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맙습니다

우리 사회의 희망씨,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을 소개합니다.


넉넉치 못한 이들도 독창적으로 기부 ‘1004 클럽’


서울 성수동 대로변의 구둣방. 1평 남짓한 점포에서 한 사내가 부지런히 손을 놀립니다.1983년부터 이 자리에서 구두수선을 해온 이창식씨.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구두는 하루 20켤레 남짓.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해도 수입은 5만~6만원. 노모와 딸 등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터라 빠듯하지만, 그는 구두 1켤레를 닦아 버는 3000원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부합니다.

올해 나이 77세의 예비역 육군중령 이영구씨. 1976년 전역한 이씨는 일찍부터 나눔의 삶을 실천했습니다. 연금 외에 뾰족한 수입은 없지만,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를 후원해왔습니다. 최근에는 1000만원을 한 민간 싱크탱크에 기부했습니다. 이씨는 “한 달에 10만원씩 기부해도 최소 8~9년이 걸리는데 내가 그때까지 살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 한 번에 냈다.”고 말했습니다.

환경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헤어샵 원장 원진희씨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두피마사지 등 5가지 안팎의 ‘부가 서비스’를 정해놓고 그 수입을 모조리 남 돕는 데 내고 있는 것.최근에는 단골손님들로부터 모은 물건들로 바자회를 열어 그 수익금도 함께 기부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의 기부모임인 ‘1004클럽’의 회원들입니다.이 클럽은 각자가 설계한 방법으로 1000만원 기부를 약속한 이들의 모임. ‘천사(天使)’와 목표로 잡고 있는 1004명을 중의적으로 쓴 이름입니다.

지난해 12월22일 출범해 9개월. 어느새 109명의 ‘기부천사’들이 모였지요.이들이 약속한 기부액만 10억원을 넘은 셈입니다.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부자들이 한 일이 아닙니다..예비역 군인과 택시기사, 구두수선공,의사, 교수 등 사회가 좀더 따듯해지기를 바라는,평범한 이웃들이랍니다.

최근에는 장애인 딸을 둔 아버지가 “딸을 위해 보험을 들려고 했는데 그것보다는 딸이 자랐을 때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면서 기부를 약속해 주위를 감동시켰답니다.

‘1004클럽’을 운영하는 이선희 희망제작소 연구원은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예에서 보듯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는 정부는 물론,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재정이 필수적”이라며 “1004클럽의 후원으로 모인 재원은 희망제작소가 우리 사회의 대안적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는 주춧돌이 될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신문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