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웃음소리 넘치는 어린이특별구로 우뚝 서다

목민관클럽은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모임입니다. 지방자치 현안 및 새로운 정책 이슈를 다루는 격월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매월 정기포럼 후기 및 지방자치 소식을 담은 웹진을 발행합니다. 월 2회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자치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구로’ 하면 공업단지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1964년 구로동과 가리봉동 일대가 수출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서울시 구로구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섬유?봉제 중심의 2차 산업에서 최근 IT산업의 선도주자로 변모하고 있는 구로구가 어린이와 보육정책에서도 선도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아이 키우기 좋은 어린이특별구’로 우뚝 서고 있다. 이성 구로구청장을 만났다.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윤) : 서울 구로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성 서울 구로구청장(이하 이) : 우리 구로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지역이자 한국 국가공단 1호인 구로공단이 있던 곳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안 되던 1960년대부터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만한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우리나라 산업의 일정 부분을 끌고 나가고 있다고 봅니다. 현재의 구로디지털단지는 생산기지라기보다는 인큐베이터적인 성격이 더 강해졌어요. 구로구에는 1만1000여개의 기업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약 14만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기업 당 10명 정도인 셈이지요. 적은 인력으로 운영되는 회사가 1만 개가 넘는다는 사실은 신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해요. 많은 신기술이 우리 구로구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구로구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한데요. 국철 1호선, 지하철 2?7호선과 경인로, 남부순환로, 서부간선도로 등 기간도로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과 서해안으로 연결되는 서울 서남부의 관문 역할도 하고 있고요. 디큐브시티 등 신도림동 지역개발, 고척돔구장 건립, 고척동 교정시설 이적지 개발,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등으로 신도시로 변모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지요.

윤 : 민선 5기 구정을 이끄시면서 느꼈던 소회와 구로구의 주요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신 다면요?

이 : 다양한 성과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구청의 운영방식을 바꿨다는 것이 제 입장에서는 가장 큰 결실 아닐까 싶어요. 공권력 우위와 권위주의의 시대를 끝낸 거죠. 주민들께 큰소리치거나 권력을 남용하는 공무원들이 사라졌어요. 군림이 아니라 봉사하는 분위기로 바뀐 거죠.구정 목표도 많이 바뀌었어요. 과거에는 도시개발이 구정의 가장 큰 목표였지요. 이제는 주민생활 쪽으로 비중이 옮겨졌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구로’라는 슬로건만 봐도 잘 알 수 있지요. 일자리, 보육, 교육 등에서 성과를 많이 거뒀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참가해 2010년 약속대상 우수상, 2011년 청렴분야 우수상, 2012년 일자리 분야 최우수상, 2013년 공약이행분야 우수상 등을 수상했는데요. 덕분에 구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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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특별구! 아이 키우기 좋은 구로

윤 : ‘아이 키우기 좋은 구로’라는 구호가 인상적입니다. 구로구를 어린이특구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어린이집 확충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셨지요? 이외에도 보육 부문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구로구의 어린이정책, 보육정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 말씀하신 대로 어린이집 확충과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요. 최근 그 정책이 결실을 맺으며 ‘어린이특별구’라는 명성도 얻었습니다. 민선 5기 들어 72개의 어린이집이 새로 문을 열었어요. 덕분에 어린이집 입학 대기시간을 확 줄였지요. 어린이집이 적을 때는 대기 순번이 1000번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2~3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이런 불편을 해소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구립, 민간 여부를 떠나 확충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예요. 많은 자치구에서 민간어린이집 인가를 해주지 않고 있어요.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사실은 기득권 보호 때문입니다. 기존 어린이집이 반발하기 때문에 허가를 하지 않는 거예요. 민간어린이집의 숫자는 고정돼 있고, 1년에 구에서 신설할 수 있는 어린이집은 한정돼 있다 보니 대기 순번이 1000번까지 가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구는 인가 제한을 풀어버렸어요. 72개가 생길 수 있었던 이유죠. 총 정원도 2010년 1만84명에서 2013년 1만3348명으로 3264명이나 늘어났습니다.

