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지방정부가 함께 만드는 안전 거버넌스

지난 7월 11일 민선 6기 목민관클럽 출범식 겸 제1차 정기포럼이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출범식 후 이어진 기념 세미나에서 이재은 희망제작소 재난안전연구소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민과 지방정부가 함께 안전 거버넌스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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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안심 우리 동네 만들기

위기관리라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미리 예방하고 대비하고, 대응하고, 복구하는 것이 위기관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위기관리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월호 참사는 총체적인 부실덩어리였다. 그 현장에는 가치와 철학이 빠져있다.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인간의 근원적 권리에 대한 인식이 빠져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은 그 자체가 재앙이다. 그렇기에 위기관리를 위해선 적절한 법이나 조례가 필요하다.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4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무엇을 추구하는가하는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둘째는 시민이다. 가치 판단의 기준은 시민의 생명, 재산, 안전이 되어야 한다. 셋째는 현장이고, 마지막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서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시민과 지자체가 중심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상의 안전을 관리하는 자치단체

안심마을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철학이 그 마을만들기에 담겨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안심마을을 만든다면서 부서별 예산배분에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안전의 가치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는 주민 한 사람의 생명과 자산을 지키고 건강을 확보하며, 일상의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재난대응 역량을 제고하고 현장 지휘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재난관리는 여름에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는데, 사실은 우기뿐만 아니라 1년 내내 매뉴얼을 확인하고, 예방 및 대비업무를 준비, 훈련, 교육해야 한다. 늘 어디서든 재난 취약요소를 찾아서 대비해야 한다.

상품백화점이 1995년 6월 29일에 붕괴했다. 당시 중앙정부는 2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재난관리법을 제정하고, 민방위본부를 민방위 재난통제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거였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하자 중앙정부가 한 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제정하고 소방방재청을 신설하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고 중앙정부는 재난관련 법령을 재정비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노력이 없으면 또 다른 재난을 낳을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에 저수지가 약 1만 개 이상 있다. 전국 저수지는 대부분 노후 되어 있다. 우리나라 저수지의 70퍼센트가 일제시대에 만들어졌다. 요새 경북에서 저수지가 터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리원전도 폐쇄해야 한다. 30년 설계 수명인데 지금 37년째 운영하고 있다. 23기의 원전고장 중 20%가 고리원전에서 발생했다. 균열이 6만 5천 곳에 이른다. 2012년 2월 9일에 는 후쿠시마 정도의 원전 폭발 직전까지 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원전 직원들이 은폐했다가 나중에 밝혀졌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에 30km 이내 주민 출입이 통제되었고, 체르노빌도 마찬가지였다. 고리원전 30km 이내에 대한민국 주민 340만 명이 살고 있다. 사고발생 후 4시간 이내에 근방 20km 이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그 시간에 이 인원을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지 대책을 세우도록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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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하는 안전 시스템

자치단체가 시민 사회와 함께 손잡고 나아가기를 제안한다. 시민단체에 재난안전 시민 옴부즈맨 제도를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필요하면 조례를 만들어서 시민도 지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난대응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행정 매뉴얼, 실무 매뉴얼을 만들어서 재난안전 공무원의 업무 전담 및 전문화를 꾀해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사람들이 매뉴얼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하고 있지만, 매뉴얼을 잘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었던 거다.

실효성이 있는 매뉴얼을 만들려면 첫째, 재난대응에 참여하는 유관기관과 시민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논의해야 한다. 둘째, 계절별·지역별로 새로운 위험요소가 발생하면 원탁토론을 통해 다시 업데이트해야 한다. 셋째, 이 매뉴얼을 가지고 교육과 훈련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대부분의 매뉴얼이 다른 매뉴얼을 그대로 복사했기 때문에 실제 생활과는 괴리가 있고 실효성이 없었다.

수요자 중심의 재난안전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안전경진대회, 평가대회 등이 필요하다. 일본에 가서 느낀 것이 있다. 그곳에서는 큰 재난이 터지면, 주민과 공무원이 매뉴얼에 대한 평가회의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평가회의가 포상회의로 운영된다. 제대로 된 평가회의가 아니다. 진솔하게 안전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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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대비하는 행정

모건 스텐리가 주는 교훈을 보자. 9.11 테러 때,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2천678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2천668명이 생존했다. 10명의 직원을 제외하고는 다 살아남은 것이다. 93년에 알카에다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테러를 일으킨 사건 이후 모건 스텐리 사는 대피훈련을 해왔다. 덕분에 극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대피경로를 떠올리면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2011년 동 일본 대지진 때는 모건 스텐리 도교지점 직원 1천200명 전원이 살아남았다. 이것도 평소의 훈련 덕분이었다. 쓰나미로 인해 피해가 큰 지역이 있는 반면, 주민 전원이 살아남은 지자체도 있었다. 마을 단위의 안전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수시로 마을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 있는 기업이 안고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해 사전에 대처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지면된다는 식의 사고는 곤란하다. 사고 이후 기업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노동자들이 주민이라는 생각도 필요하다. 최근에 불산 유출 사건이 있었는데, 그 기업의 노동자들은 본인들이 어떤 물질, 어떤 유해물질을 다루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모든 기업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양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에서 안전시스템을 만들 때 시민의 참여와 협치는 필수이다. 시민의 참여가 있어야 관료들도 무사안일주의를 극복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컨트롤 타워로서 기능해야 안전사고에 대해서 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글_ 송정복 (목민관클럽 선임연구원 wolstar@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