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과 청년의 역할은?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청년 정책’ 관련한 현수막이나 홍보 포스터를 종종 마주합니다. 희망제작소가 청년 정책을 연구해온 만큼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 중앙정부와 지자체 홈페이지를 훑어보면 이렇게 많은 청년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과연 청년들이 제대로 알고 지원을 받고 있을까 물음이 생깁니다.

1편 <청년 정책, 어디부터 찾아볼까?>를 통해 청년 정책의 방향성을 짚었다면, 이번 글(2편)에서는 희망제작소에서 펴낸 연구보고서 희망이슈를 통해 <사회혁신과 청년의 역할>을 훑어봅니다.

👉 요약
사회혁신 분야에서 청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청년의 역할 변화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청년이 ‘아이디어 제공자’에서 ‘아이디어 가공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 사회혁신, 문제제기에서 문제해결 시민운동으로

사회혁신은 공공, 기업, 시민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등장합니다. 특히 시민사회는 2000년대 이전까지 정부와 대립한 위치에서 문제 제기에 주력하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제 제기 뿐 아니라 해결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확장했습니다. 즉, “문제제기형 시민운동에서 문제해결형 시민운동으로”(김병권, 2013:5) 변화한 것입니다.이러한 변화는 사회혁신으로 묶여 브랜드화 되었습니다.

문제해결형 시민운동의 행위자는 누구일까요. 미우라 히로키(2013)는 사회혁신 영역에서 실제 활동하는 다음과 같이 행위자를 정의합니다.

▲ 개인 입장·전문성·자원·재능 등을 활용해 주변에 존재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창의적 아이디어를 개발·실천하는 지식근로자 및 자원봉사자 ▲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정책적 유효성 및 타당성을 검증·전파하는 마을활동가 및 시민기업가 등으로 구체화된 개인 수준의 행위자 ▲사회 및 정책변화를 유형화하는 조직/제도 수준의 행위자  즉, 검증된 정책을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 조직 설립·캠페인·네트워킹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회적기업가 및 공공리더 등으로 나눕니다. 이 중 개인 수준의 행위자를 중요하게 봅니다.

🔎 사회혁신의 주체, 청년의 역할은

사회혁신의 일환인 문제해결형 시민운동에서 ‘행위자’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행위자’를 쉽게 말하자면 ‘시민’입니다. 시민(행위자)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사회혁신’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시민은 문제를 겪는 당사자로서 원인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습니다.

시민이 일상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암묵지’ 지식은 전문가 집단의 ‘형식지’ 지식보다 대체 불가능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사회혁신이 일상, 지역사회, 제도 및 정책으로 스며들기 위해서 행위자의 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한 배경입니다. 사회혁신의 일환인 문제해결형 시민운동으로서 다양한 행위자 중 ‘청년의 역할’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 청년, 아이디어 제공자를 넘어 아이디어 가공자로

청년 문제는 IMF 사태로 실업률이 증가한 시기에 본격적으로 대두했습니다(김현수, 2019:4-5). 특히 청년 문제는 고용 문제에 쏠려있었는데요. 그간 청년 당사자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결과 주거, 건강, 복지 등 다차원적인 관점으로 청년 문제를 바라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문제해결형 시민운동의 행위자 중 하나인 ‘청년의 역할’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현재 사회혁신에서 청년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현장성이 살아있는 경험적 해결책보다 청년이 지닌 참신함과 새로움의 이미지를 요구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물론 청년을 둘러싼 문제들이 인구 구조의 변화나 경제 체제의 한계 등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사회혁신’만으로 해결하기란 역부족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혁신의 주요 행위자인 청년의 역량을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체인지메이커’, ‘사회적기업가’ 등 미시적 차원으로 제한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은 아닙니다.

실제 ‘청년’과 ‘사회혁신’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크게 청년과 사회혁신 기업(프로젝트)를 매칭해 취·창업을 지원하는 사업과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나뉘는데 전반적으로 ‘일자리’ 위주의 관점이 깔려있습니다. 즉, 청년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역할을 기대하면서도, 아이디어를 유용한 자원으로 가공·조직하는 구조적 관점에서의 역량 강화 측면이 취약한 상황입니다.

청년에게 ‘미시적 사회혁신’을 ‘거시적 사회혁신’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역량을 축적하는 교육 및 훈련을 제공해야 합니다. 다면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정 문제에 집중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적 디자인 사고(systemic design thinking)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Jess Weaver, 2018).

그렇다면 청년의 사회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및 훈련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청년이 어떤 문제를 처했을 때, 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이 이뤄져야 합니다. 즉, 청년의 아이디어 ‘제공’하는 역량보다 문제를 분석해 아이디어를 ‘가공’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더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론을 학습하기보다 관찰과 대화를 통해 정보 및 자료를 수집하는 법, 수집된 아이디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법에 대한 학습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등 현장 연계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통해 청년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보다 구조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재해석하면서 ‘아이디어 가공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청년정책, ‘지원’에서 ‘역량 강화’ 교육도 필요

이처럼 <희망이슈 -국내 사회혁신에서 청년의 역할>에서는 청년을 아이디어 제공자로서 ‘소비’가 아닌 아이디어 가공자로서 구조적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교육 방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앙정부에서는 다양한 청년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한 <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5대 분야 중 일자리, 참여·권리 분야로 나눠 다양한 정책이 추진됩니다.

양질의 정책뿐 아니라 청년이 ‘아이디어 가공자’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및 지원 정책을 함께 제공하는 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순히 새로운 창업 지원 및 청년 발굴에 그칠 게 아니라 청년 문제를 구조적 관점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참고자료
2021년 중앙부처·지자체 청년정책 시행계획
희망이슈 제52호 국내 사회혁신에서 청년의 역할

-글: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