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스스로 할 때 더 빨리 배운다

두 명의 필자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제가 되길 바랍니다.


혁신·교육思考
(17) 아이들은 스스로 할 때 더 빨리 배운다

“나는 신이 ‘혼자서 스승 없이 스스로를 지도할 수 있는 인간 영혼’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 조제프 자코토(Joseph Jacotot, 1770~1840, 프랑스 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re, 1940~, 프랑스 철학자)의 책 <무지한 스승>은 조제프 자코토의 사례를 통해 인간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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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한 스승>의 표지

자코토는 네덜란드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네덜란드 대학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는 프랑스어-네덜란드어 대역판으로 된 책 한 권을 건네주고 학생 스스로 언어를 터득하고 사고하도록 이끈다. 우연히 시작된 이 실험은 기대 이상이었다. 자코토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읽은 내용에 대해 생각한 바를 프랑스어로 써보라고 했다. 학생들의 프랑스어 구사 수준은 놀랍게도 거의 작가 수준에 도달한 상태였다.

자코토는 이 실험을 통해서 학생을 해방한다면, 즉 학생이 그의 고유한 지능을 쓰도록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랑시에르는 ‘무지한 스승’은 학생의 지능이 쉼 없이 자발적 의지를 통해 실행되도록 강제하는 자라고 말한다.

능동적 앎에 대한 자코토의 발견을 현재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증명해 낸 사례가 있다. 단, 자코토의 실험과 차이가 있다면 인간은 스스로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친구와 함께 배울 때 더 잘 배운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스스로 그리고 함께 배우는 아이들

수가타 미트라(Sugata Mitra)는 영국 뉴캐슬대학의 교육공학 교수로 ‘Self-Organized Learning Environment(이하 SOLE), 즉 자기조직학습환경’이라는 개념으로 2013년 테드 상(TED Prize)을 수상했다. SOLE은 전통적 교육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선정한 문제를 인터넷을 활용하여 친구들과 협조해가며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학습 방식이다. 이때 선생님의 역할은 탑다운(top-down)식 가르침이 아닌 격려와 감탄을 해 주는 것이다.

SOLE이라는 개념은 1990년 후반 미트라 교수의 ‘벽에 난 구멍(Hole in the wall)’ 실험에서 태동되었다.

▲ 미트라 교수의 ‘벽에 난 구멍(Hole in the wall)’ 2010년 테드 강연 영상

미트라 교수가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해 사용하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 그를 도와준 건 다름 아닌 그의 6살 아들이었다. 미트라 교수는 그의 아들이 천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친구들의 아들들도 모두 그의 아들과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도 출신인 미트라 교수는 인도 뉴델리 빈민가의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과 자기 친구들의 아들들만 예외적으로 똑똑하고 인도 빈민가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미트라 교수는 뉴델리 빈민가 벽에 구멍을 파고 컴퓨터(Hole in the wall)를 설치해 그곳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 사용법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말이다. 얼마 후 아이들은 서로 도와가며 영어로 인터넷 검색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컴퓨터도, 그리고 영어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었는데 말이다. 뉴델리가 도시라 주위에 누군가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아이들을 가르쳐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더 외지고 고립된 시골에서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역시 결과는 동일했다. 심지어 한 아이는 좀 더 빠른 속도의 컴퓨터와 좀 더 성능 좋은 마우스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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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트라 교수의 ‘벽에 난 구멍(Hole in the wall)’ 실험 모습

미트라 교수의 도전은 인도, 캄보디아, 아프리카 등에서 계속되었다. 2002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그룹의 아이들은 말을 문자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받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강한 억양 때문에 컴퓨터가 아이들의 말을 받아 쓸 수 없었다. 미트라 교수는 아이들 스스로 어떻게 하면 컴퓨터가 자신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알아내도록 격려했다. 두 달 뒤 아이들은 중립적인 영국 억양을 갖게 되었고, 그 중 한 여학생은 교환통신원으로 일하고 있다.

2007년 인도 남부 칼리쿠팜에서는 12살짜리 아이들이 컴퓨터로 DNA 복제에 관한 내용을 영어로 배울 수 있는가를 실험했다. 이 실험에서 미트라 교수는 DNA 복제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22세 여자 회계사에게 아이들의 뒤에서 관심을 갖고 칭찬해 주는 역할을 맡겼다. 미트라 교수는 그것을 ‘할머니 방식’이라고 한다. “할머니 방식으로 하세요. 아이들이 뭔가를 해내면 ‘어머, 와! 어떻게 그걸 했니? 다음 페이지는 뭐지? 내가 너와 같은 나이였다면 그걸 못했을 거야’라고 말해 주세요.” 이 방식을 통해 아이들의 이해 수준이 50% 상승되었다.

