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6기 소셜디지이너스쿨 현장 중계 ①?

몇 개월 전,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TV 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했던 이야기는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가 했던 고민은 동시대의 젊은이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프로그램 방영 후 그의 인기가 치솟았던 것도 이러한 점을 반영한다. 그러한 그가 소셜디자이너스쿨(SDS)? 6기 오프닝 강연을 맡게 되었다.

SDS의 많은 수강생들 또한 안철수 교수의 강연을 매우 기다렸을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도전을 권했던 젊은 학생들처럼, 그들 역시 자신만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고, 이제 막 등을 돌려 사회와 마주서고 있었다.

”사용자

의학을 공부하던 안철수 교수에게 컴퓨터와 바이러스라는 단어는 오묘한 조합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후배로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얘기를 들은 뒤 이를 분석하고, 고쳐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개발하게 된 것이 V3의 시작이었다.

그는 꽤 오랜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며 ‘내가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공부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마음의 빚을 갚고자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 뒤 안 교수는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의학 공부와 백신 개발을 병행했다. 의학 공부와 백신 개발 모두 그에게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이중생활을 청산하고,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함을 깨달았다.

“자기가 행복하면 주위 사람들도 결국 행복해집니다.”

안 교수는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믿음을 강조한다. 항상 고민하고 스스로 물어, 스스로의 답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안철수 교수는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왜 사람들은 모여서 일을 할까,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했다. 회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 창출이라는, 지금은 너무나도 일반화되어 있는 명제에서 벗어나 자신이 생각하는 회사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신만의 치열한 고민이 있었기에, 여타 기업과는 다른 모델의 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

“사회의 관성은 무섭다”

안철수 교수는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기업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소신있는 발언을 피하지 않았다. IMF 이후 찾아온 벤처거품 시기에 과열 투자 현상을 냉철하게 지적하는가 하면, YⅡK 사태 땐 비도덕적인 판촉 행위를 막아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쉽게 변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에 풀이 죽기도 했다.

그는 “사회의 관성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러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다시금, 기업이 존재하는 사회에 시선을 돌리고, 사회 안에서 기업의 존재에 대해 되물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벤처 기업 관련 회의에 참석한 일이 있었는데, 안 교수의 벤처 거품에 대한 지적에 욕을 하며, 화를 냈던 사람들이 모두 과거의 입장을 수정하고 나서는 것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꿈적도 하지 않던 사회 통념이 서서히 바뀌는 것을 목격하며, 사회적 발언의 가치를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용자

인생에는 누구나 어려운 시기가 있고,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는 인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안 교수는 자신에게 있어 실패와 고난의 시기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회였다고 말한다. 고된 시기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려울 때 쉽게 넘어가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기회가 찾아왔을 때,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어려움을 편법으로 극복했던 사람은 망하게 되어있죠.”

2003년에서 2004년 사이의 시기는 안철수연구소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잘 나갈 때에는 문제점이 안보이기 마련이고, 오히려 어려운 시기를 맞아 그동안 간과했던 문제점을 확인하고,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는 문제를 고치라고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때 문제를 잘 해결해놓으면, 다시금 준비된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 실린 ‘스톡테일 패러독스’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전쟁시 포로수용소 생존자들을 분석해보니, 낙관론자 보다는 현실론자의 생존률이 높았다고 한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마음 안의 확고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3단계의 법칙

다시 한 번, 안 교수에게 고민의 시간이 다가왔다.? 안철수연구소와는 달리 다른 중소기업들이 계속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산업 전반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라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업계 전반적으로 사업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일을 한다면, 한 회사가 잘 되는 것보다 의미가 크고, 또 새로운 일로서 재미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 번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는 현재에서 벗어나, 또 다른 시작을 바라보았고, 결국 스스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마음에 안철수연구소를 사직했다. 그 때 적은 장문의 사임서에는 안 교수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 정직하게 운영해도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것. 기업의 이윤과 공익이 서로 상반된 것이 아니라, 양립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만드는 것.

”사용자

안철수 교수의 사례는 사회혁신이 꼭 공적인 부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도 이루어 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도전하고, 자신을 키워 준 사회를 되돌아 볼 것을 강조한다.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영혼이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회혁신의 노력들은 새로운 ‘진리’로 인정 되기 위해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 단계에서는 우스꽝스럽다고 놀림을 받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안철수연구소가 지금까지 밟아온 길도 이러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영혼’이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진리’와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글_이응준 사회혁신센터 인턴 연구원
사진_정재석?콘텐츠센터 인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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