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이 컴퓨터 앞에 모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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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문을 연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희망제작소가 위탁 운영하는 공공교육기관입니다.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 학교’를 지향하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여러분께 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는 평생학습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기획기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3년 첫 번째 주제는 시니어와 평생학습입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제2, 제3의 인생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아직 개인도 사회도 모두 준비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학습부터 창업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지는 삶을 통해 조금씩 바뀌어가는 시니어의 삶을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사회 시니어의 삶과 학습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생학습 초점 (3) 시니어들이 컴퓨터 앞에 모인 이유

도쿄에는 시니어의 취업 지원에 눈부신 실적을 올리고 있는 단체가 있다. 바로 미타카시에 거점을 두고, 시니어가 시니어를 서포트하는 지역활동의 선구자로서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사업형 NPO법인 <시니어 SOHO 보급 살롱 미타카> (이하 ‘시니어 SOHO 미타카’)이다. 올해로 설립 14년째를 맞이한 이곳을 모델 삼아 전국 각지에서 시니어에 의한 NPO 설립이 활발하게 추진되어 수십 개의 단체가 설립되었다. 등록 회원 수 평균 170명, 평균연령 65세, 연간 1억엔(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시니어 SOHO 미타카에 대해 알아보자.

시니어 SOHO 미타카에서는 시니어가 시니어를 가르치는 컴퓨터 교실을 일년 내내 거의 매일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고자 하는 시니어가 있으면, 단체에서 교육받은 시니어가 출장 교육을 해준다. 이런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 컴퓨터 교육을 바탕으로 시니어 지원 사업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이 단체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다른 단체와 차별점이 없는 것으로 생각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니어 SOHO 미타카가 일본 사회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우선, 이 단체의 모체가 된 모임 활동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학 동창회에서 시작

시니어 SOHO 미타카의 초대 이사장인 호리이 케키이치로(堀池喜一郞)씨는 1999년, 미타카시에 사는 대학 친구들과 동창회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친구가 “우리 모임의 홈페이지를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당시 대기업 히타치(日立)의 현역 엔지니어로서 IT에 밝았던 호리이 씨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바쁜 회사생활 중에도 홈페이지를 완성했더니 이번에는 “자,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호리이 씨는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알아보기 위해 “당신은 인터넷을 배워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독특한 답들이 돌아왔다. “나는 기독교 신자라서, 매년 이스라엘에 성지순례를 다녀오고 있다. 그 경험을 언젠가 책으로 정리하기 위해서 우선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싶다”, “부부가 미국이나 유럽의 산에 있는 작은 산막을 방문하는 것이 취미다. 그때 서로 알게 된 사람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교류하고 싶다.” 등등, 각자 모두 재미있는 나름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꽤 의미 있겠다고 생각한 호리이 씨는 컴퓨터 교실을 열었고 첫 수업에 15명 정도가 수강했다.

가르치는 데는 교실과 기자재가 필요했다. 마침 그 당시 미타카시는 ‘SOHO CITY 미타카’ 구상을 내걸고, 시설도 갖추고 있어서 그 시설을 빌릴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미타카시 Incubation Center의 Pilot Office(시범 사무실)였다.

때마침, 미타카시는 SOHO CITY 미타카 구상을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SOHO에 관심이 있는 시니어를 모집하길 원했지만, 적당한 사람도 그룹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Pilot Office에 모여 왁자지껄하며 즐겁게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시니어 그룹을 발견했다. 이것이 물꼬가 되어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결로 이어지고 이 시니어 그룹에 여러 가지 정보가 들어오게 되었다.

컴퓨터 교실을 계속하는 데는 선생님이 필요했다. 호리이 씨 혼자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었다. 다행히 동창회 멤버 중에는 회사에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어서 그들에게 30분, 1시간의 짧은 시간도 좋으니 교육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창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생활에서 익힌 컴퓨터 기술을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흔쾌히 수락했다.

수강생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최초엔 동창생이나 지인들이 수강생이었지만, 곧 자신의 친구들도 수강하게 하자는 요청이 나왔다. 참가자가 늘어나 수강비가 모이게 되면서 초반 어려움이 따랐던 운영비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시니어들의 모임이 국가적 모델이 되기까지

