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에게 흰 지팡이가 되어주다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몇 달 전 텔레비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어느 남자 배우가 심한 당뇨로 인해 실명을 하고 결국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선천적인 시각장애인들도 많지만 이처럼 병으로 또는 사고로 인해 시각장애를 입는 경우도 생각 외로 많다. 우리는 누구나 장애를 입을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복지시설을 어떻게 이용을 할 수 있으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상대원 1동 사기막골에 위치한 <한국시각장애인성남시지회(이하 성남지회)> 를 찾아갔다.

[##_1C|1384941851.jpg|width=”400″ height=”300″ alt=”?”|봉사단체와 함께 가운데 검은 안경을 착용한 정일상 지회장._##]
정일상 회장이 바쁜 약속도 미루고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제 통화했던 희망제작소 해피리포터 이길순입니다.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어요. 앉으시지요.”

검은색 안경을 착용한 정일상 회장은 단정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68세의 정 회장은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밝았다. 그래서 그런지 몇 년은 더 젊어 보인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에게 장애가 선천적인 것이었는지를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망설임 없이 설명을 한다. 1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중소기업을 경영 하던 정 회장은1975년 6월 25일, 당시 나이 35세 때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실명을 했다.

뒷자리에 앉은 정 회장이 착용했던 안경이 의자에 부딪혀 깨지면서, 안경조각이 눈에 들어가 결국 실명하고 만 것이다.

“이제와 말하면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사고 당일 내가 안경을 쓰지 않았다면 실명은 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아마도 운명이었나 봅니다.”

정 회장은 처음엔 자신이 실명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어 두 번이나 자살시도를 했다고 한다.

“모든 장애인들이 그렇듯이 특히 시각장애를 입으면 앞을 보질 못하니 더욱 답답하지요. 더구나 시각장애를 입기 전에 보고 느끼면서 살아온 세월이 있잖아요. 그런 세상을 전혀 보지 못한다고 생각 할 때 그것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절망이죠. 그러니 적응이 더욱 힘들지요.”

[##_1C|1198644621.jpg|width=”400″ height=”300″ alt=”?”|성남지회원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2008 장애 체력단련행사를 하고 있다. _##]
정 회장은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는데 가족들의 위로에 힘입어 몇 년 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1981년엔 (사)한국맹인복지연합회 경기도지부성남시지회 발기창립대회 때 지도부장을 맡았다. 이어 1984년 6월 (사)한국맹인복지연합회 경기도지부 성남지회장 회장으로 취임을 했다.

“성남시 전체의 시각장애인은 몇 명이나 되는지요? 그리고 성남지회의 설립목적과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요?”

“현재 성남시에는 3600여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습니다. 성남지회는 1981년에 설립 되었고, 설립목적은 우선 시각장애인들이 필요한 교육과 적응기를 거쳐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지요.

더구나 어릴 때부터, 혹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었던 분들은 그 적응기간이 길기 때문에 생활여건이 어려운 사람이 많아요. 가족구성을 이루기도 쉽지 않고 당뇨로 인한 실명 장애인도 늘어가는 추세다보니 필요한 일들이 자연적으로 많지요.”

시각장애인들에게 눈과 발이 되어주다

성남지회는 지회장이자 센터장인 정 회장을 비롯해 11명의 직원이 항상 대기 중이다. 이들은 심부름센터, 교육사업, 봉사사업, 행사사업, 기타사업 등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심부름센터의 4대의 봉고차 중에 3대는 장거리이동 지원에 사용되며, 나머지 1대는 성남시 전역을 돌고 있다. 지방으로 갈 일이 생길 때 3~4일전에 예약을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이동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불편하고, 다른 수단을 이용하고자 해도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 회장은 “성남을 비롯해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시각장애인의 이용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차량은 연중 365일 운행(국경일제외)하고 있으며 이용방법은 선착순 전화예약 접수로 한다. 예약은 이용일을 기준으로 4일전에 마쳐야 원하는 날짜에 이용가능하다.

