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이 ‘NPO’라는 공통된 관심 하나로 제2기 시니어NPO학교에 모였습니다. NPO 세계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싶은 시니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4주 동안의 NPO 탐방을 마친 수강생들의 소감문을 소개합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2014년 11월 11일. 한 무리의 싸한 바람이 얼굴을 스칩니다. 을지로입구역 3번 출구를 나서 조금 다른 세상을 찾아 발을 내딛습니다. 노란 은행잎이 바람을 타고 구르다 구두 옆으로 지나갑니다. 앙상해진 나뭇가지에서 새로운 찬란함을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시니어NPO학교를 만났습니다.
“2014년 12월이 되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는, 지난 30년의 익숙함과 작별해야 하는,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늘어나는 주름을 보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앞날이 두려운 한 가정의 50대 가장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제 소개를 직접 해야 한다면 이렇게 했겠지요. 하지만 시니어NPO학교에서 제 소개는 저의 몫이 아닌 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물론 옆 사람의 소개는 저의 몫이었지요. 문득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내가 잘나서 사는 세상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처음으로 NPO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강의와 토론, 체험으로 이뤄진 교육과정 동안 단 한 번도 나태해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울림이 있었고, 언젠가 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잘 몰랐던 낯선 곳에서 이들은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가벼운 긴장감과 기대,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인생 후반전을 살아야 하지? 막막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수료식 날 시니어NPO학교는 ‘첫사랑’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첫사랑의 설렘, 무언가 다 줄 수 있는 대상을 다시 만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지금까지 나의 능력으로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점을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부모님의 희생, 가족의 사랑, 주위 동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봤습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을 위해, 우리 사회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의 싹이 피어났습니다.
시니어NPO학교에서 좋은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특히 ‘우.생.순’ 팀원들 너무 고맙습니다. 항상 굳건한 힘이 되어 주신 큰 형님 같았던 배중한 님. 홍일점으로서 항상 팀원들을 배려하고, 긍정의 힘을 나누어 주신 전용남 님. 조용조용 항상 많은 아이디어를 나누어 주신 이정수 님. 우리 팀의 막내로 모두에게 젊은 에너지를 넣어주신 테너 김형준 님. 덕분에 더욱 보람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강사님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새로운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희망의 다리를 놓아준 희망제작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희망제작소 벽을 수놓은 아기별들이 은하수가 되어 온 세상에 빛낼 날을 꿈꾸어 봅니다.
글_정상섭 (제2기 시니어NPO학교 수료생)
틀에서 벗어난 삶을 꿈꾸다
정해진 틀 속에서 인생 전반전을 흘려보냈다. 이렇게 저렇게 따져보니 이제 남은 인생은 30년 남짓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생활…… 그동안 틀 안에 적응하며 살았다. 틀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내 삶을 이끌어가고 싶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이 욕구는 마흔 이후에 불쑥 찾아왔다. ‘삶의 주도성’을 키워드로 이것저것 찾아보다 희망제작소의 시니어NPO학교를 알게 되었다.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시니어들을 만나게 되었다.
시니어NPO학교를 통해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앞서 활동하고 있는 NPO 분야 선배들의 이야기였다. 이들에게서 느낀 공통점은 ‘매 순간 현재에 사는 것,’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는 것’이다.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부터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행복한 이유는 바로 소통하며 살기 때문이다. 바라봄 사진관 나종민 대표님의 삶은 소통 그 자체이다. 소외계층을 비롯하여 모든 연령과 카메라를 통해 소통한다. 그의 삶은 참, 젊고 건강하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본부 원기준 사무총장님은 본인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NPO를 운영할 때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에서 소통하는 것, 이는 리더십의 필수 요소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직접 겪어보아야 진정한 사회적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까. 어른은 없고 ‘어른아이’뿐인 요즘 시대에 시니어NPO학교는 ‘어른다움’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몸으로 직접 부딪쳐 보는 것이다. 비록 NPO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좁고, 우리의 움직임이 미미할지라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NPO 활동에 나설 분들에게 각오는 되어 있는지 묻고 싶다. 서투를 각오, 넘어져도 다시 일어 설 각오 말이다. 서투른 것은 당연한 것이고 넘어질지라도 앞선 선배들이 있으니 괜찮다.
이렇게 NPO를 체험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에 대해 참 감사하다. 그리고 시니어들의 든든한 지원부대로서 희망제작소 시니어NPO스쿨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니체는 말했다. “뒤늦게 젊음을 누리는 사람이 그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사람이다.” 라고.
글_곽문주(2기 시니어NPO학교 수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