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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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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은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아는 지인이 희망제작소 사무실을 찾아왔다. 아주 초췌한 모습으로, 연신 목을 쿨럭거리며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이런 몸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암으로 고통받던 그는 생애의 마지막 순간 나에게 평생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말하였다. 자신의 재산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힘들고 고통스런 순간들을 밀치고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유언을 끝냈다.

그리고 두달여가 지난 오늘 그가 마침내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평생 벌었던 재산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속세의 모든 것과 이별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 누구에게나 돈은 귀하고 자식은 귀엽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돈을 평생 모아서 자식들에게 몽땅 주고 간다. 그런데 그 귀한 돈의 상당부분을 세상을 위하여 써 달라고 맡기고 떠난 것이다.

기우봉, 이 아름다운 기부와 유산의 주인공이다. 평생 한전에서 전력기술인으로 근무하고 은퇴한 뒤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했다. 언제나 불의에 분노했고 시민들의 고난에 동참했다. 서울시가 제정한 청렴계약제와 그 시행을 감시하는 옴부즈만으로 활동하기도 하였으며 참여연대 산사랑모임의 회장으로도 활동하였다. 나중에는 운영위원까지 하셨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가 시민활동가가 된 셈이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과 올곧은 실천을 행하는 건강한 시민을 보기 힘든 세상에 그는 우리들에게 늘 격려와 위안의 존재였다. 살아 계실 때나 돌아가실 때나, 아니 그 생사를 초월하여 그는 늘 우리들에게 빛과 소금이었다. 자신의 기부로 조성된 기금을 풍력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상주는 일과 비정부기구(NGO)에서 평생을 바치는 활동가들의 재충전 기금으로 써 달라고 그는 유언하였다.

사실 기부는 아직 우리에게 낯선 단어이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라고들 하지만 기부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기부가 많이 늘고 사회적 켐페인이 요란하게 진행되지만 개인의 기부는 아직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자들의 기부는 인색하기만 하다. 기부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난한 이들이 더 많이 기부한다.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이력서 뒤로 줄줄이 달린 투기와 모리, 탐욕과 거짓을 바라보며 심란한 마음을 온 국민이 감추지 못하는 이 시대에 자신의 아깝고도 소중한 자산을 우리 사회를 위해 흔쾌히 던지는 사람이 있음으로 우리는 위안받는다. 세금을 탈루하고 온갖 불법로비로 조사를 받고 비난을 받는 대기업들의 행태에 절망하는 이 땅에서 자신의 많은 것을 기쁘게 세상의 발전을 위해 옳은 일에 쓸 줄 아는 사람이 있음으로 우리는 감동받는다.

기우봉 선생님! 당신이 남긴 그 유산은 우리 사회를 조금은 더 인간적이고 대안적인 사회로 바꾸어 내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될 것입니다. 당신이 남긴 그 뜻은 우리 모두를 깨어있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빛나는 새벽별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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