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 3단계로 밀어드립니다

한국 젊은이, 영국 시니어를 만나다 (13)

희망제작소와 연세대는 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학생 현장 탐방 프로젝트 uGET’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이 2010년 여름 한 달간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영국 시니어들의 사회공헌활동 현장을 조사해 그 방문기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영국에서 전해질 재기발랄한 젊은이들과 지혜로운 시니어들 간의 조우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민간 영역과 제3섹터를 이어주는 프라임타이머스를 방문했을 때, 저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런던에는 고령자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단체가 따로 있으며, 아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단체의 연락처를 물어보았고, 며칠 후 해당 단체와 방문 약속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프라임이니셔티브(Prime Initiative, 이하 프라임)입니다.

프라임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설립한 19개 비영리단체 중 하나입니다. 찰스 왕세자는 한 시민으로부터 퇴직 후 재취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받은 후 고령 취업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후 2003년 이 단체를 설립하게 되었지요. 웹사이트에 의하면 “영국 내 50세 이상 인구에게, 자영업, 사업, 사회적기업 창업을 통해 재정적, 사회적, 개인적 만족을 느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30분 가량 기차를 타고 도착한 프라임에서 저희는 사무총장인 Laurie South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Laurie 씨는 두 시간 가량 자신의 단체, 그리고 영국의 고령 상황에 대해 광범위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는 영국식 위트와 유머감각을 갖춘 유쾌한 리더였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무역업체, 지역 정부기관 등을 거쳐 제3섹터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_2C|1378328790.jpg|width=”308″ height=”24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프라임이니셔티브가 입주해 있는 런던 근교의 AgeUK 건물|1252980854.jpg|width=”332″ height=”24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사무총장 Laurie South _##]
만약 우리가 50대 이상의 예비 창업자라면, 프라임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 단체가 제공하는 지원은 3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 지원(Universal Offer)을 통해 예비 창업자들은 우편 혹은 온라인으로 정보 묶음을 받게 됩니다. 이 꾸러미에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여러 조언들이 들어있습니다. 그 구성은 지속적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이 꾸러미는 웹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주간 뉴스레터는 매주 새로 업데이트되는 창업 관련 뉴스를 제공합니다. 현재 75,000명이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원격 지원 이상의 것을 원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위해서는 2단계 지원을 해줍니다. 이전 단계와 다른 것은 예비 창업자들이 대면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간담회, 워크샵을 통해 사업 운영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통찰을 접할 수 있습니다. 멘토링을 통해 창업의 각 단계에 대한 조언과 코칭을 받을 수도 있지요.

[##_1C|1321216631.jpg|width=”400″ height=”311″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프라임이니셔티브의 3단계 지원_##]
마지막 3단계에서는 4주 간의 집중 멘토링 프로그램 등 보다 심화되고 집중된 일대일 대면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은행대출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기금도 있지요.  

Zopa-Prime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기금의 수혜를 받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웹사이트에 대출을 원하는 사유와 필요한 금액을 올립니다. 그 다음엔 이들에게 대출을 제공할 사람들이 대출 가능한 액수와 이자율을 써넣고 경쟁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자동차를 사기 위해 5000 파운드가 필요해요. 12개월 내에 갚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면, 대출을 제공할 사람들이 ‘1000파운드에 금리20%’, ‘500파운드에 금리 10%’ 식으로 제안을 올려 경쟁을 하는 겁니다. 일종의 경매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하고, 자금을 마련할 다른 방법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모델인 셈입니다. 프라임은 고객들이 빌리는 금액의 50%에 대해 보증을 서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1단계 지원을 받은 예비 창업자들은 4,5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중 약 600명이 2단계 지원을 받았으며, 약 300명이 3단계 지원까지 받았습니다. South씨에 의하면 수혜자의 수를 늘리는 것도 목표이지만, 심화 지원을 받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는 것도 목표라고 합니다.

이러한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2009년 한 해 프라임의 지원을 받은 4,500명에게 메일로 조사를 한 결과 987명으로부터 답이 왔습니다. 그 중 14%는 아직 창업을 시작하기 전이라 답했으며, 14%는 창업을 시작한지 6개월 이내였습니다. 44%는 창업을 시작한지 6개월~1년이 지났으며, 28%는 창업을 한지 2년이 되어가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기 창업자 뿐 아니라, 새로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단체가 실질적 영향을 끼친 증거라 하겠습니다.

혹시 고객들이 사회적기업을 창업하는 경우는 없냐고 여쭤보았습니다.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프라임의 고객층인 고령자들은 보통 사회적기업의 개념이 뭔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창업의 동기를 물어보면, 돈을 버는 것과 동시에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사업을 통해 지역공동체에 뭔가를 돌려주려는 것이죠.

젊은이들에게 창업 이유를 물으면 보통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는 반면, 고령의 예비 창업자들은 백만장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 대신 공동체에 뭔가를 돌려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을 표방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창업동기나 사업내용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셈입니다.

[##_2C|1373522543.jpg|width=”332″ height=”24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1403311755.jpg|width=”332″ height=”249″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

몇 년째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눈을 돌려 보면 청년 실업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OECD 국가들의 고령자 고용률은 1994년과 비교해 높아졌지만, 한국의 고령자 고용률은 오히려 3% 낮아졌다고 합니다.
 
또한 고령자들의 고용 질 또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50대 이상 취업자 중 절반이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한 한국의 실정을 고려했을 때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시니어사회공헌센터의 문제의식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고령자 창업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때, 프라임과 같은 ‘확실한 창업 도우미’ 역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_박상욱 (uGET 실버라이닝팀)

★  uGET 영국 방문기 목록

1. 한국 젊은이, 영국 시니어를 만나다
2.  ‘늙지 않는 학생’들의 대학 
3. 영국 제 3섹터로 가는 다리, 프라임타이머스 
4. 시민사회로 뛰어든 PR전문가
5. 영국 싱크탱크 네스타에 반하다
6. 자원활동은 과연 무료인가 
7. 노인과 젊은이, 도시를 공유할 수 있을까  
8. 마법의 힘으로 세대통합을!
9. 세대문제는 지역문제다   
10. 어디 참신한 자원활동 없나요?  
11. 홈페이지로는 알 수 없던 영국 NGO의 진면목    
12. 사회적기업을 키우는 거대한 요람

13. 시니어 창업, 3단계로 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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