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충전 시즌2] 캠페인 기획, 아이디어와 데이터

비영리 단체에서 캠페인이란 새로운 연결의 시작입니다. 단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부터, 단체를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후원회원과의 만남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영리 캠페인을 기획할 때 장애물을 마주합니다.

“비영리단체니까 홍보비가 없는데 괜찮을까.”
“대규모 캠페인인데 인력도 부족한데 가능할까.”
“캠페인을 성공시켜야 하는데 너무 가치 위주 캠페인이야.”

비영리 단체에서 ‘성공적인 캠페인’을 위해 나름의 공을 들이지만, 단체를 둘러싼 제약조건 때문에 지레 겁을 먹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광고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거쳐 현재 펫프렌즈에서 데이터 마케팅 역할을 맡고 있는 김용훈 최고마케팅 책임자(CMO)의 답변은 간명합니다. “일단, 해보세요!” 일단, 무엇부터 하면 될지 <실무충전 시즌2> 세 번째 강의를 재가공해 전합니다.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태생이 다르기 때문에 캠페인 운영도 다를까요. 아닙니다. 마케팅 환경이 날이 갈수록 빠르게 급변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팅 툴도 넘쳐납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 CMO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 부족이라는 현실은 영리기업이나 비영리기업 모두 비슷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캠페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갈피를 잡아야 할까요. 김 CMO는 크게 콘텐츠 중심의 ‘문과 마케팅’, 데이터 중심의 ‘이과 마케팅’으로 나눠 캠페인의 방향성을 검토하기를 주문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문과 마케팅’과 ‘이과 마케팅’을 차례로 알아봅니다.

문과 마케팅 = 콘텐츠 ,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문과 마케팅’의 핵심은 ‘아이디어’입니다. 대중에게 광고 캠페인을 최대한 ‘보여지도록’, 들이는 노력보다 대중이 광고 캠페인을 ‘찾아서 보도록’ 만드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라는 말은 우리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이지만, 막상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하다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인데, 김 CMO의 말은 캠페인의 본질을 환기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으면서 캠페인을 기획하는 게 중요합니다.

💯 광고 콘텐츠를 만들 때 목표로 하는 기준을 잡아야 한다.
정량적 수치가 아니라 정점에 있는 목표를 세운다.

우리는 대개 캠페인을 구상할 때 참여자 수, 후원금액 등 정량적 수치를 목표로 삼는데요. ‘콘텐츠 마케팅’일수록 정량적 수치를 넘어서 실제 사람들이 캠페인을 많이 볼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게 필요합니다. 예컨대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9시 뉴스> 꼭지에 나오는 거야!’라고 설정하면 캠페인 기획할 때부터 동료 간 목표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아이디어를 짜내는 밑바탕이 됩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9시 뉴스>라는 목표를 잡았다면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 하다보니까 안 될 것 같다면, ‘될 것 같은’ 아이디어를 찾는 데 힘써야 합니다.

💯 매체에 연연하지 말자.
요즘 다양한 플랫폼과 매체로 인해 캠페인 구상 시 혼선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플랫폼과 매체 등 ‘유통’을 고려하다보면 자칫 매체에 ‘아이디어를 끼워넣으려는 방식’에 골몰하기 쉽습니다. 캠페인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캠페인은 ‘콘텐츠’일뿐 입니다.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매체는 거들 분이라는 사실을 염두해야 합니다.

💯 만드는 마케팅을 해라
불특정 다수보다 우리 단체를 지지하는 10명의 팬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나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체가 가만히 있어도 팬들은 단체를 지인에게 알려주는 ‘홍보 채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입니다. 팬 마케팅은 캠페인의 성공과도 직격될 수 있습니다. 단체에서는 팬 마케팅을 위해 이에 대한 기반과 베네핏을 주는 등 기반을 닦아가야겠죠.

