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럽 시니어 자원봉사자의 고백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흥미롭고 설레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내 중견기업의 CEO로 인생 전반전을 치열하게 살고, 이제 은퇴 후 삶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김경회 님입니다. 그는 은퇴 후 삶을 고민하면서 해외 시니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일본에서부터 저 멀리 아일랜드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니어들의 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시니어가 궁금했던 시니어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시니어가 궁금했던 시니어 이야기
(2) 어느 유럽 시니어 자원봉사자의 고백

유럽의 시니어들은 은퇴 후, 인생 2막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독일의 한 시니어가 은퇴 후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자원봉사의 의미에 대하여 정리한 글을 함께 읽어 보자. 은퇴를 앞둔, 혹은 이미 은퇴를 한 한국의 시니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kim 02

▲ 닥터 디트마 아이젠하머

먼저 한마디 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현역생활을 마감한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활동적이고 진취적이고 싶다면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자원봉사활동은 새로운 일에 대한 에너지를 제공해 주며, 인생 후반전에서 당신의 경험을 활용하고 확대할 수 있게 한다. 정말이다! 나이가 많아도 우리는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다. 66세인 내가 이 사실의 가장 좋은 예이다. 정치학 박사로서 61세에 현역생활을 마치고 난 다음 나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들만이 유럽의 미래가 아니라, 나이 든 사람들도 그렇다. 이 기회를 활용하여 새로운 활동영역을 찾아라.”

지난 5년 동안, 나는 ‘시니어 자원봉사자’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나는 다양한 국가 간 및 유럽 위원회에 카운셀러나 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독일 시니어 네트워크 PAMINA’는 내가 창립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이 조직의 회장이었고, 지금은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지금까지 참여해 온 유럽에서의 여섯 번의 자원봉사활동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든 이론에는 실질적인 경험이 필요한 법이다. 지금 나는 이론과 실천이 겸비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자원봉사자로 이탈리아를 네 번 방문했고, 프랑스와 독일에 각각 한 번씩 방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첫 번째 활동 기간에는,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창문과 둑을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했다. 양봉가를 도와 필요한 모든 일도 했다. 그 다음에는 농촌 지역에서 부엌의 허드렛일, 고객 관리, 심부름 등의 일을 했다. 나의 두 번째 활동 기간에은 프랑스 그레노블에서 부엌일을 돕고, 가사실과 휴게실 그리고 손님방을 청소하고, 정원 손질을 도왔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활동은 이탈리아의 로마, 카타니아, 플로렌스 부근에서 했다. 육체적으로 아주 힘이 들었지만 해볼 만한 일들이었다. 내 일은 주로 건축, 수리, 부엌일, 청소 등이었다. 낮 온도가 40도나 되는 시칠리아에서 이런 일을 하며 땀을 많이 쏟았다. 무거운 화산 바위로 벽을 만들고, 긴 안전 펜스를 만들고, 아주 어려운 조건 속에서 콘크리트로 테라스를 덮었고, 오래된 철도 침대차로 계단을 만들고, 올리브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땔감을 만들어 포대에 넣었다. 그뿐만 아니라 정리, 청소 등의 일도 했다. 여섯 번째로 포도 수확철에 독일, 프랑스, 폴란드에서 했던 활동도 역시 흥미 있었다.

그동안의 활동을 살펴보면 나는 헌신과 건강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을 했다. 나는 육체적인 작업을 즐기는 자연 친화적이면서 아주 현실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나에게 딱 맞았다.

kim 01

▲ 젊은이들과 함께 자원봉사활동 중인 닥터 디트마 아이젠하머

내가 유럽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시니어 자원봉사활동은 현역생활을 마감한 후의 인생을 새롭고, 창의적인 삶으로 전향할 수 있는 기회이다. 만약 당신이 서서히 시들어 가는 노년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2) 자원봉사활동은 당신의 나라나 도시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 차원에서 활동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문화적인 요소를 배우게 되고 국제적인 이해도 강화된다. 외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평화 유지에도 기여한다.
(3) 자원봉사활동은 언제나 다른 세대들과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이 든 사람들과 젊은이들의 협동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며, 아주 효과가 좋은 노화 방지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과 같은 세대들과도 항상 접촉하고 있어야 한다.
(4) 자원봉사활동을 할 때는 시니어들은 타협하고 적응하고 유연할 수 있어야 한다. ‘잔걱정을 많이 하는’ 시니어는 자원봉사활동에 적합하지 않다.
(5) 자원봉사활동을 결심할 때는 당신이 어떤 역할을 요구받는가, 당신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가를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약 당신이 요구받는 일과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조화가 될 수 없으면, 자원봉사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안 좋은 경험과 실망을 할 우려가 있다.
(6) 만약 시니어가 자원봉사활동에서 요구되는 것들을 모두 수행한다면, 그는 넉넉하게 보답을 받게 될 것이며 이전 보다 훨씬 더 좋은 경험을 하고 귀향하게 될 것이다. 더 새로운 활동을 위한 날개를 달게 된다. 이것은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뒤돌아보면,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온 유럽에서의 자원봉사활동에서 기대했던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 나는 새로운 경험을 했고, 다른 나라 문화의 가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 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고, 나의 지평을 넓혔다.
– 나는 더 행복하고 더 만족한 사람이 되었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서 경험한 시니어와 젊은이 간의 협동은 앞으로 나의 모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 협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며, 신선하고 유용한 효과가 있다. 또한 나는 ‘유럽의 시니어 자원봉사자’로서 앞으로 내가 경험할 모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글_ 김경회 (제16기 행복설계아카데미 동문회장)

○ 자료 출처 (클릭)