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만드는 과정

희망제작소는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혁신을 기조로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시민의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사회창안을 주창해왔습니다. 여러 자치구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주민이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고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주민 삶과 밀접하고 효능감있는 사회혁신을 더욱 확산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는 희망제작소와 함께 주민 일상의 문제를 혁신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보아 ‘정확한 문제 정의’와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개선 가능성’에 초점을 둔 <종로 스마트 정책스쿨>을 운영했습니다.

종로 스마트 정책스쿨은 주민 중심의 정책 발굴을 위해 주민 공모로 제안된 지역문제를 바탕으로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해결 아이디어를 도출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ICT 전문가, 프로젝트 매니저, 퍼실리테이터 등 다양한 그룹의 지원을 통해 총 3주간 디자인씽킹 방법론 중심의 강의와 워크숍이 진행되었는데요. 어떤 내용으로 알찬 3주를 채웠는지 이번 글에서 살펴볼 예정입니다.


너도? 야 나도! 공감으로 시작하는 문제해결 🔑
문제해결에 있어서 공감은 가장 중요한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이란 어려움을 겪는 대상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라기보다는, 그 문제를 상대방(end-user)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함께 고민해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는 디자인씽킹 방법론에서 가장 중요한 첫 시작점이며, 사용자중심적 접근법입니다.

종로 스마트 정책스쿨 1주차에서는 “왜 사용자 중심인가?” 라는 강의를 통해 문제공감에 대한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학습했습니다. 디자인씽킹을 통해 아이디어의 한계를 더욱 넓힐 수 있는데요. 예를들어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빠르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면서 사람들의 불만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해당 사례처럼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자’는 해결책은 어떻게 도출하는 걸까요? 그 해결책까지 도달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종로구는 시민제안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여러 아이디어 중 팀별로 관심 있는 하나의 문제로 결정하기 위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세션을 가졌는데요. 선정된 아이디어를 전지 가운데 두고 마인드맵 형태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제약 없이 써내려가는 ‘브레인라이팅’ 활동을 했어요. 브레인라이팅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의 폭을 넓혀줍니다.
다음으로는 ‘퍼소나(persona)’ 활동입니다. 퍼소나란 설정한 문제의 최종사용자를 대표하는 인물(해당 문제로 불편함을 느끼는 주민)을 직접 상정해보고 가상의 이름, 목표, 평소에 느끼는 불편함, 그 인물의 니즈 등 직접 스케치해보면서 사용자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공감하는 활동입니다.
브레인라이팅과 퍼소나 활동을 바탕으로 ‘공감지도 그리기’를 진행했습니다. 공감지도 그리기란 퍼소나가 중심이 되어 Thinking(생각하는 것), Hearing(듣는 것), Doing(하는 것), Feeling(느끼는 것), Saying(말하는 것), Seeing(보는 것)을 내용을 작성해 사용자를 공감하고 실질적인 니즈를 파악하는 활동입니다.

1주차에서는 서비스디자인 방법론 강의, 브레인라이팅, 퍼소나, 공감지도 그리기 활동을 통해 문제점을 더욱 구체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거쳤는데요. 이후 이어질 문제 정의와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위한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공감’이라는 문제해결 열쇠를 쥔 참여 공무원은 어떤 창의력을 발휘할까요?


👀 관찰이 말해주는 진짜 니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혹은 인터뷰를 진행하죠.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인지하고 대답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용자에게 개입을 하지 않는 관찰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스마트 정책스쿨 2주차에는 관찰에 기반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세히 살펴봅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하면서 ‘어떤 문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지 파악하는 활동을 가졌습니다. 관찰자의 개입없이 메모나 사진, 영상을 통해 기록합니다. 문제 정의를 위해 핵심 질문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관찰 기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새로 얻은 인사이트를 ‘공감지도’에 추가하면서 사용자에 대한 공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문제 정의 워크숍’이 이어졌는데요. 문제정의 워크숍은 총 세 단계로 나누어집니다. 1단계는 PoV(Point of View)로 사용자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것으로 대상고객(퍼소나에서 정리한 내용) + 고객 욕구(공감지도에서 정리한 내용), 통찰(관찰 및 인터뷰 인사이트)를 토대로 워크시트에 정리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성을 명료화하는 활동입니다. 2단계에서는 문제정의를 짧고 분명한 문장으로 담아 각 팀에서 정의한 문제를 잘 드러날 수 있게 하는 PoV 기술서 활동을 거칩니다. 마지막으로 How Might We?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의 문장형태로 해결아이디어를 끌어내는 활동입니다.

앞선 워크숍을 토대로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한 문제 정의를 기반으로 ‘해결 시나리오’를 작성했습니다. 스토리보드 콘티를 구상하듯이 ‘문제 상황 → 사용자의 불편함 발생’과 ‘솔루션 적용 → 문제해결’ 과정을 구분해서 장면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시나리오를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프로토타이핑 과정을 거쳐 시각적으로 구현했는데요. 상상만으로 하기에는 추상적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말로 설명했을 때 놓칠 수 있는 핵심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아이디어 구현을 위한 한 걸음 👣
마지막 3주차에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 도출한 아이디어를 더욱 실현 가능하도록 전문가 자문과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스마트시티 리빙랩 전문가를 통해 해결 아이디어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과 사용자의 효용성, 실현가능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자문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한 그룹이 있었지만, 빠르게 대안을 찾아 아이디어를 보완했습니다. 총 3개 그룹 9개 팀의 활동 결과물을 바탕으로, 결과공유회에서 아이디어 제안발표 및 시상을 진행할 3팀을 최종 선정했습니다.
[더 보기] 결과공유회 현장스케치 – 시민의 아이디어, 종로가 구현하다


3주라는 짧은 기간 안에 문제 공감, 문제 정의, 해결책 제안, 자문을 통한 보완까지 치열한 단계를 거쳐 충분히 정책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퍼소나, 프로토타이핑 등 서비스 디자인을 도입한 워크숍 기법을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얻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정책스쿨에 참여한 유성우 주무관은 ‘강의 위주로만 진행되는 공무원 교육에 비해 각자 주도적으로 역할을 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참여율이 높았다’고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문제점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찾으며 아이디어 제안서를 쓰는 과정으로 구성한 이번 정책스쿨을 통해 앞으로 실제 주민이 겪는 문제점을 ‘잘’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프로 공감러’로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정리: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