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안 미디어를 꿈꿉니다

지난여름, 희망제작소 지하 사무실에 한 스타트업이 입주했습니다. 희망제작소와 사무 공간을 공유하는 이분들은 누구일까요? 한겨레, 씨네21을 거쳐 새로운 대안 미디어를 꿈꾸는 김정선, 김상윤 후원회원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20년 전 한겨레에서 만나 지금까지

김상윤 회원은 한겨레 창립 초기에 입사하여 한겨레21, 씨네21 등의 신사업을 기획하고 10년간 씨네21 대표를 지냈습니다. 두 사람은 20년 전 한겨레 채용 면접에서 처음 만난 사이인데요. 김상윤 회원이 김정선 회원 입사 면접에 참여했던 면접관이었습니다. 직장 상사와 신입사원으로 만난 두 사람은 한겨레에서 씨네21, 씨네룩스로 자리를 옮기며 15년 넘게 함께 일해왔습니다.

김상윤 “큰 인연이죠. 이 친구가 어떤 일이든 시키는 대로 일을 잘하기도 하고, 잘 통하는 무언가 있어요. 그래서 자리를 옮길 때마다 함께 일하자고 불렀죠.”

김정선 “물론 코드도 잘 맞았지만, 마침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타이밍 좋게 제안을 주셨어요. 서로 보완되는 면을 갖고 있어서 합이 잘 맞아요.”

2019년 베를린영화제 마켓에 방문한 김정선 회원(왼쪽), 김상윤 회원(오른쪽)

인맥이 넓은 김상윤 회원이 일의 큰 그림을 그려놓으면, 김정선 회원은 세부 계획을 짜고 실무를 도맡아 하며 15년째 손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합이 잘 맞는 두 사람은 7년 전 씨네21을 그만둔 후 씨네룩스라는 영화 배급사에서 함께 일했는데요. 주로 예술영화를 배급했습니다.

“자금력이 약한 작은 회사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배급할 순 없으니까요. 예술영화가 틈새시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쟁이 워낙 치열했고 예술영화 시장이 좀처럼 성장하지 않아서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씨네룩스에서 배급한 영화, 왼쪽부터 벤 이즈 백(2019), 레이디 맥베스(2017), 슈퍼소닉(2016)

한국의 문화 콘텐츠, 성공 비결은?

15년 넘게 영화업계에서 일한 전문가로서 두 회원은 최근 일어난 K-culture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었습니다. 한순간 갑자기 이루어진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김대중 정부부터 정책적으로 문화 산업을 활성화한 것이 시작입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잖아요. 독재 시절은 한국 영화의 침체기였거든요. 정부 지원은 새로운 창작자가 생겨나고 유학파 영화인이 등장하는 발판이 된 거죠. 한편으로 스크린쿼터 운동도 한몫을 했고요.”

하지만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K-culture의 성공은 이것으로 설명하기 부족합니다. 세계인을 끌어당긴 한국 콘텐츠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김상윤 회원은 그 이유로 ‘캐릭터’를 꼽았습니다.

“빈부격차는 한국 사람만 겪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모든 이의 아픔이죠. 그런데 한국 콘텐츠는 ‘캐릭터’를 통해 이를 표현한다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오징어게임을 예로 들어볼까요? 비슷한 생존게임은 일본에 많지만, 일본 콘텐츠는 ‘사건’ 중심입니다. 그러나 한국 작품은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와 인물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디테일하게 묘사하며 공감을 얻어요. 서사가 강하죠. 규모로 최고라는 러시아 영화도 서사, 캐릭터가 약하거든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에, 어디서도 보지 못한 스토리 라인, 독특한 캐릭터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한국 콘텐츠의 강점이라는 김상윤 회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OTT의 성공이 영화계의 성공은 아니다

<오징어게임>, <지옥>이 세계인의 이목을 끈 데에는 ‘넷플릭스’라는 OTT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는데요. OTT 서비스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도 전했습니다.

