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

지난 2012년 8월 25일 대학로에서 착한 돈을 모으는 사람들의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이란 책을 만든 사람들의 출판기념회이다. 사실 이날은 출판기념회라기보다는 책의 인터뷰 주인공인 한국의 대표 모금가들과 그들을 닮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의 장이었다.

이 책은 한국인 국제공인모금전문가(CFRE) 1호, 국내 정치인 펀드 모금가 1호, 국내 대학모금가 1호, 국내 문화예술전문 모금가 1호, 국내 모금전문가 학교 최초 설립자, 모금 전문 강사, 뉴욕타임즈에 독도 광고 및 모금을 병행한 한국 홍보전문가 등 국내에서 모금가라는 전문직업 영역을 최초로 만들어 내고 모금을 통하여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한국 모금계의 주역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김현성(서울시장 기획 비서관), 이선희((주)휴먼트리 대표), 정현경(서울시 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3인 역시 현재 모금전문가학교를 운영하고, 모금에 관한 책을 집필하는 등 모금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3인의 전문가가 모금계의 대표적인 사람들을 만나 엮은 것이라 모금가나 잠재 모금가들을 위한 책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책은 잠재기부자를 포함한 모든 기부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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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매일 보는 TV의 광고가 착한 마케팅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상품의 직접적인 광고보다는 공익적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통하여 상품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까지 좋게 하려는 홍보 방법으로 바뀌었다. 이는 기업이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선적 책임까지 가져야 한다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의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여기에 환경과, 반부패, 지배구조 등 그 책임 영역이 확대되어 지속가능 경영으로 글로벌 지표로까지 정형화되었다.

또한 사회적책임이 기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게도 있다는 의미로 확대되어 CSR이 SR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의 중심에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환경과 나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건이란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신문 기사에서 기업 기부에 관한 표현을 ‘삥 뜯기’로 표현한 것을 보았다. 이 기사에 대한 평가나 사견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고 이 책에서 답을 구하면 될 것 같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인 CFRE 비케이안은 “기업이 100억을 기부하고 100억 원의 홍보효과를 거두어야 한다면 좋은 거래이지 기부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이타주의 기부는 아무 조건 없이 주는 것입니다. 기부자는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 손실을 입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간이 남아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 내 시간을 할애해서 활동하는 것이 기부입니다. 여기서의 손실은 아름다운 손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기부냐 삥이냐” 하는 것의 배경에는 모금이나 기부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 모금전문가들 대부분은 모금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박원순(현 서울특별시장)이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재직할 당시 모금전문가학교 수업에서 모금가들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라”고 한 것을 보면 모금은 돈만을 모으는 것이 아니고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김재춘(전 가치혼합연구소 소장)은 “모금은 정확한 명분을 가지고 선한 돈을 모으는 일” 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기부자가 기부 의사가 있음에도 누군가 동기부여를 하지 않아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윤정숙(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은 “모금전문가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선한 의지와 꿈을 지켜주고 나눔의 윤리적 소명을 불러 일으켜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반면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 CFRE 비케이안은 “한국은 모금이 복지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게 현실이지만 교육, 문화, 예술,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비영리 조직의 개척정신과 역량강화를 위해 윤리성을 갖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모금가가 양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모금전문가가 순수한 이유의 소명의식만을 가진 비영리 조직의 한 일원이 아니라 전문 직업인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한국사회의 기부문화도 함께 바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 책은  모금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고 낯선 모금에 대한 이해와 모금가의 자세, 모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쉽게 다루고 있으며 미래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들을 모금가 기부자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고자 한다. 

무엇보다 기부자들에 대한 인터뷰도 후속으로 다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인터뷰를 통해 모금가와 기부자가 새롭게 인식되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정립되길 기대해 본다.

글_ 조명순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 총동문회장, 화성시 인재육성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