💯 실행해라
사실 설명이 필요없는 지점입니다. 막상 캠페인을 기획할 때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제약조건으로 인해 될 만한 아이디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될 만한 아이디어’라면 리스크를 안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콘텐츠’ 마케팅의 사례로 ‘굿닥’ 마케팅을 소개합니다.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간이 약국을 설치한 아이디어로 마케팅을 벌였는데요. 당시 ‘굿닥’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쉽고 편리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품 보관함에 간이약국을 만들고, 응급상황 캠페인을 펼쳤고,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반응했고, 지하철역 55군데 간이약국을 설치했으며 해당 캠페인은 약 100군데 이상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당시 물품 보관함 간이약국 한 달 운영비는 6만원 정도 소요됐는데요. 거액의 홍보비를 들여야 캠페인이 성공할 것 같지만,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과마케팅 = 데이터, 기록하고, 살펴보고, 개선하라

영리기업뿐 아니라 비영리단체에서도 소액이라도 ‘광고’를 집행합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게재해 행사 참여자를 모집하거나, 단체의 소식을 담은 콘텐츠를 광고로 집행하는 거죠.

하지만 광고 집행 비용을 매년 상승 중입니다. 김 CMO에 따르면 한 명의 고객에게 광고를 보여주는 단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일례로 페이스북의 경우 작년 10월만 해도 1,000명의 사람에게 광고 메시지를 보여주는 비용인 CPM이 5,000원가량이었는데 지난 달 약 16,000원대까지 올랐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마케팅 업계에서 ‘홍보비’를 집행해서 고객을 데려오는 마케팅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도 김 CMO가 믿는 건 여전히 ‘서비스’와 ‘콘텐츠’가 좋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모인다는 겁니다. 다만,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실무자 입장에서는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따라서 ‘무엇을 할 지보다 무엇에 집중할 지’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각각 10% 효율을 내는 업무 10개를 맡는 것과 80%의 효율을 가져오는 특정한 1개 업무를 맡고, 나머지는 9개 업무는 후순위로 두는 방식 중 후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바탕은 투자 대비 효율(ROI)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목표는 후원자 모집이든, 현재 문제를 해결이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회사의 매트릭스(Metrics)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캠페인의 기획과 운영이 효과적으로 집행됐는지 판단하기 위해 데이터 중심으로 측정하고, 관리해 개선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 CMO가 현재 일하고 있는 펫프렌즈는 반려동물 용품 커머스 기업입니다. 간략히 펫프렌즈의 매트릭스를 소개하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펫프렌즈

먼저 <유저유입*클릭전환율(CTR)*전환율(CVR)*주문단가(ASP)= 매출>이라는 설계에 따라 데이터를 측정한다면, 유저 유입을 늘리는 방법을 하나의 목표로 제시할 수 있고요. 혹은 <매출-원가-배송비-광고비=이익>이라는 설계에 따라 운용할 때 투입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죠. 캠페인의 목표가 두루뭉술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렇게 수치화에 따른 설계를 목표를 삼는다면, 좀 더 ‘캠페인의 현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데이터 확인하자: 모든 회사는 데이터 확인을 못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없다면 ‘뇌피셜’에 그치기 십상입니다. 우리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해야 합니다. 기록을 쌓다보면 우리가 선택과 집중해야 할 게 무엇인지 명확히 보입니다. 플랫폼/매체/타깃/소재 기준으로 어디를 통해 어떤 사람을 더 데려와야 할 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소중히 여기자: 만약 뉴스레터나 카카오톡 채널 등 수신동의를 받지 않을 경우, 메시지 발신은 무용지물입니다. 하지만 수신 동의를 받았다면 최대한 수신 채널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카카오톡 채널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펫프렌즈의 경우 카카오톡 채널을 CS채널이 아닌 ‘재유입 채널’로 설정해 다양한 콘텐츠와 캠페인, 이벤트를 발신했습니다. 물론 발신한 콘텐츠도 A/B 테스트를 통해 전송수/성공수/오픈수/오픈율/ 전환율을 기록하면서 데이터를 관리하고, 보완점을 찾아갔습니다.

