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진화론자들은 세계는 이타적 개체로 이루어진 집단에 의해 점령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적들을 향해 육탄 돌격하는 꿀벌이나, 날개를 다친 시늉을 하며 여우를 둥지 멀리로 유인하는 어미새의 사례를 두고 하는 말이죠. 그런데 인간이라는 종을 떠올리면, 우리는 이 말을 이렇게 살짝 바꿔서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는 새로움을 상상하는 이타적 집단에 의해 점령될 운명’이라고.
상상을 무기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희망제작소는 상상을 무기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소셜디자이너’라고 부릅니다. 바꾸고 싶은 대상,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꿈을 현실로 바꿔내는 열정, 이렇게 3박자를 갖춘 사람들입니다. 마을활동가, 사회적기업가, 로컬크리에이터… 명칭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좋습니다. 지방소멸에 맞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로컬의 창업자들과 문화기획자들, 분절되고 파편화된 대도시에서 따뜻한 공동체를 심고 가꾸는 활동가들, 빈곤·장애·차별 등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활동을 함께 벌이는 시민들 등 수많은 소셜디자이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소셜디자이너클럽.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불평등과 양극화, 차별과 배제, 심화되는 기후위기 같은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창의적, 혁신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소셜디자이너들의 모임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전국의 청년 소셜디자이너들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소셜디자이너들끼리의 연대와 협력을 더욱 끈끈하게 다지고자 합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을 거점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이들이 자신만의 경험을 쌓고 새로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소셜’해서 매혹적인 삶, 궁금하다면···
12월 22일(목) 오후 2시 서울에서 개최되는 소셜디자이너클럽 컨퍼런스 ‘다시 만난 세계: 소셜생태계와 청년’에서는 전문가들과 함께 로컬과 청년 혁신가들의 세계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흐름을 짚어보고, 청년들이 직접 지금 현장에서 매혹적인 ‘사업’을 벌이는 12명의 소셜디자이너들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변화 속에서 성장의 방향을 찾고, 커뮤니티가 지역문제 해결의 열쇠임을 간파하고,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함을 굳게 믿게 되고, 소외되고 버려진 것들을 자원삼아 사회시스템과 서비스체계를 전환시킨 경험을 나눕니다. 청년들을 로컬로 끌어 모아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에서 순환하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기획하고, 쓸모없는 폐기물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소외된 이웃들의 문제를 디자인과 기술로 해결하고,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사례들을 만납니다.
가만 보면, 우리 주변의 소셜디자이너들은 재력, 연고, 학벌 같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경험과 전문성을 발판 삼아 열정을 쏘아올린 사람들입니다. 현장에서 찾은 답에서 새로운 세상의 구조를 발견합니다. 국가/시장, 영리/비영리, 독립/공생, 기회/위기 같은 경계들을 넘어서고 파괴합니다.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최승호,「인식의 힘」)는 시 구절이 정말로 어울리는 사례일 테지요.
혼자 꾸는 꿈은 몽상에 그칠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사정이 다릅니다. 12월 22일, 소셜생태계와 청년의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알아채고 함께 모이는 것일까요.
* 글: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