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되지 않은 삶의 흔적을 찾아서

희망제작소 창립 3주년을 맞이해서 연구원들과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책이랑 놀자! 서평 쓰며 놀자!’라는 제목으로 서평을 공모합니다. 일반 독자 서평 모집에 앞서 우선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평 콘테스트 우수작 두 편을 발표합니다. 참가만 해도 선물이 펑펑 쏟아지는 이번 새봄 맞이 서평 콘테스트 ‘책이랑 놀자! 서평 쓰며 놀자!’는 5월23일까지 계속됩니다. 희망제작소에서 만든 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연구원 서평 콘테스트 우수작/강유가람(대안센터 연구원)
<양극화 시대의 일하는 사람들> “일의 가치와 행복, 양극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연구원 서평 콘테스트 우수작/심수미(희망모울 인턴)
<골목을 걷다> ” 소독되지 않은 삶의 흔적을 찾아서”

-서평 콘테스트 우수작/심수미(희망모울 인턴)

‘도시는 인류의 가래침’이라고 루소는 말했다. 병원균과 싸우고 죽은 항체들의 무덤(가래침)과 같이 도시는 생존을 위해 싸워온 인간들의 족적을 보여준다. 가난함과의 한바탕 전투를 치른 한국은 지난했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무던히도 ‘재개발’을 하고 있다. 성냥갑 같은 건물들을 세워놓고 ‘글로벌 시티’로 거듭나겠다고 외친다. 소독된 도시 속에서 우리는 역사를 잃어간다.

‘골목을 걷다’가 유의미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미처 소독되지 않은 삶의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 하나도 어디 그냥 붙은 곳이 없다.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을 낳은 ‘달성’, 향교가 있던 곳이라 하여 ‘교동’, 사투리로 긴 골목이라는 뜻의 ‘진골목’… 현대백화점 건설로 속속 없어지고 있는 염매시장은 ‘염가로 팔았다’, ‘소금을 팔았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국채보상운동을 했던 거리, 일제시대에 지어진 일본식 이층집, 박근혜 생가, 한때는 번성했던 차이나타운.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과거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평범한 풍경은 골목을 걷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에서 조근조근 입체적으로 되살아난다.

[##_1L|1302309087.jpg|width=”216″ height=”300″ alt=”?”|김기홍, 이애란, 정혜진 글 이지용 사진 | 이매진 | 2008_##]아쉬운 것은, 신문 연재 글의 특성상 짧은 분량 안에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골목을 훑는 글의 속도는 빠르고 간결하여 이방인인 독자가 따라가기에 벅차다. 현재의 구성으로서는, 대구 골목이 머릿속에 훤한 현지인 혹은 이 책을 손에 들고 직접 대구 골목을 누비는 여행자에게 더 좋은 책일 법 하다.

상세한 지도보다 좀 더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들을 많이 넣었다면, 또 구성 역시 사건이나 인물 위주로 나누어 보다 긴 호흡으로 상세하게 다루어 주었더라면 더 쉽게 몰입하여 과거를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중섭, 이상화 등 굵직굵직한 인물들의 생가나 피란시절 문인들의 중심지였다던 향촌동, 기생들이 많이 살았다는 샘밖골목 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안고 있는 골목들은 피상적으로 언급만 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정황 등이 자세히 곁들여지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유서 깊은 장소의 설명 끝에 붙은 ‘2008년 모월 커피체인점으로 바뀌었다’는 덧붙임은 아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또 다른 ‘역사’다. 이 역사의 변화가 더욱 급박해지기 전에 대구에 내려가 시간의 흔적들을 가만히 더듬어봐야겠다. 그 같은 의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이 ‘골목기행’ 시리즈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위해서는 보다 감각적으로 구성될 필요성이 있다. 이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에는 우리의 골목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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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물 문의 : 출판팀 박수현 070-7580-8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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