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베를린에는 무슨 무슨 ‘파브릭(fabrik)’이란 기관들이 많이 있다.’fabrik’이란 ‘공장’이라는 뜻이다. 원래 공장이었던 장소를 다른 용도로 변경하여 활용한 공간들에 이 단어가 주로 붙는다. 대안적 생태문화공간인 우파파브릭(Ufafabrik), 복합문화공간인 브로파브릭(Brofabrik), 쿨투어파브릭(Kurturfabrik)과 같은 장소가 그 예이다. 예술기관들도 무언가 창조적인 것을 생산하는 장소이니, ‘공장’이라는 말도 제법 잘 어울린다.


베를린에서는 기존에 공장과 같은 건물이었던 장소가 문을 닫은 후 그것을 다시 문화공간으로 변용하는 사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유휴지대를 활용한 문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우선 영화촬영소였던 우파파브릭, 기차역이었던 함부르거반호프(Hamburger Bahnhof) 미술관, 기차가 다니는 철로이자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다리인 야노비츠브뤼케(Jannowitzbr?ke) 아래의 화랑들을 방문했다.



”?”

우파파브릭은 2차 세계대전 이전 우니베르줌 영화사(UFA·Universum Film Aktien Gesellschaft)의 영화촬영소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촬영소는 이곳에 있고 현상소는 동베를린에 있었는데, 동독과 서독이 분단되면서 두 곳이 공동 작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서베를린 쪽의 촬영소가 문을 닫게 되었다. 버려진 촬영소에 젊은 예술가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이곳이 문화공간으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1978년 이곳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버려진 재료들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환경 친화적인 자연발효 화장실, 태양열 목욕탕들을 실험하기도 했다. 1979년 이곳은 ‘우파파브릭’이란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개관하였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우파 파브릭은 문화와 교육, 생활이 어우러지는 소규모 문화마을로 유지되고 있다. 기존의 것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어 올려 새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식이 아니라,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치고 변화시켜가며 서서히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온 것이다.




”?”

우파파브릭은 도심에서 30여분 떨어져 있는 베를린 변두리의 울스테인스트라세(Ullsteinstraße) 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입구에서 본 우파파브릭은 외관부터 마치 대안학교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천을 나무 위에 직접 묶어 만든 것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입구에 있고, 센터 내부에는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안에는 카페, 게스트하우스, 귀여운 글씨체로 ‘Free School’이라 써있는 대안학교, 공연장, 야외무대, 동양무술을 가르치는 체육관, 어린이 서커스 학교, 유기농 제빵소, 유기농 상점, 마을회관, 작은 허브정원, 어린이 농장 등이 있다.


이 작은 공동체 안에 거주하는 30여명의 주민들이 시설을 직접 운영하며, 160여명의 사람들이 협력하고 있다. 우파파브릭의 일부 건물들은 태양열과 풍력으로 유지된다. 재활용을 중시하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인지 건물들의 외관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허름하고 소박한 분위기로 마치 농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

이곳에서는 지역주민들과 어린이들,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이 상시 열리고 있다. 주1회 한달에 12유로 정도의 수강료로 플라맹고, 드럼, 합기도, 기공, 요가, 모던 댄스, 발레 등을 배울 수 있고, 우파파브릭의 고유한 프로그램인 어린이 서커스 페스티발도 열린다. 공연장에서는 14유로 정도의 입장료로 연극, 음악, 코미디 공연 등을 볼 수 있다.

우파 파브릭 중앙에는 작은 마을회관과 같은 곳이 있어 마을 주민들의 창조활동을 위한 워크샵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생활, 친교, 문화, 교육, 오락, 생태적 환경이 연결되어 가동되고 있는 이곳을 돌아보면서, 우파파브릭에 모여있는 이들이 생각하는 대안이라는 것이 단지 구호 뿐 아니라 실천적인 삶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다음으로 ‘유휴지대를 활용한 문화공간들④-2 : 함부르거반호프 미술관’ 탐방이 이어집니다.*



편집 : 인턴 박혜연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