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빈집점거운동과 바르셀로나 시장

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눈길을 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세계는 지금’에서 소개합니다.

세계는 지금(4)
빈집점거운동과 바르셀로나 시장

스콰팅(Squatting)이라 불리는 빈집점거운동은 지난 5월 24일 치러진 스페인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페인의 ‘분노하라’ 시위에 뿌리를 둔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 등이 참여한 신생 좌파연합 ‘바르셀로나 엔 코무’(Barcelona en Com?)가 주요 도시에서 압승을 거두었는데요.

특히 이들을 승리로 이끈 아다 콜라우(41세)가 바로셀로나 시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녀는 빈집점거운동을 이번 선거의 중요한 이슈로 내세웠는데요. 시장이 되면 “무단 점거자(Squatters)들을 쫓아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공공)건물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 쓰이지 않고 방치되는 것이 그 건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한 범법행위이다”라고 주장했지요.


스콰팅은 1970년대 덴마크의 크리스아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980년대 유럽의 경제적 불안정기와 베를린장벽의 붕괴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었는데요. 초창기에는 주로 도시 청년들의 불법적인 건물 점거행위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점차 빈곤층의 주거문제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무대책을 환기시키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는 도시빈민주거운동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암스테르담은 스콰팅의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서 모여든 청년들이 70~80년대 스콰팅에 참여했던 선배 세대들의 조언을 들으며 스콰팅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관습법상 가구를 들이고 1년 이상 거주하면 거주권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거주권을 획득한 스쾃(Squat)들이 다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 스콰팅은 공동화 현상이 진행된 도심에 활력과 관심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프랑스의 ‘점거 아틀리에 운동’, 미국의 ‘주택점거운동’, 브라질의 ‘땅 없는 사람들 운동’ 등 문화영역으로 확산되어 전개되었습니다. 점거된 공간이 활용되는 형태도 점차 다양하게 바뀌었습니다. 낡은 공장 등 대규모 공간을 점거해 카페, 라이브하우스, 셰어하우스 등으로 바꾼 후, 공동체를 위한 커뮤니티센터나 문화시설로 이용하기도 했지요. 스콰트운동은 1990년대 이후 사회복지 정책이 축소되고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빈곤층의 주거문제와 그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 문화에 스페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가 휩쓸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빼앗기거나 쫓겨나 홈리스(homeless) 상태에 이른 사람들이 급증했는데요. 스페인 정부의 무능과 무관심에 분노한 시민들의 저항은 무단점거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아다 콜라우도 2008년 이후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났고, 이후 무주택 서민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을 펼친 운동가입니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빈집들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글_ 이은경 연구조정실 연구위원 / eklee@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