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로 메추리알 삶아 먹어 봤나요?

시니어 과학자와 주니어가 만나 인간애 중심의 과학을 탐험하는 사랑에 빠진 과학-사과캠프가 지난 8월23일~24일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캠프에 참가했던 김태호 학생의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랑에 빠진 과학-사과캠프 주니어 참가자 김태호입니다.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를 드리고 싶은데요. ‘사과’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달콤한 사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추석 선물로 주고받는 과일 상자? 저는 사과캠프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사과’라고 하면 먹는 사과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과캠프에 참여했던 8월 23일 이후로는 ‘사과’라고 하면 ‘사과캠프’가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과학’의 줄임말인 ‘사과캠프’는 시민과 함께 사회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민간연구소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에서 기획/운영하는 과학캠프입니다. 과학 분야에서 일하시는 시니어 분들과 주니어들이 만나서 소통하고 인간 중심의 과학을 탐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캠프인데요. 이틀 동안 진행된 사과캠프에서 제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것을 깨닫고 또 얻었는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글솜씨가 부족해 모든 이야기를 담진 못하겠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

8월 23일 사과캠프 첫째 날

사과캠프 첫째 날이었던 8월 23일 토요일. 지하철에 몸을 싣고 모임 장소인 세븐팩토리로 출발했습니다. 가는 동안 혼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걱정 때문이었는데요. 그 걱정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40대 이상의 과학자 분들과 우리가 소통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품고 도착한 세븐팩토리는 걱정과 다르게 활기찬 분위기였습니다. 희망제작소 연구원 분들이 무언가를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고, 먼저 도착하신 시니어 분들과 주니어들이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입장할 때 받은 빨간색 모형사과를 손에 꼭 쥐고 제가 속한 5조 테이블로 갔습니다. 5조 테이블에는 이미 주니어 2명과 시니어 한 분께서 앉아 계셨습니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첫 만남이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망제작소 유시주 기획이사님의 축사로 사과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 소개가 진행된 뒤 세대공감과 관련된 간단한 설문조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어색어색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바로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게임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손에 손을 맞잡고 박자에 맞춰 옆 사람의 손가락을 찌르는 것이었는데요. 단순하고 뻔한 게임을 모두 집중해서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서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후 세 가지 키워드로 자신을 정의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3 keyword 게임을 했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서 막혀 있던 말문이 서서히 터지기 시작했고 게임이 끝날 쯤엔 서로의 일상생활을 먼저 다가가 얘기할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는 동안 지하철에서 했던 고민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고 그때서야 비로소 ‘소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닌 먼저 다가가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 속에서 어느새 타인과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운 마음을 벗어 던지고 사과캠프를 즐기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적정기술 실험키트(태양열 조리기, 돌과 자갈로 만드는 정수 시스템)를 직접 실험해 봤습니다. 이를 통해 적정기술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맑은 날씨 덕분에 태양열 조리기 안에 넣어 두었던 메추리알이 잘 익어서 껍질을 까서 살짝 맛을 보는 위험(?)을 감수해 보기도 했습니다.

실험이 끝난 후에는 팀 빌딩 시간으로 각 팀의 이름을 만들고 팀원의 역할을 정했습니다. 각자의 역할을 찾고 인터뷰 대상자를 선별해 하루일과를 인터뷰해서 이슈 찾기까지의 과정을 끝내자 시간은 오후 6시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팀원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 사과캠프 첫째 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8월 24일 사과캠프 둘째 날

첫째 날이 지나고 사과캠프 둘째 날인 24일 일요일.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집을 나와 어제와 똑같은 길을 걸었지만 어제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기대감과 즐거움이 섞인 발걸음으로 세븐팩토리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맞이하는 풍경들이 저를 환영해 주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소통하기가 첫째 날 키워드였다면 둘째 날은 적정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보다 깊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진행된 순서는 어제 정리한 이슈에 대한 집중토론을 하는 브레인스토밍 시간! 처음 사회자 분께서 각 팀당 100개 이상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셨을 때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말도 안돼. 어떻게 2시간 동안 100개의 아이디어를?’ 하지만 결과는 저의 완패! 우리 Feel팀은 총 123개의 이슈 해결방안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브레인스토밍 시간 후 이어진 다른 팀원들과의 피드백 시간은 피드백 게시판을 통해 다른 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저희 Feel팀의 이슈 해결방안을 다듬어 만들고 사과캠프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이그나이트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습니다.

사과캠프를 시작한 어제를 떠올리고 또 오늘 하루를 되새기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시니어 즉 어른들은 우리와 생각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점. 하지만 많이 비슷하다는 점’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Feel. 이런 시니어와 주니어의 다름 속 같음이 있었기 때문에 시니어와 주니어가 협력하고 노력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시상식에서 ‘Apple Science’상을 수상한 우리 Feel팀! 즐거운 시상식을 끝으로 사과캠프를 마무리 하면서 우리가 나누었던 18시간의 기록을 동영상으로 시청하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시니어 분들과 주니어들의 사진을 보니 너무나도 좋았고 사과캠프가 끝난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그때의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 글솜씨가 부족하여 그 날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해 드릴 수 없어서 많이 아쉽습니다. 정말로 즐겁고 소중한 것들이 저에게 남았습니다. 사과캠프를 만들어 주신 희망제작소 연구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Feel팀의 시니어 박중호 박사님, 김제룡 선생님 그리고 주니어 박하현, 박찬현! 모두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길! ^_^

글_ 김태호 (사과캠프 주니어 참가자)
사진_ 나종민 (바라봄 사진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