차량예약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며 하절기엔 3월부터 10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동절기엔 11월부터 그 다음해 2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_1C|1016447707.jpg|width=”400″ height=”300″ alt=”?”|2008년 9월 임시총회 모습._##]

매년 10월 15일은 흰 지팡이의 날

또 성남지회는 매년 4월 장애인의 날 행사, 10월엔 흰 지팡이 날 행사, 12월엔 본 협회 발기창립일 기념행사, 장애극복 체력증진 보행교육(월1회), 그 밖에 이ㆍ미용 도우미들을 통한 무료봉사(월1회) 등 다채로운 복지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10월 15일 ‘흰지팡이 날’을 기념하여 시각장애인의 권익옹호와 복지증진의 올바른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이 비장애인에겐 다소 생소한 ‘흰 지팡이의 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흰 지팡이는 고대로부터 시각장애인의 활동을 돕는 보조 기구로 사용되어왔다. 첨단 과학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에도 전세계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흰 지팡이라고 한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고 있는 지팡이의 색깔은 흰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일반 지체장애인이나 노인의 보행에 쓰이는 지팡이와 구별되도록, 시각장애인 이외 사람의 흰 지팡이를 쓰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흰 지팡이 개념은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공식적으로 채택이 되었으며 그 후 영국으로 전파되고 다시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1931년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개최된 ‘국제라이온스대회’에서 흰 지팡이의 기준이 설정되었다. 미국의 페오리아 시에서 살고 있는 모든 시각장애인은 흰 지팡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최초의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 후 1962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시각장애인에게 흰 지팡이를’ 이라는 표어를 주창하며 시각장애인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할 것을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또 1980년에는 세계맹인협회가 10월 15일을 흰 지팡이의 날로 공식 제정하여 각국에 선포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흰 지팡이에 대한 규정이 마련 된 것은 1972년 도로교통법에서였다고 한다. 현재 도로교통법 제 11조에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도로를 보행할 때는 흰 지팡이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로 되어있으며 동법 제 48조에서는 “모든 자동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유아가 보호자 없이 걷고 있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흰색 지팡이를 가지고 걷고 있을 때에는 일시정지 하거나 서행해야한다“ 로 정해져 있다.

[##_1C|1343883601.jpg|width=”400″ height=”300″ alt=”?”|_##]

반드시 희망은 보입니다

한편 성남지회는 시각장애인 중고교생 1,2,3 학년에게는 무조건 전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자립을 돕기위해 시각장애인 중에서 사회인이 된 사람은 월급의 2%를 후원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고 한다.

또한 매주 금요일엔 자원봉사들이 반찬을 만들어 저소득층 시각장애인들에게 배달하고 있고, 생활이 어려운 시각장애인 가정 200여 세대에 후원금을 매년 4회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구정과 추석명절에 5만원씩, 매년 5월 한마음 대축제를 기념해 3만원씩, 10월 15일의 흰 지팡이 날을 기념하여 3만원씩 전달하고 있다.

그나마 경제적인 여러움이 덜한 편인 정 회장 역시, 매월 50만원 가량을 후원금으로 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슬하에 삼남매를 두고 있는데, 잘 자라준 자녀들, 묵묵히 가정을 잘 꾸려온 사랑하는 부인, 그리고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 반, 고마운 마음 반이란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 중에 원해서 장애를 입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입은 사람, 사고 또는 병으로 인해 장애를 입은 수많은 사람 중에는 사회생활을 하지 못해 여건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모든 시각장애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어요. 죽고 싶은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면 반드시 희망이 보입니다. 세상 사람들도 시각장애인들에게 대한 편견을 버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계절이 있어 아름다운 우리나라. 이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잎을 보지 못한다면 어떤 마음일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잊고 불평만 한 채 무심코 보내버린 시간들이 새삼스럽게 부끄럽다. 이 해가 가기 전에, 우리 주위의 소외된 이웃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챙겨주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성남시지회
주소 :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상대원1동 64-2장애인재활작업장내
전화 : 031-743-6430~6660
후원계좌 : 농협 711-01-003278
누리집 : www.snsigak.or.kr/

[글, 사진_ 이길순 / 해피리포터, 사진제공_성남시지회]

[##_1L|1401619719.jpg|width=”94″ height=”68″ alt=”?”|_##]해피리포터 이길순(eks323)

이 세상에서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난 사람을 좋아하고 술 한잔 앞에 놓고 살아가는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한다.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 마음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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