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정세와 정책 제132호

발간형태 : 정기간행물
발간일 : 2007.5
저자 : 김기수(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현(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이호철(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분량 : 16쪽

1. 한미 FTA의 정치경제적 평가
인류 역사에 찬란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제국 혹은 정권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모두 개방적이었다. 로마 이야기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그녀의 소설을 완간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로마제국의 융성 이유를 단 한마디로 표현한 적이 있다. 로마는 ‘열린 사회’, 즉 ‘개방적’이었다는 것이다.
대단히 복잡해 보이는 무역이론은 하지만 놀랍게도 다음과 같은 단순한 몇 가지의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 우선 국가 간의 교역은 외부의 간섭이 없는 경우 반드시 발생하며, 무역 참가국 모두는 이익을 취한다는 사실, 특화를 통해 부의 축적 및 기술개발이 가속화된다는 사실, 무역으로부터 창출되는 새로운 부의 배분은 각국의 기술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 등이 논리의 핵심 내용이다.
개방의 선물인 경쟁력 강화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사는 폐쇄적인 사회가 비록 군사력에 의존하더라도 개방적인 사회를 이기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18~19세기 국제관계의 패자였던 영국, 20세기의 패자인 미국, 모두는 자유무역의 실천을 통해 방대한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그 결과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며 국제정치의 패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한국과 같은 경우 기존의 균형구도에 반해 한쪽 국가에 지나치게 기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임을 알 수 있다. 한미 FTA가 역학구도상 중요한 이유는 균형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이 바라는 바이긴 하지만 한국 역시 미국을 통한 균형 메커니즘 없이 주변 강국을 견제하고 그들과 경쟁하며 발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 2?13 합의와 한반도 평화체제
중요한 점은 북한이 대미 화해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며, 미국도 대북 비난을 자제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을 분 아니라, 6자회담 모두가 2?13 합의 이행 의지는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서 실추된 대외 정책의 위신을 만회하고 임기말 국정지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중동지역보다 손쉽게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동북아 및 한반도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리고 있고, 북핵 문제를 대중적 요법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라는 지역 안보틀의 전면 개조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북한에 대해 ‘악의적인 무시’(malign neglect) 정책으로 일관하던 부시 행정부가 뒤늦게나마 ‘불량국가’ 북한을 관리하는 현명한 정책은 실용적 현실주의 또는 포용 기조라는 점을 깨닫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모습은 우리이게도 많은 함의와 교훈을 주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핵의 완전한 폐기 시 북한 군사력이 주한 미군을 제외하더라도 남한의 군사력에 뒤지는 상황에 처할 것이 우려되어 핵포기를 주저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상호안보 개념과 남북 군비통제를 통한 군사력 균형 유지를 약속하여 핵포기 결심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관계의 개선이 병행되지 않은 상태 북?미 관계만 개선될 경우 남북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 관철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므로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개선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정상회담은 필요하다.

3. ‘2.13 합의’ 이행과 남북대화 추진방향
북한의 ‘2.13 합의’ 이행과 남북한 관계 발전을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의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객관적인 북석에 기초하여 균형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북한의 일방적인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으며, 남북한 관계 발전을 ‘국제문제’인 북핵 문제의 해결에 종속시킴으로써 15~20년 후에 다가올 수도 있는 통일의 상황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을 무시하는 비전략적인 단견(短見)에 기초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미 행정부는 과장된 정보와 북한의 입장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에 기초하여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를 발생시킴으로써 같은 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북한의 개혁(‘7.1 경제관리 개선조차’)과 개방(개성특구, 금강산특구와 신의주특구)정책에 장애를 조성하고, 대외관계 개선 노력(북일 관계 정상화와 북한-유럽연합 간 관계발전)을 좌절시켰다.
북한의 일방적 비협조가 아니라 대북 금융제재 문제의 불완전한 해결로 그동안 북핵 폐기를 위한 초기조치 이행도 지연되어 왔으므로, 한국정부는 그같은 현실을 반영하여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협의하에 ‘2.13 합의’ 이행 일정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북 금융제재가 완전히 해제될 수 있도록 미북 간 타협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한 관계 발전의 연계 전략이나 단순한 병행 전략을 넘어서서 미 행정부 내 네오콘의 ‘제2차 북핵 위기’ 조작과 그에 대한 북한의 초강경 ‘잃어버린 4년’을 회복하기 위해 오히려 남북한관계 발전의 속도를 가속(加速)해야 할 시점이다.

4. 한중 FTA의 배경과 전망
역사적 경험을 돌이켜 볼 때,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로 발돋움한다는 전략하에 2003년에 FTA 로드맵을 작성하고 주변국가들과 적극적으로 FTA를 체결해 나가는 정책은 대단히 바람직한 것이고 한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중 FTA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중 FTA는 한국에 2.3%의 GDP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26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되는 한편 농축수산업의 경우 90% 관세 감축을 가정할 때 수입증가액이 약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중 FTA는 또한 한일 FTA 협상을 재개시키는 외부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중일 FTA가 실현된다면 한국의 기대이익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아가 한중 FTA는 간접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업에 대한 예외조치 혹은 최대한의 유예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한중 FTA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실제 중국의 상무부에서는 한국의 쌀을 포함한 민감한 품목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줄 수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관세인하를 수반하는 상품교역에 한정된 낮은 수준의 FTA 보다는 서비스업, 지적재산권의 보호, 제도부문 등을 포함하는 높은 수준의 FTA가 한국에는 보다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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