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영어 쓰자, ‘플레인 잉글리시 캠페인’

 시사IN 기자들이 희망제작소가 제안한 천개의 직업 중 일부를 직접 체험하고 작성한 기사를 시사IN과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 동시에 연재합니다. 이번 주는 기자의 직업 체험기가 아닌 희망제작소의 직업 소개로 대신합니다.  


체험, 1000개의 직업 (11)  플레인 잉글리시 캠페이너

“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냥 네가 알려줘.” 스마트폰이 유행하는 요즘, 제품 설명서를 읽고 따라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휴대전화만이 아니다. 동사무소에서 여권을 발급받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기술과 행정은 발전하는데 이를 설명해주는 글이 어려워서 이해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공문서뿐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남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음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일상생활에서도 전문 용어와 외래어를 섞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우리에게 무척 부러운 기관이 영국에 있다. 바로 ‘플레인 잉글리시 캠페인(Plain English Campaign)’이다.

[##_1C|1192084936.jpg|width=”250″ height=”21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플레인 잉글리시 캠페인’ 창립자 크리시 메허는 리버풀 존무어스 대학에서 ‘명예 펠로’ 자격을 받았다. ⓒPlain English Campaign_##]이 회사는 회사명처럼 ‘명확하고 간결한 영어’를 쓰자는 운동에서 출발했다.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할 당시 영국에서는 대중과 공무원들이 나누던 대화에 차이가 있었다. 회사 창립자인 크리시 메허는 많은 이웃이 공문서를 이해하지 못해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도 공문서를 이해하기 어려워 이를 무시하기도 했다. 메허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 정보에 대해 담당자에게 명확한 언어를 써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1985년 문서 작성을 도와주는 샐포드 폼 마켓(Salford Form Market)을 시작했다.

공문서 내용 쉽게 이해하도록 다듬고 편집

이 회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공문서 편집이다. 이들은 시민이 공문서에 나온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어와 문장을 다듬어주고 편집을 도와준다. 이 작업을 거친 공문서는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이들은 현재까지 국가기관 수천 곳과 함께 일을 해왔다.

간단하게 수정되는 문장의 예를 보면 이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양질의 교육 환경은 지속적인 교육과정의 촉진과 향상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High-quality learning environments are a necessary precondition for facilitation and enhancement of the ongoing learning process).”→“어린이들이 제대로 배우려면 좋은 학교가 필요하다(Children need good schools if they are to learn properly).”

두 번째는 교육이다. 이들은 행동을 바꾸려면 교육이 필수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훈련받은 한 사람이 그 기관에서 많은 문서를 명확하게 쓸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독립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플레인 잉글리시 캠페인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공문서 편집이 주된 프로그램이었지만,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계속 성장하면서 지금은 이것이 회사의 주요 부분이 되었다.

이들은 또한 ‘크리스털 마크’라는 인증 마크를 가지고 있다. 이 마크는 세계적으로 ‘명확한 정보를 주고 있다’는 표시로 인정받는다. 독자들은 이 마크가 찍힌 글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는다.

회사 관계자는 ‘플레인 잉글리시 캠페이너’라 불리는 이 직업의 장단점을 하나로 꼽는다. 일이 끝이 없다는 것!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크리시 메허는 2년이면 모든 사람이 명확한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언어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하는 만큼 일에 끝이 없더라는 것. 이렇게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창의적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어찌 보면 단점일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큰 매력이라고 한다.

[##_1C|1308388271.jpg|width=”500″ height=”28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쉬운 언어 쓰기’ 캠페인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서관에 모인 각국 ‘플레인 랭귀지’기관 대표 학생들._##]
이 직업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영어를 모국어 내지 제2의 모국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입사 인터뷰 시 문법 시험을 치르고 입사 이후에도 최고 단계에 달하기 위해 계속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한 경험자는 특히 환영받는다.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다른 언어가 쓰이는지 이해하는 데 현장 경험이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업무 특성에 따라 분화된다. 공문서 편집을 맡은 이는 의뢰받은 문서를 편집하기 전에 고객의 일과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그런가 하면 교육을 맡은 트레이너는 대부분 자격을 갖춘 교사들인데,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_1C|1164976129.jpg|width=”250″ height=”37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명확한 정보임을 뜻하는 크리스털 마크_##]

     
우리나라도 ‘쉬운 한국어 쓰기’ 필요성 높아

모바일 기술이 발달하면서 당장 이들에게는 또 새로운 과제가 던져졌다. 다양한 소셜 미디어들의 연결을 위한 새로운 ‘글쓰기 기술 향상 코스’와 온라인에서의 ‘명확한 언어쓰기 운동’이 그것이다.

이 직업이 한국에도 생길 수 있을까? 한글의 소중함과 중요성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온 국민 우리말 쉽게 쓰기’와 같은 운동은 우리나라에 없다. 단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공문서 바로쓰기’라는 온라인 강의가 하나 있을 뿐이다. 이것만으로는 이 강의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측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공문서에는 한자와 전문용어가 많아서 일정 수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보니 공문서(법률 조항)의 해석을 잘못해 불이익을 보는 사람도 많다. 한글에 대한 자긍심과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실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지금이 ‘명확하고 쉬운 한국어 쓰기 운동’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이 직업은
영어를 모국어 또는 제2 모국어처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교육을 담당한 트레이너는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며, 대개 프리랜서로 일한다. 보수는 교사·번역가·통역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어떻게 시작할까? 
한국은 어쩌면 영국보다 사정이 더 열악하다. 한자와 일본어식 표현으로 오염된 공문서는 거의 암호 수준의 해독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니 한글에 대한 자긍심과 일정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이 직업에 당장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글_희망제작소 오지은          
ⓒ 시사IN(http://www.sisainliv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원문보기


[##_1L|1369914251.jpg|width=”200″ height=”4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