어느 날, 이 모임을 지켜보고 있던 시청 담당자는 일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던 ‘정보 시스템 활용형 시니어벤처 지원사업’에 응모하는 것을 권유했다. 동창생들이 모여서 하는 작은 활동이 설마 그런 모델사업으로 인정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인터넷을 활용한 지적 시니어의 벤처사업으로 신청했다. 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심사를 통과했고 지원금 5백만 엔(5천만 원)을 받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이 모임은 ‘시니어 SOHO 보급 살롱 미타카’가 되었고, 다음 해 2000년에는 사업형 NPO법인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호리이 씨는 처음부터 이러한 흐름을 의도하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동창들끼리의 작은 활동이 마치 시대의 움직임에 떠밀린 것처럼 자기들도 의식하지 못한 가운데 다음에서 다음으로 착착 전개되어 갔고, 알아차렸을 때엔 이미 일본의 국가적인 시니어 사업 모델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활동은 점점 커졌다. 그러나 당시 호리이 씨는 현직 회사원이었다. 본업도 바빠 죽겠는데, 단체활동까지 더욱 커져 버렸으니 난감했다. 너무나 바빠서 도저히 더 못할 것 같아 마침내, 정부의 모델지원금을 모두 소화한 것을 계기로 “해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회원들이 모두 반대했다. 거꾸로 이 제안이 계기가 되어 “사업소를 갖추고, 조직으로서의 형태도 정비하여 모임을 계속해 가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더 이상 자원봉사 정신만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호리이 씨는 만 59세. 그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고민 끝에 과감히 회사를 조기퇴직하고 시니어 SOHO 미타카 사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후 호리이 씨와 그 친구들의 활동은 눈부시게 전개되어, 각지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을 받아, 2003년엔 제1회 일본경제신문 지역정보화대상을 수상하고, 2004년엔 정보화 추진 공헌단체로서 경제산업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제는 컴퓨터 교실을 발전시켜 IT 강좌를 열고 있다. IT 강좌의 특징은 ‘시니어 컴퓨터 어드바이저 인증연수’를 실시하여 강좌의 강사로서 활약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A급 인증 자격자는 각종 IT 강좌의 보조 강사 및 방문 서포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S급 인증자격자는 강좌 주임강사가 될 수 있다. 매뉴얼과 교재도 200만 엔(2천만 원)을 들여 자체 제작하였다.

작년엔 새롭게 복지분야에도 참여하였다. 독립행정법인 복지의료기구(WAM) ‘ICT를 이용한 고령자 고립방지 네트워크 구축사업’이 그것이다. 지역에 사는 고령자의 자택에 터치패널 방식의 기기를 설치하여, 시니어 서포터가 지켜보면서 재미있는 사진, 메일 교환 등을 도와주고 있다. 1999년 시작 때부터 쌓은 IT 교육 기술과 고령자 대응 방법을 잘 활용하여 매우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일할 의욕을 가진 시니어와 인재를 구하는 기업이나 단체를 맺어주는 매칭(Matching)도 주요 사업의 하나이다. 지자체에 시니어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제안하여 새로운 일도 창출하고 있다. 기업의 사내 IT화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시니어는 컴퓨터 시스템의 유지보수 등을 진행하고, 골프장 근무 경험자들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잔디 관리 사업도 시작했다. 현재 시니어 SOHO 미타카의 대표이사인 구보 씨는 “지역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시니어들이 있다. 시대의 흐름과 욕구를 잘 파악하면 시니어들을 잘 활용하여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지역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위탁받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 사례로 5년째를 맞이한 School Angels(학교 안전 추진원)사업이 있다. 미타카시로부터 연간 2,700만 엔(2억 7천만 원)에 수주하여, 시내 15개 초등학교에 아침 저녁 4시간씩, 통학로에서 어린이를 지켜보는 사람을 1명씩 파견하는 것이다.

시니어 SOHO 미타카는 원칙적으로 무상활동을 하지 않는다. 시니어는 무료 자원봉사 활동을 할 것이라는 과거 개념에서 벗어나 “이만큼의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만큼의 대가를 받겠습니다.”라는 주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액이라도 돈을 받음으로써 일을 하는 쪽은 책임감이 생긴다. 학교 안전 추진원 사업의 경우도 일상적으로 어린이와 접함으로써 지역에 대한 생각도 강해지고, 사건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구보 씨는 말한다. 다만 과다한 금액이 아닌 실비를 청구하는 것으로 다른 곳의 절반 정도의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니어 평생교육’이 고령화 사회의 해법

우리 주위에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를 맞이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서도 약간의 수입이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혼자 고민해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력하다가도 좌절하기가 쉽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해결하고자 시작한 나라 중 한 곳이 일본이다.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시니어와 학습에 관한 일본의 선진사례를 소개하였다. 약 15년 전부터 일본의 시니어들은 자기들의 경험을 다른 시니어들과 공유하는 학습의 장을 만들어 거기서부터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우리는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고령화 사회는 우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령화 사회가 닥쳐오는 것에 대하여 젊은이들의 부담만 늘어가는 재앙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문제가 하나도 해결될 수 없다.

생각을 바꾸어 보자.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온몸으로 경험한 우리나라의 시니어들만큼 세계적으로 역량이 큰 세대도 없다. 이들의 경험과 일할 의욕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고령화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고령화 사회는 재앙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시니어들의 ‘평생교육’이라는 점을 우리는 일본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었다.

글_ 김경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였다. 국내 중견 기업의 CEO로 은퇴한 뒤 지금은 제 2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길을 찾고 있다. 그 과정의 하나로 외국 시니어들의 활동 사례를 수집하여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평생학습 초점 연재목록
 (1) 누구나 무엇이든 가르치는 대학 – 간다(神田)잡학대학 
 (2) ‘나의 삶’을 강연합니다 – 시니어대락(大樂:다이가쿠)
 (3)  시니어들이 컴퓨터 앞에 모인 이유 – 시니어 SOHO 보급살롱 미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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