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편집자 주/ 지난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는 “사회창안주간”을 열었고, 이 중 9일과 10일 이틀간 ‘경계 없는 사회창안’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회의를 진행했다. 본 글은 10월 9일 국제회의에서 “정부와 시민 사이 e- 참여를 위한 Cross Media Dialogue”를 발표한 독일 제브라로그(Zebralog)의 이사인 마티아스 트레넬과 국제 회의 기간 중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꿈을 나눈 친구들과 시작한 제브라로그(Zebralog)


제브라로그(Zebralog)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2003년 비전과 꿈을 나누던 친구 4명(나를 포함)이 함께 제브라로그(Zebralog)를 처음 시작했다. 발표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에 어떤 이름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얼룩말(Zebra)이 외부의 강제로는 움직이게 할 수 없는 사회성을 지닌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살펴보니 동일한 이름이나 계정도 없어서 제브라로그(Zebralog)라는 이름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2003년 당시 제브라로그(Zebralog)가 시작된 계기는 독일에서 새롭게 발효된 “법”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당시 독일에서는 도시계획(town planning)을 할 때, 시민 참여를 독려하는 법이 발효되었다. 정부도 이 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시민참여를 유도하려고 했지만, 전문가가 없어 고심하고 있었다. 그 때 제브라로그가 온라인을 통한 시민참여를 제안하며서 활동을 시작했다. 제브라로그는 현재 베를린과 쾰른 두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상근자가 7명인 소규모의 비영리 단체다.


마티아스는 2003년 친구들과 처음 제브라로그를 만든 때를 떠올리며, 자신들은 운이 참 좋았다고 했다. 친구들과 나누던 아이디어가 직업이 되었기 때문이란다.



제브라로그는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


우리는 국가적인 차원(state level)이든, 지역적인 차원(local level)이든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프로젝트가 도시계획(Town Planning)에 대한 온라인 시민토론이었던 만큼 지역적인 이슈를 많이 다루고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베를린 장벽 기념물이나 템펠 공항 사용과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와 달리 좀 더 넓은 이슈를 다뤘던 시민포럼(Buergerforum)을 진행한 적도 있다. 시민포럼은 경제시장(economic market)에서 경제적 정의(economic justice)의 문제를 다뤘던 포럼으로 베텔스만 재단(Bertelsmann Stiftung)이 주최하고 우리가 실제로 진행했다. 경제시장이라는 주제는 아주 좋은 주제이다. 왜냐하면 주제와 관련된 사람들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이다. 나이나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아주 넓고 다양한 사람들을 포함한다.우리는 이 포럼에서 많은 실험과 연구를 할 수 있었다.

”?”좋은 결과 보다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제브라로그와 같은 단체는 독일 내에 많은 편인가?

사실 우리와 투테크 이노베이션(TuTech Innovation, 함부르크에 있는 단체) 이렇게 두 군데 뿐이다. 투테크 이노베이션과 우리는 친구이자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와 같은 정신을 가진 단체가 우리 외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늘 안도감을 느낀다.

우리 외에도 시민참여라는 방법을 통해 정부의 자문을 담당하는 기관은 많다. 하지만 그들은 더 많은 프로젝트를 얻기 위해 좋은 보고서, 좋은 평가, 좋은 결과에만 신경 쓴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어떻게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 잘 전달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사람들이 풍부한 논의를 할 수 있을지, 그 과정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비영리단체이며, 상시적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재단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연구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도와줄 재단을 찾고, 한편으로는 정부나 재단의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난해 국가 자문 기관 한 곳에서 높은 연봉을 제안 받았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오랫동안 비전과 열정을 함께 나눈 제브라로그(Zebralog)를 떠날 수 없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모두들 상당히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제안받은 곳은 상하 관계도 뚜렷했으며, 나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조직적으로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 점이 제브라로그에 남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우리의 정신은 더 많은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아직 우리는 온라인 토론의 장(플랫폼)을 만들 때 다양한 기술을 가진 전문 웹 개발 회사와 함께 일을 한다. 내부에 개발팀을 둘 수 없는 우리의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느 하나의 기술만을 고집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훗날 우리가 좀 더 좋은 기술을 만든다면, 모두와 나눠 쓰고 싶다. 희망제작소와도 물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겠다. 기본적으로 제브라로그(Zebralog)는 온라인 토론에서 어떻게 제안을 발견시켜 나가나? 우리의 경우, 포털과 함께 한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있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논의들이 자칫 몇 명에 의해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


두가지 정도 제안하고 싶다.
먼저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필요하다.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는 사회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논의에 있어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단지 논의를 좀더 활발하게 진행하는 역할을 맞는다. 적절한 능력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필요하다.