사실 상당히 어려웠어요.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죠. 기존 어린이집들의 반발이 심했거든요. 하지만 정원이 3000명 넘게 늘어난 지금도 대기자가 즐비합니다. 물론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어린이집은 하나도 없어요. 인가 제한과 해제는 구청이 자율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자치구에서도 우리와 같은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 : 요즘은 민간어린이집보다 구립어린이집을 원하는 학부모가 많더라고요. 구립어린이집은 주로 예산 문제 때문에 확충이 어려운 건지요?

이 : 그렇지요. 하나를 새로 짓는 데 대충 30억 원 이상이 들어요. 하지만 저희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새로 생긴 72개의 어린이집 중 17개가 구립인데요. 이 중 6개가 아파트단지 안에 있어요.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 일정 세대수가 넘으면 어린이집을 짓도록 되어 있는데요. 아파트 시공사 쪽에서는 보통 민간어린이집 분양을 통해 건설비용을 해결하려 합니다. 우리 구에서는 건물 완공 전에 입주 예정자들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공간만 제공해주면 구립어린이집으로 운영하겠다고 말이지요. 이를 통해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아파트단지 안에 구립으로 어린이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건물 구입비 등이 들지 않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요. 서울시에서 우리 구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해 2012년 10월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지원 조례안’을 발표하기도 했지요.

2012년 9월에는 천왕동에 친환경 ‘생명숲 어린이집’이 들어섰는데요. 이 어린이집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실시한 ‘어린이집 건립 공모’에 우리 구가 신청하고 당선되어 건립됐습니다. 이 어린이집은 전체 건립비용이 45억 원이었는데요. 구비는 1억7400만 원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구비를 들여 최고 시설을 갖춘 구립어린이집을 마련한 것이지요. 기업인연합회 등의 후원과 협조를 받아 디지털산업단지에도 2개의 어린이집을 만들고 있는데요. 1개소 당 1억 원의 비용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민선 5기 들어 9개의 구립어린이집이 새로 만들어졌고, 올해 8개의 어린이집이 상반기에 추가로 개소할 예정인데요. 17개임에도 불구하고 보통 어린이집 하나 짓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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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안전한 도시를 만들다

윤 : 맞벌이 부부를 위해 만든 개방형 어린이집도 눈에 띄던데요. 그리고 어린이 안전조례도 제정하셨지요?

이 : 개방형 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를 위해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인데요. 보통 저녁 9시까지 운영합니다. 90개 정도가 있었는데 180여 개로 더 늘렸어요. 낮 시간에 다른 어린이집을 이용하더라도 저녁시간에는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작년 1월에는 어린이 통학차량 특별보호와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 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어린이 안전조례를 제정했는데요. 조례에는 어린이가 탑승한 어린이집 차량 추월 금지, 통학차량이 어린이 승?하차를 위해 정차했을 때 다른 차 운전자들은 일시정지 후 서행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통학차량 기준도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고요. 한국에 어린이 안전에 관한 법률이 없다보니 작년에 국회에서도 문제가 됐는데요. 우리는 한참 전부터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세계 각국 어린이 안전법률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어린이 안전에 대한 법률을 만들면 구로구의 조례가 그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 안전 관리를 위해 스쿨존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도 설치했어요. 사실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모니터링과 관리예요. 전국의 많은 곳에서 CCTV를 설치하고 있지만, 실제 관리는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1년 구로구청 안에 U구로통합안전센터를 구축하고, 관내 700여개 CCTV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예요. 사실 학교 관제는 쉽지 않습니다.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반대하거든요. 하지만 학교 CCTV는 선생님들이 퇴근하면 모니터링할 사람이 없어요. 이에 관내에 있는 학교들을 찾아가 설득하여 구청 센터에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바꿨습니다.