*OTT 서비스 :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 드라마 업계에 기회가 된 것은 맞아요.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공중파나 케이블에서 <지옥> 같은 작품을 내보낼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어두운 면이 있죠. 모든 자본이 OTT로 몰리며 영화 기반산업이 위협을 받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줄고, OTT 서비스가 콘텐츠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OTT 서비스를 통해 영상물을 보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요즘, 결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두 회원은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정액제라는 거에요. 기존 영화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소비한 만큼 건당 계산해서 콘텐츠 제작자에게 배분되는데 OTT는 정산 과정이 불투명해요. 시청 시간에 따라 계산해주는 대로 받는데 그 내역을 공개하지 않거든요. 영화는 러닝타임이 짧으니까 시리즈물과 비교해 불리할 수밖에 없죠. 드라마보다 영화 만드는 데 돈이 더 많이 들기도 하고요. 전 세계가 우리 콘텐츠를 볼 수 있어 좋지만 해결해야 할 지점이 많아요.”

산업적 전환기를 맞은 영화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요? 극장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극장이 단순히 영화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3D, IMAX 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이벤트 장소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OTT 서비스의 정산을 투명하게 하고, 다른 콘텐츠와 영화를 구분해서 따로 과금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합니다. 산업 보호를 위해 최소 영화만이라도 따로 정액제를 운용하는 거죠. 한편 작은 영화를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플랫폼 위쪽에만 노출되어도 효과가 클 겁니다. 과거 스크린 쿼터제로 창작자를 보호했던 것처럼요. 작은 영화들이 잘 돼야 중급 영화가 잘 되고 한국 영화가 살 수 있는 선순환이 이어집니다.”

두 회원의 영화 추천!

뉴스로부터 당신을 구하는 뉴스, 세이버

한겨레에서 일했던 두 사람은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뭉쳤습니다. 월급도 없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기존 언론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기울어진 언론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포털을 보면 너무 많은 뉴스가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잖아요. 포털 메인에 배치되는 뉴스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그런 문제의식에서 ’세이버’를 시작했어요.”

세이버(Saver)는 두 가지 뜻을 지닙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꼭 필요한 뉴스를 찾아 사용자의 시간을 절약한다(save)는 의미. 그리고 기울어진 언론을 구한다(save)는 의미입니다. 세이버 앱에 접속하면 전문가가 선정한 주요 뉴스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고, 정식 서비스는 3개월 뒤 오픈 예정입니다.

세이버(Saver) 화면 구성

“요즘 뉴스를 보면 신문사마다 자기 입맛에 맞게 통계를 왜곡시켜요. 예를 들어 2025년이 되면 모든 선진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는데, 어떤 기사는 ’2025년 이후 한국 경제 암울‘ 이렇게 나와요. 실제로는 한국이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 일부만 보도하는 거죠.”

미디어사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신뢰를 잃어가는 언론을 보며 마음 아팠다는 두 회원. 이제는 편파 뉴스를 걷어내고 핵심을 담은 뉴스를 직접 제공합니다.

“가장 무서운 게 습관이죠. 뉴스를 보는 소비자의 행동도 습관이에요. 포털을 보던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뉴스는 네이버가 아니라 세이버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서 새로운 미디어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정선 회원은 희망제작소에 입주하며 느낀 감회를 전했습니다.

“저를 참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외부인이 공간에 들어와서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너무 환영해주셔서 내향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빨리 적응했거든요. 우리가 바라는 사회도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요즘 코로나 문제도 그렇고 서로 각을 세우는 일이 많은데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주고 함께 잘 지내는 사회를 바랍니다. ‘나와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는 시선이 바뀌었으면, 그리고 ‘세이버’가 그런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김정선, 김상윤 회원이 ‘세이버’를 만든 이유는 이것입니다. 기존의 질서를 바꾸기 위해 미디어 시장에 뛰어들어 스스로 미디어가 되기를 선택한 두 사람. 세이버가 대안 미디어로 성장하여 우리 사회 언론 지형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를 응원합니다.

세이버 웹 접속 https://thesaver.kr/
세이버 다운로드(베타 서비스)
– 아이폰 https://apple.co/3s7Ey0W
– 안드로이드 https://bit.ly/3s7wRYf

– 글 : 이규리 이음팀 연구원 kyouri@makehope.org
– 인터뷰 진행 : 유다인, 이규리, 한상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