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도 예술작품으로 보이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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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7일 화요일은 행복설계아카데미 16기 교육생들의 NPO 현장 탐방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전에는 34명의 교육생들이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최혜정 부장님(행복설계아카데미 1기)을 만나 세이브더칠드런 소개와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후에는 도시형 커뮤니티비즈니스의 현장 문래예술창작촌과 사회적기업 카페티모르, 서울환경운동연합을 방문하였습니다. 그 중 김문주 교육생의 문래예술창작촌 탐방 후기를 소개합니다.


봄을 느낄 수 있는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문래동 전철역 7번 출입구로 나와 조금 걸으니 문래예술창작촌 안내소가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오늘 우리에게 문래예술창작촌을 안내해 주실 최영식 이사님(행복설계아카데미 14기)을 만났습니다. 탐방에 앞서 카페 솜씨에서 문래예술창작촌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후 카페 솜씨 → 목공소 → 골목 → Vector space → 스페이스프로젝트LAB39 → 예술과 마을네크워크 → 대안공간 문 → 옥상 도시텃밭 순으로 문래예술창작촌을 둘러보았습니다.

예술가들의 작업실은 꼭꼭 숨어 있어 볼 수 없었지만,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밀조밀한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을 거닐었습니다. 그럼 어리둥절 문래예술창작촌 탐방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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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는 영어로 무엇일까요? ” 조곤조곤 질문을 건네는 최영식 이사님은 전직 금융맨이었다고 합니다. 예술가와 가까이 지내기 때문일까요? 전직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에게서 예술가의 풍모가 느껴졌습니다.

카페 솜씨는 ‘목화솜의 씨’를 뜻한답니다. 이름이 참 기특하고 예쁩니다. 다락방 같은 2층은 ‘문래아트아카이브’인데 천장이 낮아 서 있을 때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아카이브’라는 말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내내 ‘아카이브’라는 말에 시달려야 했으니까요. 이곳 아카이브 담당자의 정리 솜씨가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가로세로 300x400mm 크기의 종이상자에는 A, B와 같은 알파벳과 작가 이름이 표기된 라벨이 붙여져 있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상자 뚜껑을 열어보니…… ‘헉!’ 기대와는 달리 텅 비어있었습니다. 순간 실망했지만 ‘예술가들이 바빠서 못하고 있다면 이 일은 내가 그들과 손잡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망은 금세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카페 솜씨를 나와 본격적인 문래창작촌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비주얼컬처안테나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작은 선물가게 같은 카페 생강 앞을 지나 ‘목공예 공방 나무수레’로 들어서니 나무 냄새가 훅 느껴졌습니다. 나무 냄새를 맡으니 기분이 참 편안해집니다. 공방 목수님이 소개를 해 주시는데 저는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온 커다란 검은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 그만 고양이를 따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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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예술창작촌의 담벼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벽화가 그려진 마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렇게 보니 예술작품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 벽화들에 조명만 비추면 골목길 자체가 훌륭한 전시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 벽화가 마음에 드셨는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다음 장소는 ‘Vector Space’ 이곳에선 텍스트에 관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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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붙여진 텍스트를 보고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유추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른 갤러리와 다릅니다. 발소리가 날까 조심조심 걷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사진을 찍어도 됩니다. 작품도 재미있고, 카페도 겸하니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 중에 아주 특이한 간판을 보았습니다. ‘철든놈’ 鐵을 들었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사물의 이치를 안다는 ‘철들었다’라는 의미일까요? 둘 다의 의미이겠죠? ‘간판을 만든다면 이렇게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하며, 다음 장소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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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이 떨어져 나간 출입구 벽에 붙어있는 ‘이것이 유체도시다’ 라는 붉은 바탕의 글씨가 섬뜩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놀이동산의 유령의 집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LAB39’로 올라가는 길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수도가 동파되었는지 계단은 축축했고, 우리는 화장실과 연결된 긴 알루미늄호스를 고무줄놀이를 하듯 깡충 넘어야 했으니까요. 이 작고 서늘한 공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한때 이 공간을 가득 메웠던 학생들의 흔적을 보면서 지금의 사회 문제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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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캐치프레이즈입니까? ‘혁명은 술상으로부터’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자는 말일까요? 아님 술에 취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논쟁이 벌어지니 그 논쟁을 통해 뭔가를 꾸미자라는 뜻일까요? 혼자 이리저리 그 의미를 추측을 해보지만, 술을 못하므로 일단 통과! 춥고 어두운 공간인 3층에서 벗어나 문래동 일대가 잘 보이는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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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가 ‘국민 여동생’이 맞긴 맞나 봅니다. 문래동의 벽화에도 아이유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옥상에서 파티가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파티장소들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는데, 문래동 옥상 파티장은 도발적이고 반항적이었습니다. 마치 제게 ‘모든 관습을 깨트려라’ 명령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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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한 이 건물은 무엇을 생각하며 만든 것일까요? 원유미 연구원이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길래 저도 덩달아 찍었습니다. 문래동은 옥상도 특별합니다. 예술작품도 전시하고 옥상텃밭에선 채소가 자라고 있습니다. 흙 포대 그대로 채소도 심고, 생수통, 아이스박스에도 흙을 담아 텃밭으로 만드는 것을 보니 도시농부들은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도시농사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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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예술창작촌 골목길은 인사동의 쌈지길, 삼청동 골목길, 그리고 강남 신사동의 가로수길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쇠락한 철공소에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예술가촌을 형성했다고 하니 가로수길처럼 예쁘고 자그마한 공방들과 카페 그리고 선물가게, 레스토랑들이 즐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자그맣고 예쁜 카페도 있고, 골목 담벼락 에 그려진 벽화도 인상적이었지만 다른 유명 지역들에 비해 초라해 보였습니다. 상업적으로 조성된 거리에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래예술창작촌의 여러 장소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모습과 작가 작업장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러나 기회가 이번뿐이겠습니까? 제가 그 공간들을 이용하고 공연과 행사에 참여하면 되는 것이죠. 끝으로 문래예술창작촌이 ‘개발’이란 미명하에 밀려나지 않길 바랍니다. 저 뿐만 아니라 탐방을 함께 했던 우리 모두의 바람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LAB39 옥상에 있던 글귀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넉넉하다’ ‘부족하다’ ‘선택하다’ ‘배제되다’
이 단어들이 이번 문래예술창작촌 탐방에서 제가 얻은 최고의 소득입니다.

글, 사진_ 16기 행복설계아카데미 김문주 교육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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