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찾는 고령 사회의 해법

세계화(globalization) 바람이 한바탕 지나간 뒤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합성어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화로 국가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국가’가 아닌 ‘지방’이 정치, 경제, 문화의 실천적인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희망제작소는 고양시와 함께 12회에 걸쳐 주목할만한 해외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려합니다.


(4) 지역 사회공헌 일자리 사례    

한국사회는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어냈고, 이제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의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2000년 인구의 7.2%가 65세 이상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2018년에는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이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린 시간을 보면, 프랑스는 115년, 스웨덴은 85년, 일본은 24년이 소요되었다. 한국은 1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이다.

한국 고령 사회 진입의 중심에 서있는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 이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720만여 명(전체인구의 14.6%)의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2010년부터 시작되면서, 이 거대 인구집단의 은퇴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장에 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건강하고 높은 학력과 전문지식,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은퇴 시점에 맞춰 노년기의 생애설계에 관련된 개인적 활동과 은퇴 후 삶에 대한 적응 등 제 2의 인생설계 준비는 부족하다. 이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은퇴한 중고령층에게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소개한다. 

사회공헌일자리란 무엇인가

일자리하면 정부(공공영역)와 기업(영리영역)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에 존재하는 활동 영역을 구분할 때 제1섹터(정부)와 제2섹터(기업) 외에 제3섹터(비영리영역)로 구분한다. 제1섹터, 제2섹터와 구별되는 제3섹터의 비영리단체(Non- Profit  Organization,  NPO)는 정부나 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구나 단체, 집단이나 조직 또는 결사체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비영리,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 또는 조직을 뜻한다. 즉, 사회공헌일자리는 제3섹터의 일자리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비영리단체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과 커뮤니티비즈니스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런 제3섹터의 일자리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은 비영리부문 조직수가 190만 개 이상이고, 미국전체 고용인원의 7.2%를 차지하며, 940만 명이 비영리영역에서 일하고 있다. 영국에는 약 6만 2천여 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으며, 294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전체 고용인원의 12.5%를 차지한다. 영국정부는 영국 국내총생산의 28%가 제3섹터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해 ‘Office of the Third Sector’라는 정부기구를 설립하였다.

사회공헌일자리는 고학력, 전문직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사회적 자산으로 생각하고, 지역사회 내 사회공익적 활동을 추구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커뮤니티비즈니스 등과 연결하는 공익형 일자리로 볼 수 있다. 은퇴한 시니어들의 소중한 암묵지를 사회적 자산으로 여기고 지역사회 내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국내외 사례들

 미국 시빅벤처(civic Ventures)는 미국 내 시니어들(퇴직자 포함)의 삶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으로 사장(死藏)하지 않고 개인과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이다. 즉, 시니어들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사회적기업 창업 및 혁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시빅벤처 내의 유명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Experience Corp’을 통해 5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지역사회 내 초중등학교의 보조교사, 빈곤층 학생의 일대일 멘토로 활동하며 경험과 능력을 학교사회 안에서 실현하고 있다. 미국 22개 도시에서 2천여 명의 회원들이 배우고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 시니어의 사회공헌 활동은 학생들 개개인의 변화와 학교 분위기 및 문화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_2C|1151440340.jpg|width=”274″ height=”26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시빅벤처 홈페이지|1177842214.jpg|width=”274″ height=”26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Experience Corp 프로그램 소개_##]
영국 프라임타이머스(Prime timers)는 2002년에 설립된 단체로 사회적기업이다. 기업 분야에서 활동했던 전문인력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3섹터인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자선단체 등과 연결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즉, 영리기업에서 일하던 경영전문가들이 제3섹터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전문직 시니어들에게 제3섹터와 관련된 전문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일대일 심층 면접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제3섹터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_1C|1314135537.jpg|width=”500″ height=”23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영국 프라임타이머스 운영체계_##]
한국에서도 중ㆍ고령 퇴직자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장(場)이 되는 비영리단체와 교류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적인 프로젝트가 시도되었다. 2007년 희망제작소는 국내 최초의 전문직 퇴직자 사회공헌활동 교육프로그램인 행복설계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이 교육과정의 수료생 400여 명 중 50% 이상이 지역 내 시민단체, 대안학교, 사회적기업, 국제구호단체 등 다양한 제3섹터에서 상근자 혹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 사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아름다운 서당’(대표 서재경)은 기업체 및 금융계, 언론계 등 사회경험이 풍부한 퇴직 시니어들을 교수로 활용하여 지방대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사회 리더로 육성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이 단체는 취업시장에서 소외된 ‘지방대 학생 인재육성’에 관심을 갖고, 은퇴한 시니어들이 지방대 학생들에게 기업체 취업에 필요한 실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아름다운 서당’을 수료한 학생들의 80%가 기업체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  

‘달팽이건설’은 건설노동자들이 함께 만든 건설협동공동체 형태의 사회적기업이다. 상임이사 박영규씨는 시멘트회사에서 임원으로 근무 후 레미콘 회사를 설립한 전문경영인이었다. 건설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적기업을 설립한다는 취지에 동감하여 퇴직 후 상임이사직을 수락하고 주식회사 등록, 정관확정, 창립총회 등 회사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회사 운영과 관련된 일감확보와 수익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기업 전문경영인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_2C|1118851818.jpg|width=”298″ height=”202″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아름다운 서당 대학생 워크숍|1023125390.jpg|width=”278″ height=”19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달팽이 건설 박영규 상임이사_##]


세 축이 맞물려야

지역사회 내 은퇴한 시니어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위해서 지방정부와 비영리단체, 그리고 시니어들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지역 내 기업, NPO, 평생교육기관 등과 협력하여 지역특성에 적합한 사회공헌 일자리 개발과 지원을 해야 한다. 비영리단체 및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비영리단체와 전문직 시니어를 연계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지역사회공헌 활동의 허브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비영리단체는 은퇴한 시니어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공헌활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세대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인식전환을 통해 지역 내 비영리단체는 차별성 있고 독창성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문직 중?고령 은퇴자들에게 사회공헌활동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전문직 중고령 은퇴자들의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비영리단체는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은퇴한 시니어들은 개인의 여가활동 외에 제2의 인생을 위한 다양한 준비와 실천을 지역사회 안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해 지역 내 비영리단체 활동에 관심을 갖고 비영리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익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보람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_1C|1198396589.jpg|width=”385″ height=”2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사회공헌활동 거버넌스 모형_##]


시니어들의 지역사회 내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지역사회에서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밖에 몰랐던 시니어들에게 지역사회에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활발한 지역사회 내 사회공헌활동 참여를 통해 풍요로운 지역사회가 되길 꿈꾸어 본다.

글_ 김두선(전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 팀장)
                                                  
월간 고양소식 7월호에 실린 글을 편집해 게재했습니다.  

● 연재목록
1.  세계의 중심은 어디인가 – 연재를 시작하며
2. ‘은하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  일본 삿포로 사회혁신 클러스터    
3. 빌바오의 힘 – 스페인 빌바오
4. 지역에서 찾는 고령 사회의 해법  –  지역 사회공헌 일자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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