경찰 3명이 센터에 상주하면서 교대로 24시간 CCTV를 관제하고 있는데요.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감지되면 모니터링 경찰이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연락을 합니다. 어떤 곳에서 문제가 일어나도 5분이면 현장에 도착할 수 있어요. 아이들의 폭력 예방 효과가 상당해요.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한 방송국에서 CCTV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우리 구에서 촬영을 했어요. 가짜 학생들이 학교폭력 상황을 연출했는데요. 저희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요. 그리고 센터에서 감지하자마자 바로 출동 명령을 내렸죠. 5분이 채 안 됐는데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자 촬영팀이 크게 놀랐다고 해요. CCTV를 제대로 관제하는 자치구가 있을 것으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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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재미있는 사례네요. 저소득층 가정을 위해 아동 의료비도 적극 지원하고 계시지요?

이 : 12세 이하 아이들의 국가 필수 예방접종을 구 예산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시 자치구에선 최초로 최저생계비 200% 이하 가구의 0세 아이에게 1년 동안 의료비(본인 부담금)를 전액 지원하고 있어요. 출생 후 최초 1년 동안의 영아사망률이 굉장히 높거든요. 면역력이 취약하기 때문이죠.

리딩스쿨 프로그램으로 교육 환경 업그레이드

윤 : 구로구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육지원 사업도 대대적으로 벌이셨습니다. 리딩스쿨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던데요.

이 : 우리 구민들이 느끼는 구로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입니다. 실제 구로구는 그동안 수능점수, 대입합격률 등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었어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지요.

리딩스쿨 프로그램은 관내 2개 고등학교를 선도학교로 지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대학진학 성적을 높이고, 그 효과가 다른 학교로 전파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었지요. 2011년부터 구로고, 오류고를 리딩스쿨로 선정해 4년간 매년 2억 원씩 지원하고 있습니다. 과학중점학교인 신도림고에도 4년간 매년 1억 원씩 지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학교별 우수프로그램, 구로연합 영?수교실, 논?구술 프로그램, 원어민 보조교사, 구로연합 영재아카데미 등 다양한 학력신장 프로그램과 시설과 학습환경 개선사업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다행히 노력한 만큼 결실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2013학년도 대입 결과 관내 일반계 고등학교의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소위 명문대 합격자 수가 2012년에 비해 3배나 증가했습니다. 2014년도 최종 합격 결과가 나오면 지난해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윤 : 2012년에 구로구가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었는데요.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이 : 많은 분들이 혁신학교와 헷갈려 하시는데요. 이 두 개는 분명 다릅니다. 혁신교육지구는 교육부가 갖고 있는 중장기 교육개선목표를 선도해서 먼저 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교육내용의 혁신과는 다르지요. 2012년에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자치구 처음으로 구로구와 금천구가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됐는데요. 이로 인해 관내 모든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이하로 점차적으로 줄어들게 되고, 원하는 교사에게는 협력교사도 배치됩니다. 체육시간에는 운동선수, 미술시간에는 화가가 와서 보조교사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또 학교수업을 못 따라가는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보조교사도 배치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교육청과 함께 사업비 35억 원을 들여 시범사업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다만, 올해 들어 혁신교육지구 자체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윤 : 2014년의 혁신교육지구 사업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건가요?

이 : 예산문제 때문에 여전히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혁신교육지구 성과는 좋거든요.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작년에 74명이 진학했어요. 25명이던 2012년에 비해 3배가 늘어난 거죠. 올해는 100명 가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애인 사회활동 적극 지원

윤 : 보육과 교육만큼 복지 분야도 의욕을 갖고 추진해 오셨지요? 재정상태가 열악해 여러모로 쉽지 않으셨을 텐데 많은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특히 장애인 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 구로구는 장애인 복지에서 2년 연속(2010~11년) 서울시 최우수구 영예를 안았어요. 장애인 복지는 제가 특히 신경을 많이 쓴 분야입니다. 취임 직후 장애인 보행이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경백화점 앞 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만들었어요. 개봉동 곰두리 무료급식소를 확장해서 다시 문을 열었고요. 장애인단체 보호와 육성을 위해 장애인단체연합회 사무실을 마련해 줬습니다. 사무실이 없던 농아인단체와 시각장애인단체를 위한 사무실도 마련했지요. 장애인들이 생산하는 물품을 전시, 판매하는 ‘희망플러스 가게’ 1?2호점도 개설했고요.

