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가는 지구를 지키는 꿀벌이다

편집자 주/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에서 열린 사회혁신 섬머스쿨(Summer School on Social Innovation 2008)에 참가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기획 2팀 김연희 팀장이 두 번째 편지를 보냈다. ‘봉순엄마’ 김연희 팀장은 전 세계 사회혁신가들 앞에서 희망제작소 사회창안 사례를 발표해서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



난데 없이 웬 꿀벌 이야기냐고요? 첫 날 일정은 제프 모건(Geoff Mulgan /Geoff Mulgan은 사회혁신에 있어 세계적 리더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 Demos의 창립자이며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의 정책고문이었다. 현재는 Young Foundation의 디렉터로 있다.)의 꿀벌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리 사회혁신가들은 꿀벌에 비유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 두 번째는 충매화가 수분을 할 때 꿀벌이 매개가 되듯, 사회혁신가들도 경계를 넘나들며 사회혁신을 촉진한다는 것, 세 번째는 미미해보이지만 정작 멸종되면 우리 사회가 위기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_1L|1079162830.jpg|width=”300″ height=”226″ alt=”?”|첫 번째 세션, 제프모건의 꿀벌이야기 _##] 사회혁신가는 꿀벌이다!


저도 여기서 처음 들었습니다만, 최근 꿀벌들이 집단적으로 죽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자파 노출설, 바이러스 침투설, 그리고 지구 온난화 현상도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근 휴대폰 등 통신기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꿀벌들의 방향감각에 혼란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전자파 노출설이며, 겨울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꿀벌들이 봄인지 착각하고 꿀을 따러 날아다니다가 허탕을 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죽어간다는 것이 지구 온난화설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인슈타인이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입니다. 이 주장의 근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 곤충을 매개로 수분을 하는 충매화의 80%가 꿀벌에 의한 것이며, 인류 먹거리의 1/3 이상이 꿀벌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프 모건이 꿀벌의 이야기를 통해 역설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혁신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꿀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혁신가들은 전체 인구로 봤을 때는 소수그룹에 속하지만, 이들을 매개로 우리 사회는 경계를 넘는 교류와 협동의 꽃을 피워내고 있고, 이런 활동으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균형을 이루어간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방향감각을 흐려놓는 장애물들을 경계해야 하며 더 나아가 이런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노력에서 사회혁신은 시작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여러분은 꿀벌인가요? 그렇다면, 꿀벌의 고민을 함께 나눠볼까요?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전세계적으로 사회혁신의 노력은 너무나 부족하며 현존하는 사회혁신 모델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사회문제들, 가령 노령화, 기후변화, 다양성, 지속가능성 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지적된 것 중 하나는 사회혁신가들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스템과 방법론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훌륭한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과학이나 비즈니스에 비교해 봤을 때 우리는 훨씬 뒤떨어져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경계를 넘나드는 지식과 경험의 공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와 아이디어의 공유, 연구결과의 공유,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과 기술의 공유, 지속가능한 재정모델의 공유를 통한 집단 지성, 집단 상상력을 배양함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우리가 여기에 모였고, 서로 많은 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였습니다.


소그룹 토론으로 학습하는 섬머스쿨


제프 모건의 발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섬머스쿨은 전통적인 섬머스쿨(일방이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이 아닌 서로 대화하면서 만들어가고 배우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토론 아젠다를 던지기 위한 발제 후 이에 대한 소그룹 토론이 이어졌으며, 소그룹에서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제자와 다시 토론하는 형식이 섬머스쿨의 기본 운영방식입니다.

우리에게는(적어도 나에게는)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상호토론방식과 참가자의 관심주제에 따라 자체조직(self-organizing)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분명히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긴장감과 함께 그런 긴장에 노출됨으로써 상당히 동기부여 될 것이라는 설레임이 동시에 다가왔습니다.

