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혁명가 아미 모여라!

소셜디자이너는 생활 속 아이디어로 일상의 불편을 해소하는 사람, 혼자 고민하기보다 함께 이야기하고 궁리하는 사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 곁에는 생각보다 많은 소셜디자이너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도 소셜디자이너입니다.

지금 우리 곁의 소셜디자이너(1) – 방탄소년단 팬클럽(아미) 소셜캠페인팀 ‘다정한파동’

2020년 2월,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4월로 예정됐던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취소됐다. 일부 팬들이 아쉬운 마음을 ‘좋은 일’로 달래자며 환불받은 입장료를 기부하고 SNS에 인증샷을 올렸고, 호응하는 이들이 늘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당시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 회원이었던 얌몬 씨는 ‘이런 아미들과 함께라면 그간 하고 싶었던 일을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본인의 SNS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인 혁명가 아미를 찾는다”는 공지를 올렸다. 얌몬 씨의 제안에 전국의 아미들이 화답했고, 2021년 6월 23명으로 구성된 소셜캠페인팀 ‘다정한파동’ 1기가 출범했다.

▲ 인터뷰에 함께 한 다정한파동 회원들

‘긍정적인 혁명가 아미’라니, 조금은 과격한 표현입니다?(웃음)

얌몬: 방탄의 리더 알엠(RM)이 브이로그를 통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혁명가가 되는 것, 하나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나는 둘 다 해내고 싶다.’ 긍정적인 혁명가 아미라는 표현은 여기서 따온 건데요, 혁명가라고 해서 세상을 다 뒤엎는다는다는 뜻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통해서 세상을 좀 더 나 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어요. 같은 생각을 하는 아미들과 함께 무언가 도모하자는 것이 ‘다정한파동’의 시작이었고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4명밖에 못 모이니까 저 말고 3명만 모이면 시작하려 했는데 전국에서 스무 명 넘는 분들이 연락을 주셔서 놀랐어요.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을 아미와 함께하게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보고 싶었던 건가요?

얌몬: 저는 기업에서 기획·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인데요, 이전부터 소셜 섹터에 관심이 좀 있었어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할까, 거창한 일을 하기보다는 삶의 방향을 살짝 전환할 수 있도록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주변에 그런 일을 하다가 소셜벤처를 창업하신 분이 있어서 자극을 받기도 했고요. 그러다 저와 뜻이 맞는 아미들을 만나게 된 거죠. 옆에 계신 뚲님은 그때 만나 1기 활동부터 함께했고, 달지님은 올해 2기에 참여해서 함께하고 있어요.

출범한지 1년 남짓 되었는데,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해요. 각자 마음에 남았던 활동을 한 가지씩 꼽아주세요.

얌몬: ‘다정한파동’은 방탄 멤버 7명의 생일에 맞춰 소셜캠페인을 기획하고 많은 아미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전파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첫 프로젝트로 2021년 8월부터 9월까지 ‘소리모아 소리원정대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은 청각장애인분들을 위한 소리교재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청각장애인 분들은 이식수술 후 세상의 소리를 처음 들으시니 일상생활의 다양한 소리를 담은 교재가 필요하다고 해요. 그래서 전국의 아미들이 생활 속 다양한 소리 영상을 녹화한 것을 모아 사랑의 달팽이라는 기관에 전달하는 캠페인을 기획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 올해 1월에 했던 유기견보호소 지원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방탄 멤버들은 물론 아미들 중에도 동물권에 관심 있는 분들이 워낙 많거든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지역을 나누어 지원할 유기견보호소를 정하고 가까이 사는 아미들을 중심으로 보호소 청소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직접 방문해 청소도 했어요. 저희는 현금을 기부하기보다는 되도록 직접 참여하거나 몸으로 움직이는 활동을 기획하고 제안하려고 해요.

▲ 유기견보호소 지원 캠페인에 참여한 다정한파동 회원과 아미들

달지: 저는 작년 12월에 있었던 환경캠페인에 참여한 것이 ‘다정한파동’ 2기에 함께하는 계기가 됐어요. 환경을 지킬 수 있는 7가지 미션, 예를 들면 10분 안에 샤워하기, 이메일 보관함 비우기, 동영상 화질 낮추어 보기와 같은 미션을 제시하고 하나씩 완수할 때마다 인증해서 7개를 모두 완수하면 상품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굉장히 뜻깊고 재미있는 캠페인이라고 생각했고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어서 ‘다정한파동’ 2기 모집에 지원했어요.

