지
Q. 프로젝트 전, 나에게 10.29 참사란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신과 타인, 더 나아가서는 사회의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취지가 그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동안 심리학이라는 필터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얻은 것들을 현실세계에 적용하는 데는 소홀하지는 않았나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10.29 참사는 무거운 주제이긴 하나 사람 마음에 대해 고민하는 심리학과 학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0.29 참사가 누구의 책임인지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남은 10.29 참사의 잔상을 재구성하는 것이 심리학을 하는 사람들의 과제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마인드빌리지 팀이 주목한 문제와 해법
저희 팀이 전달하고자 한 건 외상 이후의 대응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에 대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올바르고 안전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이 외상 이후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을 기반으로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심리적 충격을 받은 일에 대해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데, 문제는 그 용기가 있어도 소통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저희 팀은 👉 인스타그램에 소통 채널(@mind.village_1029)을 열고, 저희가 먼저 용기를 내서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팀원들이 그림일기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날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올라올지 궁금합니다.
Q. 활동하며 느낀 의미와 재미
워크숍 과정에서 문제를 다각도로 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는데, 평소 전공 공부를 할 때 문제 하나를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연구하던 것과는 차이가 있어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팀원들 덕분에 한계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게 가능한가?’ 의심이 들던 것도 함께 머리를 맞대니 가능하더군요. 워크숍이나 그룹 토론 시간에 실현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었던 것이 실제 프로젝트 진행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것이 달라졌다!
팀원들과 10.29 참사 당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당시 감정은 어땠고 지금은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10.29 참사 이후 한 번도 이태원을 약속장소로 잡지 않았고, 이태원역을 지나쳐갈 때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는 것을 대화 도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팀원들 대부분이 이 이야기에 공감했다는 점도 저에게는 꽤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이 이야기에서 시작해, 프로젝트 기간에 팀원들이 모두 함께 이태원에 가보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떤 문제들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해결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Q. 더 오래 활동할 수 있다면…
저희는 온라인으로 소통의 공간을 만들었지만, 오프라인에도 마련된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더 와닿고 쉽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같은 의견에는 공감할 수 있는 안전한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 안전하고 건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심리학 전공자들이 일조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 정리: 이미경 연구위원 | nanazaraza@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