이외에도 많은 성과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년 2회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열어 매년 400명 이상의 장애인이 취업하도록 주선했지요.

윤 : 일자리의 질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인지, 업체들은 참여도가 적극적인지 등이 궁금합니다.

이 : 대부분 정규직으로 채용됩니다. 참여 기업은 다수가 관내기업인데요, 경기도 소재 기업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우선 박람회 전에 미리 여러 군데 기업을 방문합니다. 장애인 고용업체의 사례를 소개하고, 혜택 등에 대해 미리 알려주기 위한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실제로 장애인 채용 의향이 있는 기업들이 박람회에 적극 참가하고 있지요.

지난해 초에는 구로구의 적극 중재로 중증장애인 자활작업장인 ‘형원’과 구로구, ㈜애경이 3자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애경의 주방세제를 형원에서 생산하는 협약인데요, 이 협약으로 장애인 100명을 더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엔 주방세제 외에 새 품목 하나를 더 추가 생산할 계획이고요. 이외에도 거동불편 장애인을 위한 민원서류 무료배달제도 등으로 장애인의 사회활동과 복지증진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비리, 부정 비켜! 구민감사옴부즈맨

윤 :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오셨습니다. 500인 원탁토론이 가장 눈에 띄던데요. 소개해주시지요.

이 : 권위, 명령, 복종 등 구시대적인 행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청렴하고 소신 있는 일처리와 주민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 취임 당시 ‘소통, 배려, 화합으로 함께 여는 새 구로시대’를 구정 슬로건으로 내걸고, 구청장실을 대폭 줄여 주민들께 개방한 것도 같은 맥락이지요.

500인 원탁토론은 2012년 9월 처음 개최했는데요. 애초 토론 500명, 참관 200명으로 예상했으나 참관인이 350명으로 늘어나 총 850명이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선거법 때문에 서울시 수돗물로 만든 아리수 한 병만 제공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많은 구민들이 참여해주셔서 놀랐습니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다들 열띤 토론을 해주셨어요. ‘구로의 길을 묻고 구로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고, 그때 나왔던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서 책자로 만들었습니다. 원탁토론 결과, 구로구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단연 교육이었는데요.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해 어려운 재정형편에도 불구하고 2013년 교육예산을 21억 원 정도 증액 편성했습니다.

500인 원탁토론에 이어 지난해에는 ‘소통의 마당, 변화의 물결’이라는 주제로 실생활과 밀접한 7개 분야에 대해 구민 700명의 릴레이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분야별로 의제를 세분화하고 구체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분야별 100명의 토론자가 참여해 공약사항, 현안사업 등에 대해 직접 제안하면 토론을 거쳐 우수사례 선정 및 순위를 결정하고, 대안 등 발전방향을 모색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도 구정에 적극 반영하도록 했고요.

윤 : 청렴하고 소신 있는 일처리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도 많이 시행하셨습니다. 구로구의 청렴행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 청렴은 모든 행정의 기본입니다. 청렴행정의 구현은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구민의 의견을 구정에 반영하고 감사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1년부터 구민감사옴부즈맨을 구성, 운영해 왔습니다. 조례를 제정해 옴부즈맨의 독립성을 확보했고요. 구청장까지도 감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또 옴부즈맨은 보통 비상설인데요. 저희는 상설입니다. 민원상담과 중재역할을 넘어 직권감사 기능과 회계 기능도 부여했지요.

윤 : 감사관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업무 중복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 옴부즈맨의 감사는 주민청구로도 가능하고, 스스로 직권으로도 가능합니다. 감사관과 어느 정도 업무가 중복되는 건 맞아요. 하지만 감사관은 내부인력이어서 인사 때 다른 업무로 발령받는 등 한계가 많습니다. 공무원 시각에서 사안을 평가하게 되는 일도 있고요. 옴부즈맨은 이런 측면에서 비교적 자유롭죠. 현재는 변호사, 국민권익위원회, 시민단체 출신인 세 분이 옴부즈맨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자체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업체를 선정하잖아요. 이 과정에서 업체의 로비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데요. 저희는 이런 것을 차단하기 위해 옴부즈맨이 심사위원을 직접 선정해서 심사 전 날 알려줍니다. 청렴계약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지요.

