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이윤 창출과 공익적 가치 실현.
결코 녹록치 않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좇는 쿨한 젊은이들, 희망별동대에게 첫 번째 미션이 내려졌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단 1주일, 세상에서 단 한 벌 뿐인 팀 유니폼을 제작하라!’
이름하여 <프로젝트 런웨이 희.동.>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 미션은 지난해 케이블TV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서바이벌 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진행자 이소라 씨가 매주 출연자 가운데 한 명에게 “당신은 자격이 없습니다” 라며 무시무시한 퇴출선고를 내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물론 희망별동대 팀원들에게 그리 가혹한 시련을 내리지는 않을 거랍니다^^;)

이소라 씨의 멘트만큼이나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미션 평가방식이었습니다. 얼핏 재능이나 개성이 더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팀 프로젝트 수행능력 – 매번 두 팀으로 나뉘어진 참가자들이 팀 안에서 스스로 어떤 역할을 찾고,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느냐 – 이 핵심요소더군요.

“사회혁신기업이 성공하려면 훌륭한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그 아이디어는 탁월한 기업가적 자질과 결합되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개인의 창의성과 자질은 오직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빌 드레이튼(Bill Drayton), 아쇼카(ashoka)재단 설립자

사회혁신기업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기업가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인품, 사회문제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이를 얼마만큼 구성원들과 팀워크를 이뤄 조직에 녹여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번째 미션, 팀워크를 증명하라!

허락된 시간은 1주일. 한 사람에게 주어진 돈은 5천원.

쉽지 않은 미션이었지만, 희망별동대원들이 준비한 ‘프로젝트 런웨이 희동’의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행사시작 한 시간 전부터 도착해서 오늘의 ‘쇼’를 준비했던 이유가 있더군요.

먼저 젊은 예술가들로 구성된 A.O.A(Art owned by all)’ 팀은 여럿이 함께 만들어낸 유니폼을 선보였습니다.

정독도서관 앞에서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벌여 지나가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요, 티셔츠를 제작하는 과정 자체를 ‘전시’하고 ‘판매’도 했습니다..

‘빈부격차,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아오아 팀의 미션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엣지있는 워킹과 우월한 기럭지를 바탕으로(?) 잘 짜여진 ‘런웨이 쇼’, 그리고 제작 과정을 착실히 담은 영상들은 그야말로 다른 팀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공정여행을 함께 다녀온 뒤 의기투합해 모인 뭉친 ‘공감만세(공정함에 감동한 심장)’ 팀은 실크 천에 갖가지 염료를 직접 염색해 만든 스카프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전날까지 북촌 공정여행 준비로 정신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녘까지 공들여 만든 팀 스카프였죠.

한 쪽에는 열정을 상징하는 주황색을, 반대편에는 공정무역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직접 염색했다고 합니다. 천을 자르고 실밥을 다듬는 과정부터 촛농을 떨어뜨려 무늬를 넣는 창의적인 시도까지! 덕분에 손에 화상도 입고 잠도 못잤지만 새벽바람에 천을 말려 극적으로 완성시켰다는 공감만세팀.

난생처음 동대문 시장을 직접 발품팔며 돌아다니면서 천을 직접 고르고 구입해서, 원가도 팍팍 절감했고, 이제는 간이영수증도 척척 잘 챙기게 되었다는 ‘적절한’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로그人’ 팀도 대단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윤호섭 명예교수(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섭외해 팀 티셔츠를 제작했으니 말입니다 .

윤호섭 교수는 매주 토요일 뚝섬 ‘아름다운 나눔장터’에서 시민들이 가져온 헌 옷 위에 시금치로 만든 천연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주고 계십니다. 이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간 ‘로그人’ 팀은 마침내 ‘공짜’로!! 유니폼을 제작하는 쾌거를 올리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장터에서 여남은 시간동안 성실히 자원활동을 하며 윤호섭 교수님께 보은했다는 후문입니다.

농촌 사회혁신기업을 꿈꾸는 ‘민들레 씨앗’팀은 청년 사회혁신기업 터치포굿에 컨택하여 예쁜 재활용 가방을 유니폼으로 들고 왔습니다. 민들레씨앗은 팀 유니폼을 맞춰입으라는 미션을 전해 듣고, ‘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을 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up-cycling(재활용품을 원료로 더 나은 쓰임을 창출하는 제품을 생산)’을 지향하는 터치포굿에게 제고물품을 유니폼으로 후원받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터치포굿이 제시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재고도 처리하고, 미션도 수행하고, 일손도 돕고. 환경도 보호하고. 그야말로 일석사조 아이디어입니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마지막으로 등장한 팀은 ‘지.곤.조.기(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였습니다. 아직 확정된 사업아이템이 없어 스스로에게 붙인 재미있는 팀이름인데요, 이번 미션에서도 가장 재치와 아이디어가 빛났습니다.

‘지곤조기’가 이번 미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관계’였습니다. 나와 세상과의 관계,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팀원들 간의 관계. 오랜 고민과 토론끝에 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니폼을 만들기로 결의했다고 합니다.

우선 ‘지곤조기’ 팀원들은 장롱 속에 잠자고 있던 흰(누래진)티셔츠를 각자 가지고 모였습니다. 그 위에 자신의 얼굴을 프린팅해 서로에게 티셔츠를 건넨 뒤, 손바닥 가득 물감을 찍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것이 바로 알록달록 독수리 오형제 유니폼.

‘앞으로 힘든 일도 많고 갈등도 많겠지만, 그럴때마다 늘 서로를 바라보자. 그럴때마다 서로 보듬어 주고 토닥여 주자.’
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참 예쁘지 않나요? 아직은 여러 면에서 많이 서툴지만, 그래도 이처럼 끈끈한 팀워크와 협동심이 있기 때문에 장래가 촉망되는 팀입니다.

같은 이유로 심사위원님들께서도 가장 후한 점수를 주셔서 결국 <프로젝트런웨이 희동> 영예의 ‘땀방울상’ 은 ‘지곤조기’팀에게로 돌아갔습니다.

“희망을 얻고 싶습니다. 희망을 가지고도, 희망을 실천하면서도 평생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얻고 싶습니다. 살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배우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 <지.곤.조.기> 신혜정

제1기 희망별동대원들은 앞으로 6개월간 사회혁신기업을 향한 험난한 항해를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길이고, 부족함도 많기 때문에 갈등도 많을테고, 시행착오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진심과 열심으로 똘똘 뭉친 동료들과 함께 해 나간다면 ‘발전적인 실패’ , ‘실패를 딛고 이뤄낸 성공’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요.

쿨한 대학생들의 쿨한 도전 <대학생 희망별동대원>에게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글_ 배민혜 인턴연구원
사진_ 이재흥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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