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세이③] 코로나19로 인해 바꾼 삶의 목표

희망제작소는 기획연재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하다’ 시리즈와 함께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 공모전 ‘코로나 19,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공동체, 일상, 회복, 희망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편지, 칼럼, 수기 등 자유로운 형태로 일상을 전합니다. 에세이 공모전은 5월 31일까지 상시 진행 중이니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에세이 공모전 참여하기) 세 번째 시민 에세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인생과 삶의 목표를 돌아본 문응상 님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고 15년째 약을 복용 중인 기저질환자입니다. 식사를 조금씩 하려고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먹보입니다. 운동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고 식사 후에 경포호수 주변으로 나가 걷기를 시작합니다.

코로나19가 위험하고 겁나는 질병이지만 그 이면을 슬쩍 들여다보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긍정적인 측면이 관찰되니 ‘퍽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공부로 괴롭히는 게 엄마들의 일상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거기서 과감히 벗어나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며 같이 놀면서 가족애를 불태우는 장면으로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그런 새로운 모습에 이게 진정한 인간의 본질임을 새삼 느낍니다.

코로나19는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삶의 목표를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성적 무한경쟁으로 내몰던 데서 잠시 마음을 다잡아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다른 생각을 넣어서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갖는다면 그보다 더 효율적인 기회 소득은 없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고즈넉한 경포호수 주변을 걸을 때 왁자지껄 떠들며 재밌게 노는 아이와 부모님, 친구, 이웃사촌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국가 장래가 훨씬 밝아짐을 느낍니다. 조부모님, 부모님, 형제자매의 잔소리와 성적 경쟁에 찌들어 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로운 삶이 눈 앞에 펼쳐지니 또한 희망도 솟아나는 현장입니다.

놀면서 깨닫는 기회를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는 자신의 삶이 아니라 남의 삶을 대신해서 꾸려가니 얼마나 피곤하고 기운이 빠지는 일인지 되짚어보면 심지어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무조건 경쟁으로 몰아치면 “내 아이 승리의 길로 들어설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이제는 인생 행로를 새롭게 개척할 중대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국내외적으로 인식할 때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문응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