SOLE, 스스로 학습 환경을 조직하자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미트라 교수는 아이들은 그룹 활동을 통해 그들 스스로 배움을 설계하여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으며, 성인의 역할은 단지 그것을 격려하는 것이라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SOLE 개념을 정립했다.

SOLE 개념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지속적으로 이 방법론을 개선하기 위해 미트라 교수는 ‘SOLE Toolkit(툴킷)’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자기조직학습환경(Self Organized Learning Environment)’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기본 개념, 설계 및 운영 방법, 문제해결 팁, 우수 사례 등을 친절하게 담고 있다. 웹페이지에서 SOLE Toolkit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SOLE을 구축할 때 가장 핵심은 ‘위대한 질문(Big Question)’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SOLE 과정은 크게 세 부분, 질문(Question) → 탐구(Investigation) → 검토(Review)로 나뉘는데, 처음 5분은 탐구적 질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학생들의 관심을 일으키고, 다음 40분 동안 학생들은 그룹 활동을 통해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다. 이때 선생님은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도우미’를 정해 학생들의 행동관리와 문제해결을 위임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의 문제해결활동은 노트, 사진, 인용구, 오디오 녹음 등을 통해 문서화하도록 한다. 마지막 10~20분 동안 학생들이 협동적으로 발견한 답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선생님은 질문 자체와 조사과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진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협동적으로 활동과정과 결과에 대한 성찰을 하도록 한다. SOLE 과정별 시간 배분은 질문의 성격 및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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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LE 진행 과정 예시 : Question(질문) → Investigation(탐구) → Review(검토)

또한, 미트라 교수는 테드 상금으로 받은 백만 달러(약 11억 원)로 인도에 학습실험실(learning laboratory)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는 SOLE 개념에 기반하고 학교 수업을 보충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이곳이 ‘아이들을 위한 안전한 사이버 카페(safe cyber caf?)’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 미트라 교수의 2013 테드 상 수상 강연

할머니의 격려와 칭찬이 학습 효과를 높인다

미트라 교수는 전통적 교육 시스템이, 영국이 식민 제국 시절에 광대한 영토를 통치하기 위해 개발한 교육 방법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즉, 원활한 관료주의적 행정과 표준화된 생산에 필요한 대체 가능한 인력 부품을 양성하기 위해, 모든 개인이 서로 똑같은 방식으로 읽고, 쓰고, 셈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창의적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며 학습에 있어 컴퓨터의 역할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미트라 교수는 아이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할머니’의 존재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미트라 교수는 수백 명의 영국 할머니들을 자원활동가로 활용하여 전 세계 SOLE 프로그램에 투입했다. 이들은 주로 퇴직한 선생님들인데, SOLE에서 이들의 역할은 전통적 선생님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스카이프(Skype)와 같은 인터넷 통신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하고 그들의 성과에 대해 칭찬을 해 주는 것이다. 전통적 교육 방식은 시험과 처벌을 중요시하는데 이는 아이들의 두뇌가 작동하기를 거부하고 두려움에 굴복하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할머니 방식인 격려와 감탄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미트라 교수의 주장은 선생님의 역할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학습 환경 하에서 그들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선생님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SOLE 시스템이 정규 학교 교육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한다.

인간정신의 힘을 믿을 수 있는 용기

창의적이고 유연한 인간이 요구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표준화된 생산과 관료주의적 행정에 적합한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 개발된 전통적 교육 방식은 그 유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인간정신의 힘에 대한 믿음이 강하지 않다. 우리 스스로 그런 경험을 해본 기억이 없어서일까?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자율적 배움을 허용할 자신이 없다. 선생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에 급급하고 학생들은 그저 꾸역꾸역 기계적으로 저장하기에 급급하다. 우리는 자율적 학습을 추구하기보다는 규율과 복종에 근거한 수동적 학습에 많은 부분 얽매어 있는 듯하다.

배움이란 학습자의 자기 동력을 원천으로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위의 사례들이 우리 스스로를 묶은 사슬을 풀고 해방되어 진정한 배움의 기쁨과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글_ 정선영 (전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 참고자료
– 테드(TED)의 수가타 미트라 웹사이트 ☞ 바로가기
– 선생님이 없어야 학생들이 더 빨리 배울 수 있다? (What if students learn faster without teachers?) ☞ CNN 기사 보기
– 책 <무지한 스승>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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