일자리가 아닌 사람을 관리하다

윤 : 일자리가 여전히 최고의 복지라고 하는데요. 그동안 일자리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지역 일자리 목표공시제 종합평가에서 2012년 최우수상, 2013년 우수상을 받기도 하셨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 : 취임 당시 일자리 창출 목표가 총 1만8640개에 좋은 일자리 5800여 개였어요. 이 목표는 2011년 이미 달성했어요. 그래서 민선 5기의 일자리 창출 목표를 총 일자리 5만330개, 좋은 일자리 1만4000여 개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윤 : 숫자만 보면 잘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요, 굉장한 성과를 거두신 것 같습니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지요.

이 : 저희는 허수관리를 절대 하지 않습니다. 실제 취업한 사람들의 데이터만 가지고 있어요. 저희가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일자리 창출의 기준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일자리가 몇 개 늘어났느냐에 초점을 맞추잖아요. 예컨대 관광분야에 투입된 예산이 얼마이고 그래서 추정 고용인원은 몇 명이라는 방식으로 예산 대비 일자리 개수를 산정하더라고요. 하지만 저희는 주민 몇 명이 실제로 취직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숫자 부풀리기 방식의 일자리 사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정말로 안정적으로 취업하는 일자리 창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지요.

예컨대 ‘대성디큐브시티’라는 관내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협약에는 1000명의 신규채용자 중 500명은 구로구민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그랬더니 어떤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취업할 수 있는 자리를 구로구에서 빼앗아간 게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있는 자리를 구로구가 가져간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기업에 구민을 채용해 달라고 요청?독려하고, 실제 고용을 하는 기업에 행정편의와 혜택을 주는 것이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일자리도 늘리는 것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관내 기업에 적극적으로 구민을 채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실제 채용하는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로구청이 발주해서 진행하는 공사는 100% 구로구민이 참여하고 있어요.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기 위해 구청과 동주민센터에 취업상담창구도 설치했습니다.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취업희망창구에 등록하면 되는데요. 1년 이상 이곳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창구에서는 명단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기업을 소개시켜 주는데, 면접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다른 기업에도 계속 소개해주고 있지요. 이렇게 취업을 했다가 중도 퇴사한 분들에게도 최소 세 번까지는 다른 기업에 연결해주고 있어요. 사후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저희는 일자리가 아닌 사람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구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 방식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에서도 많이 하고 있는 방법이고요.

윤 : 미취업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시켜 주기 위해 기업청년인턴지원사업도 진행하고 계신다고요?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년인턴과는 다른 것인지요?

이 : 저희는 중앙에서 지원받지 않고 구 자체로 인턴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용은 전액 구에서 부담하고요. 매년 200명에서 250명의 청년 미취업자들을 구로디지털단지 등에 인턴으로 보내고 있는데요. 저희가 일방적으로 인원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자와 기업이 사전면접 등의 조율과정을 거쳐 배정합니다. 1인당 100만원씩 10개월 정도 인건비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이후 서로 잘 맞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요. 사업을 진행해보니 평균 93%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고요.

침수지도로 수해의 마침표를 찍다

윤 : 2010년 집중호우로 구로구가 수해 피해를 크게 입었는데요. 수해예방 대책 마련에 고심하다 침수지도를 만드셨지요? 덕분에 침수 피해가 크게 줄었다고 하던데요. 침수지도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 수해취약지역에서 수해안전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은 민선 5기 구로구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0년 9월 추석연휴에 서울에 100㎜ 이상의 큰 비가 내렸는데요.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100년 만에 내린 큰 비라고 하더라고요. 구로구 곳곳이 물바다로 바뀌었지요. 수해를 입은 곳이 2311가구나 됐으니까요. 이후 똑같은 피해를 당할 수 없다는 방침 아래 크고 작은 수해예방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침수 가구의 피해 상황과 침수 원인, 방수시설 설치 현황 등을 기록해 침수지도를 만들었지요. 이를 통해 각 가구별로 침수 원인 제거를 위한 수해대책을 시행했습니다.