새는 물을 막자: 회원 가입을 잘 하지 않는다면, 좀 더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등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을 다시금 살펴보며 개선합니다.

선택과 집중하자: 모든 일을 동등한 비중으로 한다면 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간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단체에서 좀 더 주력해야 할 업무를 우선순위로 배치해 힘을 쏟는 게 중요합니다.

이처럼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은 ‘최적화’가 핵심입니다. 만약 데이터를 기록하는 게 너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구글 애널리틱스(GA)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또는 단체의 홈페이지 유입을 엑셀 시트에 매일 기록하면서 어느 페이지에서 이탈하는 지, 후원회원 가입 페이지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꾸준히 검토하는 게 필요합니다.

결국 티끌 같은 데이터를 모아 태산을 만드는 셈인데요. 단체의 매트릭스를 만들어 끊임없이 수치화하고, 문제를 파악해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단체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영리기업이나 비영리단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든, 캠페인을 진행하든 그 자체에 문제가 넘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염두하면서 단체의 매트릭스를 설계해 최적화하려는 시도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 현장에서 나온 궁금증, Q&A

Q. 코로나19 전과 후 마케팅 측면에서 체감하는 지점이 있나요.
대부분 예산이 디지털 쪽에 쏠리고 있다는 겁니다. 온라인 사업이 급성장했습니다. 그만큼 예산이 온라인 쪽에 몰리면서 비딩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그러나 광고 효율은 코로나19 전만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Q. 캠페인 초기 참여도가 높지만, 갈수록 떨어집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마 캠페인 중반 이후엔 초기만큼 R&R을 투입하기 어려울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캠페인의 참여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요. 다만 두 가지 방향 중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해당 캠페인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이에 대한 액션을 취해야 하고요. 아니면 불씨를 살리기 어렵다면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를 해보는 걸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캠페인은 1~2주 간의 반응을 살펴본 뒤 나름의 액션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Q. 좋은 콘텐츠를 홍보하는 게 먼저인가요. 단체를 먼저 홍보하는 게 나을까요.
만약 단체와 연결된 집단(이용자)가 있고, 온드 미디어를 통해 이용자들이 활동(댓글, 참여)이 활발하다면 이 부분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온드미디어는 인력과 자원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무작정 온드미디어를 운영하라고 권하기 쉽지 않습니다. 만약 타깃 이용자에게 효율적이라면 테스트용으로 온드미디어를 활용하길 추천합니다. 그렇다고 단체가 지닌 콘텐츠를 그냥 묵혀두기보다 한 번 내놓는 게 좋습니다. 과연 콘텐츠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인사이트를 얻어보는 쪽으로 목표를 삼고요.

Q. 아이템을 선정하고 도출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넘쳐납니다. 모두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람들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정합니다. 시대적 흐름도 있지만, 특정한 사회 문제에 얼마나 더 사람들이 공감하느냐에 따라 아이템을 선정합니다.

또 팀 단위로 캠페인을 기획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도출한다면 팀 내에서 나름의 기준점을 먼저 잡은 뒤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목표가 불분명하다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인데요. 뉴스에 나오는 캠페인 등 나름의 캠페인 기준점을 잡으면 그에 걸맞은 아이디어가 모일 수 있습니다.

Q.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팁은?
아이디어 관점에서 캠페인을 취하고 싶다면 해외 광고제를 많이 보는 게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습니다. 데이터 관점에서 캠페인을 점검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데이터 관련 강의를 수강하는 걸 추천합니다. 요즘 그로스 해킹, 디지털 마케팅 관련 강의들이 많이 있는데, 첫 시작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Q. 데이터분석을 위해 엑셀 외에 여러 프로그램을 쓰나요.
데이터 트래킹은 구글 시트를 수기로 적을 수도 있고요. 캠페인의 시작부터 끝까지 구상하는데 시각적 협업 화이트 보드인 Miro라는 앱을 통해 그림을 그려나가는 데 효과적입니다.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yj@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