두번째, 여러 코멘트를 통해 질문을 발전시킬 수 있다. 사실 좋은 토론은 얼마나 좋은 질문을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처음 제안된 질문에서 시작해 사람들의 코멘트를 종합해 새로운 질문으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발전시키면서 좋은 질문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국제 회의에서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지금까지 참여했던 수많은 회의에서 나의 주제는 주요 주제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회의에서 모든 연사들의 발표 주제가 나의 주제이며,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들이다. 그래서 자리를 뜰 수 없고, 그래서 피곤하기도 하다. (웃음)


희망제작소의 사회창안 사업에 대해 느낀 점을 얘기해달라

지금까지 제브라로그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지역적인 이슈인 경우, 50개에서 300정도의 코멘트나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쾰른(Keoln)시의 예산안 논의에서는 10,000명이 등록했고, 20,000개의 코멘트를 얻은 것이 다였다. 물론 4주 동안만 진행된 프로젝트였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희망제작소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포털인 다음(daum)과 함께 하고 있다고 들어서 깜짝 놀랐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검색엔진 혹은 포탈 사이트와 연계된다는 것은 아주 큰 이점이다. 앞으로 계속 이런 관계를 잘 이용하길 바란다.

덧붙여 마티아스 트레넬은 이번 국제 회의가 발표를 중심으로만 이뤄져 논의를 좀 더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발표 후 작은 토론 그룹을 구성하면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본인이 했던 독일 의회 프로젝트와 관련한 네트워크를 우리와 연결해주려고 노력했으며, 한국에서 지난 촛불문화제를 통해 새롭게 발전된 인터넷 토론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경험을 나누는 친구관계가 되길


끝으로 우리는 앞으로 희망제작소와 그리고 이번에 참석한 다른 단체들과는 어떤 관계를 기대하는가?

우리는 규모가 작은 단체다. 국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재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더군다나 우리는 온라인 토론(Online-Dialogue)에 주력하는 단체로 그 외에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와 주안점이 다르거나 좁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희망제작소가 초청한 연사들이다. 이번에 모인 연사들이 속한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맺는 문제는 좀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미 각 단체들은 자신들의 주요 사업에 맞춰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 참석한 연사들이 활동하는 단체들과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좀 더 종합적으로 고민해 앞으로 어떤 관계가 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을 서로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이다. 한국의 여러 경험들을 들을 기회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앞으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온라인 토론 기술이나 방법에 대한 고민이나 정보도 지속적으로 나누고 싶다.
”?”
마티아스 트레넬은 파트너 카트린과 함께 1주일간 한국의 전통 한옥에 머물렀다. 그들은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특히 한옥 마당에 놓인 정원은 미래에 자신이 집을 만든다면 꼭 만들고 싶다고 한다. 베를린은 보통 집단주택이 많으며, 자신의 정원을 가지기보다는 화분을 테라스에 놓는 정도로 만족한다. 또한 정원이 딸린 단독 주택의 경우에도 정원은 모두에게 보이는 열린 공간이다. 그런데 한옥에서 경험한 정원은 열린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적인 공간이라는 점이 너무나 맘에 들었단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도 공개하고 싶다. 머무는 동안 도와준 제작소 연구원을 위해 독일(및 베를린)을 기념할 만한 선물을 미리 준비해온 것이다. 조심스럽게 건넨 재활용 가능한 가방에는 베를린 장벽을 간단히 설명한 카드식 책자와 유기농 잼과 초코렛 그리고 화장품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자세도 대단했다. ‘경복궁’, ‘창덕궁’,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등 단어를 열심히 듣고 익히려고 했다. 한글로 쓰여진 자신의 이름표를 기념품으로 소중히 챙겨가기도, 프리젠테이션 마지막 장에 한국어로 “대단히 감사합니다”를 써놓기도 했다.

끝으로,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여러 질문에 답해주고, 도와주려고 해준 순수한 열정과 비전을 지닌 마티아스 트레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그가 일하고 있는 제브라로그와 희망제작소가 앞으로 좋은 관계를 계속 나누길 기대해 본다.

참고 사이트

– 제브라로그(Zebralog) www.zebralog.de
– 투테크 이노베이션(TuTech Innovation) tutech.de
– 시민포럼(Buergerforum) www.buergerforum2008.de






* 희망제작소는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 동안 ‘2008 사회창안주간’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영국,핀란드,홍콩,독일,일본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NPO 활동가, ‘사회적 예술가’들이 방문했다. 희망제작소는 이들과 때로는 대담 형식으로, 때로는 자연스러운 대화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프 멀건, 올리버 코차 칼라이넨, 니시다 히로유키, 대니 영, 마티아스 트레넬의 인터뷰 기사를 링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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