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공무원을 위해


10월 마지막 주, 곳곳이 단풍으로 물든 양평에 들어섰습니다. 희망제작소와 성남시가 함께 준비한 ‘성남시 신규공직자 직무향상 워크숍’을 진행하러 가는 길입니다. 조금은 딱딱했던 그간의 공무원 교육과는 달리 이번 교육은 조금은 부드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무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신규 임용 공무원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신입이기에 가능한 ‘풋풋한’ 분위기를 팍팍 내며 워크숍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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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셨을까요? ‘소셜디자이너’라는 멋진 직업이 공무원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 하는 소셜디자이너의 임무는 행정 업무를 통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공무원의 임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송창석 희망제작소 교육센터장은 하늘을 나는 펭귄으로 문을 닫을 뻔한 동물원을 부활시킨 일본의 공무원, 별마로천문대를 탄생시킨 영월 공무원 이야기 등 공무원의 업무나 방식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사례들을 하나 둘 소개했습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직접 몸을 움직이고 서로의 생각을 나눠야 합니다. 서로 다른 부서에서 온 교육생들은 워크숍 초기에는 데면데면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공동의 목적을 위해 각자가 가진 지식을 함께 공유하는 3mile 게임을 접하는 순간 조금씩 분위기가 풀리더니 조직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 수레그림을 함께 분석하면서 이내 분위기가 한결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저 생소하기만 했던 소셜디자이너로 향하는 첫 번째 시간은 공무원 십계명을 통해 마무리 되었습니다. 10가지의 행동지침 중 개인적으로 공무원분들이 잊지 말아줬으면 했던 계명은 ‘공무원은 최고의 행정전문가다. 배우고 또 배워라’였습니다.
 
다 같은 공무원이 아니다

흔히들 공무원이라 하면 모두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변에서 자신을 과감하게 표출하는 공무원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일상 생활에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합니다. 공
무원과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창의성 교육을 위해 교육생들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를 알고 팀을 알아가는 두 번째 강의는 중앙경영연구소 이용진 강사가 진행했습니다.  
 
조금은 낯선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창의성은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필수 능력입니다. 공무원들이 창의성을 가졌을 때 발휘할 수 있는 힘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발휘할 수 있는 힘 보다 더 영향력이 큽니다. 창의성을 위해선 두뇌가 유연해야겠죠? 딱딱하게 정리된 두뇌를 유연하게 만드는 테스트가 진행됐습니다.

팀별로 속담을 유추하는 시간. 교육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성적으로 문제를 푸는데 집중했고 한 문제라도 먼저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개인과 팀별활동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교육생들은 조금씩 적극성을 갖고 생기를 찾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공무원의 의무  

공무원의 의무는 무엇일까요? 송창석 센터장의 질문에 교육생들은 서슴없이 대답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선서의 의무, 청렴의 의무, 친절의 의무, 비밀의 의무, 직장이탈금지의 의무 등… 이 중 제 귀를 의심하게 했던 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복종의 의무’입니다.

“진짜?” 라는 소리가 반사적으로 나와 교육생들이 모두 저를 보고 웃었던 부끄러운 상황까지 연출됐습니다. 공무원에 대한 고정관념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기 보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열심히 외워야했던 내용들, 공무원 의무와 같은 기제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강압적인 의무만을 따를 순 없을 겁니다. 우리는 공무원의 의무를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분석해 들어갔습니다. 우선 조직을 제대로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상호이해가 전제된 조직 내의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리더십 특성을 진단해보았습니다. 공무원들은 대개 규율을 중시하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않는 ‘골드형’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성남시 역시 ‘골드형’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지만, 다른 지자체와는 다르게 레드(정열적이고 활발함), 그린(협력을 중시하고 관계지향적) 유형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조직에는 모든 타입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고 대처한다면 업무는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또한 서로 이해하고 행동할 경우 불필요한 갈등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전제된다면, 현재 공무원에게 부여된 단단한 의무 사항이 부드럽지만 더욱 합리적인 의무사항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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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시간에는 잠시 잊고 있었지만 교육이 진행된 양평리조트는 산으로 둘러싸여 가을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순 없겠죠. 가을을 만끽하며 산악 오토바이(ATV)를 타고 산속을 달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80명 가까이 되던 교육생들은이 열맞춰 탑승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삼삼오오 모여 자연스러운 시간을 가졌고, 좋은 가을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쉴새없이 지식을 채우고 야외 활동도 하고 나니 다들 조금은 피곤해 보였습니다. 웃음이 필요한 순간, 임정택 웃음강사의 웃음특강이 진행됐습니다. 교육생들은 서로 뒤늦게 친해지다보니, 워크숍이 끝날 무렵에는 무척 아쉬워들 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먹한 분위기에서 개별적으로 강의를 들으며 시작된 워크숍이었지만, 함께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모두들 한결 밝아진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았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출발선에 서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신규임용 공무원들. 기존의 길이 너무 딱딱하다고, 확고하다고, 이 길 밖에 달릴 수 없었다고 말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스팔트 길이 안전하고 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사람 한사람의 발길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흙길이 모든 레이스의 시작일 겁니다. 함께 걷다보면 또 다른 길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글_교육센터 오지은 위촉연구원(agnes@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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