현관에 물이 들어간 집은 스테인리스 방수판을 탈착식으로 설치했고요. 역류가 원인인 곳에는 역류방지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설치한 방수판이 1436개, 역류방지시설이 4600개입니다. 또 집 앞 도로의 배수가 불량한 곳은 하수관을 넓히고 빗물받이를 교체했어요. 대홍수가 났던 구로시장은 하수박스를 전면 교체하고, 도로 가운데를 오목하고 낮게 만들었으며, 빗물받이도 가운데로 모았습니다.

또한 2010년부터 2013년 여름까지 빗물펌프장을 총 6개 증설하고 빗물받이를 150여 개 추가 설치했고요. 상습 침수지역인 오류천 하수암거 보수공사도 마무리했습니다. 이밖에도 다산콜(120)과 피해신고 전담전화(1588-3650)로 신고했지만 통화중일 경우, 구 치수과로 직접 연결되도록 해서 수해발생 시 신속 지원이 가능하게 했고요. 침수 우려 가구에 담당공무원도 배치했습니다.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지역자율방재단을 꾸려 수해 시 상황 전파, 사전 예찰, 주민대피 유도, 구호물자 전달 등의 역할도 수행하게 했지요.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1년 내린 큰 비에는 425가구만이 침수됐고, 2012년에는 95가구만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2013년에는 큰 비가 없어 침수 피해 자체가 없었고요.

다문화가 지역사회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윤 : 공단 밀집지역이기 때문인지 구로구에는 외국인이 많이 사는데요. 2012년 창립한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 부회장 도시를 맡고 있지요? 작년 4월에는 구로구에서 정기총회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구로구의 다문화지원정책에 대해 소개해 주시지요.

이 : 2013년도 구로구 외국인주민 현황조사에 따르면, 총 4만1622명의 외국인이 우리 구에 살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족의 초기 적응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소통을 통해 함께하는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먼저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다문화사회지원팀을 신설했는데요. 실제 결혼 이민여성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했는데요, 중국인이 많은 구로의 지역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주여성의 생활을 자세히 알고 있어 다문화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구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개관하여 한국어교실을 비롯한 취업상담, 요리교실 등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2012년 3월에는 다문화자녀에게 차별 없이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교육과정에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지구촌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정식 초등교육기관으로 인가받아 운영하고 있어요. 60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구촌학교에는 부설 다문화어린이집과 다문화도서관도 있어요. 노령화하는 외국인들의 복지정책을 위해 2012년 가을 다문화경로당도 건립했어요. 이를 통해 다문화가 지역사회에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올해는 다문화 실태조사, 다문화 서포터지단 구성, 외국인 생활안내 책자 제작 등 새로운 다문화 복지시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윤 : 저희가 준비한 것 외에 ‘이것만큼은 우리 구가 최고다’ 혹은 ‘이것만은 꼭 자랑하고 싶다’는 사업 내지 성과가 있으신지요?

이 : 지난해 10월 처음 진행한 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린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리 구의 슬로건에 잘 맞는 사업인데요. 영화를 통해 어린이와 소통하기 위해 신도림 테크노파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구민회관 등 구로 곳곳에서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어린이영화제는 연중 상시 영화제의 개념을 갖고 있어요. 특정한 기간을 정해 개막식 등의 행사도 하지만, 1년 내내 어린이 영화교육, 영화체험, 어린이제작 영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 : 민선 5기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이 :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큰 사업을 새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구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온 보육, 교육, 복지, 일자리, 지역개발 등의 사업을 잘 마무리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구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형 개발사업의 이익이 주민들께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작은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는 진정성 있는 소통, 사회적 약자와 이웃에 대한 배려, 늘 살고 싶은 구로를 위해 열심히 뛰려 합니다.

윤 :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진행_ 윤석인 (희망제작소 소장)
정리_ 최은영 (기획홍보실 연구원 bliss@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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