[##_1R|1333764430.jpg|width=”300″ height=”224″ alt=”?”|소그룹 토론 후 발표하는 모습_##]제프 모건에 이어 로빈 머레이(Robin Murray)는 사회혁신의 방법, 툴, 전략들을 보다 구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혁신 방법론이라는 것은 자금조달에서부터 프로젝트 설계, 프로젝트 개발과 평가 등을 아우르는 것으로 많은 나라들의 현장 경험으로부터 추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무엇(Where, Who, How, What)을 했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네 가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사회혁신이 일어나는 곳(Where)은 공공영역(The public sector), 자선영역(The grant economy), 시장영역(The market economy), 가정(The household)의 범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는 점, 두 번째, 사회혁신을 일으키고 촉진하는 사람들(Who)은 경계를 넘나들며 사회혁신을 촉매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세 번째 사회혁신이 어떻게(How)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로는 문제의 진단과 정의, 아이디어 창출, 실험 및 평가 후 지속가능한 형태의 혁신모델 구축, 모델의 전파 그리고 이를 변형하고 궁극적으로는 메인 스트림으로 이동시켜 시스템적인 혁신을 창출하는 것을 포함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러한 단계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무엇(What)이 변화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상깊었던 주제, 공공영역에서 사회혁신


특히 인상 깊었던 첫 번째는 공공영역에서 사회혁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공부문에서의 혁신은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제 3 섹터와의 교류와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도 유럽 각 나라의 정부기관에서 나와서 학습과 토론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증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나 브라질의 참여예산제, 영국의 오이스터 카드(교통카드), 미국의 공동체 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s), 덴마크의 Mind Lab처럼, 공공부문에서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부처와 주제를 뛰어넘는 연구단위를 별도로 두는 등 공공부문 혁신사례들이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다음에 따로 소개할까 합니다.

두 번째는, 사회혁신을 장려하는 수많은 사회적 자본시장입니다. 이 점은 특히, 우리나라 실정과 비교해봤을 때 너무나 부러운 것이었습니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위한 대회와 상들(NESTA Innovation Challenge, Make it Your Own Awards, X prizes…), 사회적 혁신가를 직접 지원하는 재단(UnLtd, Skoll, Ashoka),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자선업계의 이베이(GlobalGiving, DonorsChoose), 투자성격의 Venture Philanthropy, 자선 뮤츄얼 펀드(The Acumend Fund), 사회적 기업의 펀딩(Banca Prossima)…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회적 자본들이 사회혁신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크레딧, 사회적 주식시장(Social Stock Markets), 사회적 기업, 사회적 비즈니스, 협동조합, 공정무역과 같은 시장에서의 움직임과 슬로푸드 운동, 타임뱅크, 공동체화폐 등과 같은 가구 단위의 사회적 움직임의 동참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_1C|1283548239.jpg|width=”400″ height=”200″ alt=”?”|썸머스쿨이 열리는 산세바스티안의 해변 모습_##]다음으로는 필립스 디자인의 부사장 조세핀 그린(Josephine Green)의 디자인과 사회혁신에 관한 내용이 이어졌습니다. 디자인에는 워낙 여러 가지 의미와 종류가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여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필립스는 산업디자인과 관계되어 있고 산업디자인은 대량생산과 연결되지만, 이런 시대는 이제 지나갔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천연자원을 더 적게 사용하면서 더 잘 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혁신이 필요하며, 이것은 비움의 디자인과 연결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결국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이 중요해진다는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열렬한 관심을 받았던 사회창안


아침만 해도 잔뜩 흐려있던 날씨가 점심을 먹고 바람을 쐬러 나왔더니 화창하게 개어 있었습니다. 섬머스쿨이 열리는 학교 바로 앞에 펼쳐진 해변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다를 뒤로 하고 이어진 세션은 전 세계의 사회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쇼케이스(Showcase)입니다.

스페인 몬드라곤, EQUAL ARIADNA의 사회적 일자리, 오스트레일리아의 Center for Social Innovation 구축사례, 덴마크의 공공분야의 혁신사례(Mindlab), 이탈리아의 사회혁신을 위한 은행사례(Banca Prossima), 미국의 청소년 사업의 글로벌 확장사례(Inspire), 중국의 가난지역 개발사례(Fuping Institute for Developlment),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시민과 함께 하는 사회창안사례(The Hope Institute)가 이어졌습니다.

8명의 발제자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 시스템이었습니다(질문이 많았던 순으로…^^). 우리의 전략이라고 소개한 미디어 캠페인이라든지, 정부, 시민, 비영리기구 간 협력시스템, 그리고 10월에 열리는 사회창안대회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불만합창페스티발이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는지 폭발적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질문은 별도의 세션으로 이어졌고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의 상황 등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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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머스쿨 참가기 1/ 아름다운 산 세바스티안과 사회혁신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섬머스쿨 참가기 3/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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