장애인·동물권·환경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주목하셨는데, 캠페인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얌몬: 캠페인 주제는 우선 생일을 맞은 방탄 멤버 본인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이슈나 분야와 관련이 있고, 또 캠페인을 기획하는 저희 ‘다정한파동’ 회원들의 관심 분야를 반영해서 선정해요. 매주 한 번씩 모든 회원들이 참석하는 온라인 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으는데요, ‘다정한파동’ 회원들은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도 폭넓고 학생, 버스운전기사, 간호사, 교사, 배우, 전업주부까지 직업도 다양해요. 관심 분야도 환경, 인권, 동물권, 장애인, 아동·청소년 등 각기 다르고요. 회의에선 서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이야기 하고, 의견을 모아 주제가 결정되면 그 분야에 관심 많은 분이 관련 정보와 지식을 다른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공부하면서 캠페인을 구체적으로 기획해요. 기획이 완성되면 각자의 본업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들, 예를 들면 홍보문구를 만들거나 디자인을 하거나 관련 기관과 접촉하는 일 등을 나누어 맡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죠.

: 파동 회원들끼리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아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해요. 지난 3월에 코로나 여파로 무함성 콘서트를 해야 했는데, 마침 생일을 맞은 멤버가 있어서 저희가 이번 기회에 수어로 의사소통을 한번 해 보자 싶었거든요. 영어나 일본어 인사말을 배우는 것처럼 수어도 하나의 언어로서 배워보자는 취지였죠. 방탄의 <퍼미션 투 댄스>라는 곡의 안무에 국제수어가 포함돼 있기도 하고, 해외공연에선 노래와 빠른 랩까지 완벽하게 수어로 옮겨주시는 분이 무대에 꼭 함께 서는데 국내공연에는 수어통역이 없어서 아쉬웠던 차였어요. 저희 ‘다정한파동’이 수어를 배워서 생일축하 노래와 생일 맞은 멤버가 만든 곡을 수어로 표현한 영상을 찍어 공유했지요. 그때 처음 올린 영상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데, 농아미(농인+아미) 한 분이 자문을 해주시고 또 다른 농아미 한 분은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내주셨어요.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도움받고 배워가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 다정한파동 회원들의 기획회의 모습

‘다정한파동’이라는 근사한 이름은 방탄소년단 곡의 노랫말에서 따온 건가요? 아미 내에 ‘다정한파동’ 외에 또 다른 소모임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얌몬: <베스트 오브 미>라는 곡 중에 “다정한 파도이고 싶었지만…”이라는 구절이 나와요. 초기에 1기 지원자들을 3~4명씩 온·오프라인으로 만나면서 활동방향도 정하고 이름도 짓고 했는데, 처음엔 ‘다정한 파도’에서 출발해 한 사람 한 사람 의견이 덧붙여지면서 ‘다정한파동’이 되었죠. 작은 조약돌이 물결이 되어 퍼져나가듯이, 작은 행동이 퍼져나가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만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어요.

: 아미는 규모가 큰 만큼 다양한 소모임들이 무척 많아요. 그중엔 ‘이럴 땐 이런 음악’ 식으로 방탄의 음원을 추천해주는 모임도 있고요, 국내파 해외파 아미들이 같은 직군끼리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요, 성인 아미가 청소년 아미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네트워크도 있어요. 하나의 커다란 세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수많은 아미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거죠.(웃음)

스타의 팬클럽 기부나 나눔활동을 하는 일이 드물지는 않은데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정한 파동의 활동내용과 방식은 조금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보통 팬클럽의 사회공헌활동은 해당 스타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정한 파동은 소셜캠페인 활동 자체에 충실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얌몬: ‘다정한파동’은 시작할 때부터 팬클럽의 기부나 자원봉사로 활동을 규정짓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소셜캠페인팀’으로 스스로를 명명한 것이고요. 결과적으로는 기부나 봉사의 형태를 띨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 실천을 함께해보자는 취지로 모인 팀이니까, 그에 걸맞은 활동을 해나가려고 해요.

달지: 솔직히 저는 재미있고 행복하기 때문에 ‘다정한 파동’에 참여했어요. 이전에도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제가 그분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자부심과 보람이 느껴져서 행복했거든요. 힘들 때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위로와 응원이 됐고 그래서 아미가 됐는데, 아미가 되고 보니 이렇게 제가 재밌는 일(다정한파동)을 할 기회가 또 생겼네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했으면 해요. ‘다정한파동’의 활동을 아직 잘 모르는 아미들도 있는데, 널리 알려져서 저희가 기획한 캠페인에 더 많은 아미들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또 어떤 재미있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 9월에 생일이 있는 멤버가 둘이나 돼서 요새 연중 가장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아직 논의 중이지만, 기후위기 문제가 워낙 심각하니 플로깅 캠페인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요, 또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한복입기 캠페인을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와서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요.

달지: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뭔가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연탄봉사도 좋고 마라톤도 좋고 아동폭력 예방 캠페인도 좋으니까, 코로나19가 빨리 해결되길, 제발!

얌몬: 혐오가 만연하고 각자도생하는 시대잖아요. 점점 더 자기가 관심 있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같아요. 아미에는 관심사가 다양한 사람들이 방탄을 매개로 모여있으니까, 저희 ‘다정한파동’이 서로 소통하면서 세상을 따뜻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인터뷰 및 정리: 이미경 미디어팀 연구위원 | nanazaraza@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